임진왜란때 관군 기세 북돋은 400년 당산나무
임진왜란때 관군 기세 북돋은 400년 당산나무
  • 최인철
  • 승인 2009.02.04 19:00
  • 호수 2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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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하루 뒤인 지난달 27일 찾아간 광양읍 세풍리 해창마을. 이날 해창마을은 북적대는 다른 마을과는 달리 엄숙하다.
정월 초이틀 바로 당산제가 열리는 날이기 때문. 해마다 마을 지도자 등 선망이 높은 이가 제주로 뽑혀왔는데 현재는 이장과 제주로 뽑힌 세대가 주관이 돼 당산제를 치른다. 올해 당산제는 저녁 6시다. 그러나 예닐곱의 주민 외에 마을주민들을 찾아볼 수 없어 의아했다.

당산제를 주관한 김기태 이장의 설명으로 의문이 풀린다. 김 이장은 “당산제는 한 해 동안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중요한 제사이기 때문에 그 해 제주를 맡은 사람과 세대가 제를 주관하고 주민들은 보통 당산제를 참관만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며 “그러나 설이라고 해도 자녀들이 고향을 찾는 것보다 자녀의 집 찾아가는 어르신들이 많아 당산제 참여가 예전 같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곳 당산나무는 마을 앞에 자라는 팽나무. 수령은 4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거목이다. 당산나무에는 한 가지 전설이 전해지는데 농사를 짓는 마을주민들의 삶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이야기여서 아직도 마을주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간추려 이야기하자면 당산나무의 새순이 돋는 4월경 잎이 필 때 한 번에 피면 그해에 벼 이종을 한 번에 마치고 두세 번에 나누어 피면 벼 이종을 여러 번 한다고 전한다. 잎의 발아에 따라 한 해 첫 농사의 운도 결정되는 셈이니 4월이면 주민들의 눈이 나무의 새순에 가 닿을 밖에. 특히 해 운이 나빠 질병이 인근에 만연할 때는 이 당산나무가 마을을 수성한다 하여 당산제를 정성들여 모시고 있다.
더나가 이 당산나무는 임진왜란 당시 광양읍 용강리 마루산성과 승주 해룡, 신성 왜성사이 전초지에 위치해 있는 까닭에 마을주민들이 복색을 입고 괭가리를 치면서 세 군데의 당산을 돌고 돌아 관군의 수와 세를 과시하며 기세를 북돋운 곳으로 전해진다.

이는 현재 당산제에도 그 잔영이 남아 있는데 당산제가 끝난 뒷날 아침 마을주민들이 모두 모여 괭가리를 치며 새해 안녕을 기원한다. 그러나 당시 있었다고 전해지는 세 곳의 당산나무 가운데 이곳 당산나무를 제외한 2곳의 당산나무가 고사해 마을주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하지만 20여 년 전부터 고사한 당산나무 자리에 똑 같은 팽나무가 자라나고 있어 마을주민들은 이를 좋은 징조로 여기고 보호하고 있다. 마을주민들의 당산나무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이를 잘 설명해주는 일화가 있다. 몇 해 전 마을안길을 새로 포장하면서 생긴 일이다. 울퉁불퉁 쪼개진 마을안길 포장은 해창마을 주민들의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였다. 직선도로의 형태를 유지하려면 당산나무의 뿌리 위를 지날 수밖에 없었다. 마을주민들이 고민에 빠진 것은 당연. 심사숙고 끝에 마을주민들이 선택한 것은 도로 폭을 줄이고 선형을 변형키로 했다.

당산나무를 지키기 위해 다소간의 불편을 기꺼이 감내키로 한 것. 김 이장은 마을을 지키는 신령스러운 당산나무에 대한 마을주민들의 애정은 남다르다. 액운을 막고 안녕을 지켜준다고 믿기 때문에 가지하나 다치지 않도록 세심한 관심을 기울인다”며 “잘 지키고 보존해 오래도록 마을을 보호해 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