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 그 이름은 풍운아
이천수, 그 이름은 풍운아
  • 이성훈
  • 승인 2009.04.30 09:31
  • 호수 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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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훈 기자
‘풍운아’(風雲兒). 좋은 때를 타고 활동하여 세상에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을 말한다. 쉽게 말해 바람과 구름을 몰고 다니는 영웅이다. 그러나 언론에서 ‘풍운아’는 사전적 의미보다 천재적인 실력과 스타성은 있으나 종종 물의를 일으켜 세간의 관심을 갖고 있는 스타를 빗대어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은퇴한 고종수가 그랬다. 20여 년 전 이중계약 파문으로 축구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김종부도 그렇다. 어디 축구뿐이겠는가. 삼미 슈퍼스타즈에서 투수로 활약하며 프로야구사에 전무후무한 한 시즌 30승을 기록했던 고 장명부 역시 ‘풍운아’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요즘 스포츠계에서 ‘풍운아’라는 별명을 가장 많이 듣는 선수는 바로 이천수다. 그런 이천수가 오랜 침묵을 깨고 다시 태어났다. 지난 26일 수원과의 원정경기에서 1도움 1골을 넣으며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천수는 이날 경기에서 내용이나 매너면 어디 흠잡을 데가 없었다. 짧게 자른 머리가 과거에 비해 조금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얼굴은 여느 때와 달리 편안해보였다.

그가 징계기간 동안 자숙하며 훈련하고 있을 때 구단과 선수, 팬들은 묵묵히 그를 지켜줬다. 외부에서 어떤 비난을 하더라도 그를 지지해준 것은 전남 팬들이다. 페어플레이기를 들고 운동장에 섰을 때도 팬들은 그를 변함없이 응원했다.

이번 징계기간 동안 이천수는 모든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렸다. 프로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선수가 페어플레이기를 드는 수모도 감수했다. 개인적으로 모진 고통이었으리라. 하지만 그는 누구 탓도 돌리지 않고 오롯이 감내했다. 자신의 징계 보다는 자기로 인해 팀 사기가 떨어지고 정규리그에서 첫 승을 올리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징계기간 내내 그의 머리와 가슴을 붙잡고 있었다. 과거에 비해 훨씬 성숙해진 이천수의 모습이다.

이제는 두 번 다시 이천수가 불미스러운 행동을 하지 않을 것임을 믿는다. 만일 그런 일이 또다시 발생한다면 전남에서 그를 받아줄리 만무하다. 어디 구단뿐이겠는가. 팬들 역시 더 이상 그를 향해 박수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

과거 이천수는 네티즌과 언론으로부터 ‘혀천수’, ‘입천수’라는 비아냥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특히 축구 이외의 것으로 수도 없이 욕을 얻어먹었다. 일부 언론은 그의 발언을 악의적으로 왜곡 보도하기도 했다. 왜곡 보도된 기사는 소문에 소문을 낳고 끊임없이 그를 괴롭혔다. 이제 이천수가 실력으로 그동안 자신에게 가해졌던 오해와 소문을 불식시켜줄 때가 왔다. 전남에서 활동하면서 팀에 도움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반드시 명예를 되찾을 수 있길 기대한다. 

매 경기 골을 넣지 않아도, 도움을 주지 않아도 좋다. 경기장을 종횡무진하며 구단과 팬들에게 존재감을 확인시켜주길 바란다. “천재는 역시 천재야, 이천수가 전남에 있으면서 확 바뀌었어. 경기 운영하며 매너 모두…역시 그는 진정한 스타야” 훗날 사람들이 ‘풍운아’ 이천수를 기억할 때 꼭 이런 평가를 받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