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인력부족, 향토문화연구소에서 해법 찾자
문화재 인력부족, 향토문화연구소에서 해법 찾자
  • 최인철
  • 승인 2009.02.11 17:20
  • 호수 2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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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지석묘
현재 거의 대부분 자치단체는 자치행정의 가장 우선적인 순위에 산업 즉, 경제적인 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는 삶의 질을 지탱하는 기본적인 요소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주여건 즉, 환경이나 교육, 보건의료, 문화는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임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그 가치에 비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을 경우 향토 문화와 역사는 마치 사상누각과 같은 위기에 처해있다. 향토문화는 지역 주민들의 생활양식으로 향토의 가치척도가 되고 지방화의 기반이 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다.

광양시도 마찬가지다. 향토 문화와 역사가 올바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우리의 전통문화가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향토문화를 증언해줄 만한 분들도 타계하고 있다.
광양의 향토역사에 대한 연구와 발굴이 시급히 진행돼야 한다는 지역문화계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준영 전라남도지사는 지난 28일 “우리나라 관광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삶의 현장이나 전설, 설화 등의 컨텐츠를 수집해 ‘얽힌 이야기(스토리텔링)’로 재구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박 지사는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최대 결점은 전통이나 설화 등을 깡그리 잊어먹고 이를 활용하지 못한 것”이라며 “고인돌 등 선사시대 유물에서부터 진도 삼별초 유적지, 동학혁명 전적지, 근현대 역사적 인물에 이르기까지 우리 것에 대한 가치를 아주 쉽고 시대에 맞게끔 재정리해 ‘얽힌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집자 주>


광양문화에 있어 가장 시급한 현안문제 중 하나로 향토문화연구를 담당할 향토문화연구소의 설립이다. 특히 향토문화연구소는 광양시 문화재 전문 인력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필수적인 요소로 꼽힌다. 광양시의 직제 상 지난해 배치한 1명의 전문 학예연구사 외에 추가적인 인력 확보는 요원한 상황. 이는 6만의 작은 군세에도 불구하고 문화재담당을 배치한 거창군과는 극명히 대비된다. 거창군은 현재 6급이 담당하는 학예연구소를 따로 두고 문화재 관리 일원화체제를 갖췄다.

이 같은 인적 구성은 지역문화유산에 대한 연구는 물론 국도비 확보의 수월성에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지리산 자락의 작은 거창군의 문화재에 대한 투자는 상상이상이다. 일례로 올해 추진할 문화원 신축공사에만 100억 여원이 넘는 사업비가 투자된다. 거액의 국도비가 지원된 것은 물론이다.

송천사지

문화재 담당 없는 광양시로서는 체계적인 연구 요원

이는 활동력을 갖춘 문화원과 거창군, 문화원에 대한 거창군민의 애정이 일원화된 조화를 이루면서 가능했다는 게 거창군의 설명이다. 거창군 구본용 문화재 담당은 “경남도 대부분의 시군이 문화재 담당을 따로 두고 있다. 박물관 건립 시기에 맞춰 학예연구소를 설립하고 문화재 관리에 대한 전문성을 갖췄다. 이를 통해 지역 문화유산의 발굴은 물론 문화재사업의 추진에도 상당한 탄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예산확보 규모 등 전남과는 다소 상황이 다르겠지만 문화재사업에 대한 연구나 발굴의 성과가 있는 만큼 국도비 확보에도 수월하다”며 14만을 넘어선 광양시 직제에 문화재 담당이 따로 배치되지 않는 점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현재 1명의 학예연구사로 광양지역의 문화재 현안문제와 추진사업, 방향을 설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광양시도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광양시 문화 관계자는 “현재 문화직제는 문화재 관리와 문화행사 등의 모든 사업을 단일 계에서 담당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출 여유와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당장 시행해야 사업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문화재에 발굴이나 연구사업 추진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며 “문화재 전담팀 구성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행전안정부의 공무원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인력 추가배치는 어렵다는 게 광양시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 설립 통해 연구중심의 체제로 변화해야

이런 상황에서 행정과 민간연구소의 연계사업 추진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광양지역 유무형의 문화재 발굴과 연구를 민간차원인 향토문화연구소에서 담당하고 이를 행정이 보완, 완성하는 시스템이다. 광양시도 향토문화연구소 설립의 필요성을 공감한다. 광양시는 옛 읍사무소 활용계획 가운데 하나로 향토문화연구소 설립을 염두에 두고 공간배치를 구상하고 있다.

광양시 관계자는 “향토문화연구소가 설립되고 활성화 되면 지역문화재 관리와 연구에 필요한 인력확보나 발굴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설립 이후 광양시의 행정지원 계획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향토문화연구소를 어떤 단체가 담당하느냐는 것인데 광양문화원이 그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 경우 현재 광양문화원의 체질개선이 불가피하다. 문화원을 연구중심으로 체질을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 문화원에는 지역문화에 대한 발굴과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향토문화연구소가 설립되지 않은 상태다. 현 광양문화원의 기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문제다.

광양문화모임 한 회원은 “문화원이 문화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는 연구중심이 아닌 행사중심으로 문화원이 운영된데 따른 것”이라며 “문화원의 체질을 향토문화에 대한 발굴과 연구중심으로 바꾸고 이를 시민사회에 돌려준다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영암10호

광양제철고 이은철 교사도 “향토문화연구소는 지역문화의 발굴과 보존, 연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문화원의 기능이다. 비록 과거 문화원의 기능이 지극히 수동적이었다는 비난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산하에 향토문화연구소를 두는 등 기능을 확대하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양시 이화엽 문화담당은 “향토역사전시관 내부에 향토문화연구소 설립을 적극 검토 중이다. 전문인력이 턱 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향토문화연구소의 기능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라며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지역사가들을 중심으로 광양지역 역사와 문화를 발굴하는 연구중심의 향토문화연구소가 되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향토연구소가 설립된다고 해도 연구공간 마련과 현실적인 조사연구비를 시 차원에서 지원하는 등 연구 분위기 조성이 필수불가분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사는 “현재 향토사학자들이 지역역사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시간과 비용투자가 불가피하다. 열정과 애정만으로 할 수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연구중심의 향토문화연구소가 설립되기 위해서는 인적교류는 물론 이들에 대한 지원대책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