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 최초의 유기농 차 재배 농가 ‘옥룡제다원’
우리지역 최초의 유기농 차 재배 농가 ‘옥룡제다원’
  • 박주식
  • 승인 2009.04.30 10:25
  • 호수 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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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물 찻잎만으로 최고 품질의 녹차·발효차 ‘ㄷ물’ 생산

녹차는 언제나 한결같은 맛을 우려낼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찻잎 따기부터 차 만드는 과정과 차를 우려내는 물 온도까지도 늘 같은 상태, 일정함을 유지해야 한다. 옥룡면에는 늘 같은 차 맛을 유지하기 위한 본인만의 노력과 함께 고집스럽게 유기농을 실천하고 있는 농부가 있다.

주인공은 올해 나이 46세의 문훈주씨. 그는 사람이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은 사람의 몸에 영향을 끼치기에 가급적이면 자연 그대로를 먹고 마셔야 한다는 생각에 말 그대로 차밭을 유기하면서 차를 친환경유기농으로 재배 하고 있다.

문 씨가 옥룡면 용곡리 석곡 마을에서 차밭을 조성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9년. 이후 그는 1만여㎡에 야생차 밭을 조성하고 지난 2007년도엔 우리지역 최초로 녹차에 대해 친환경 유기농재배인증을 받았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산중에서 10년을 산사람으로 생활하며 때론 기인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그의 모습을 보자면 차를 재배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뭔가 깊은 사연이 있을 성 싶지만 차 재배를 시작한 계기는 너무나 평범하다.

그에게는 차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학창시절부터 불교 동아리 활동을 하며 스님들과 함께 차를 즐겨 마셨고 차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언젠가 부턴 자신이 마실 차를 스스로 만들어 마시기 위해 차 만드는 것을 배워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어느 날 이 친구를 만난 문 씨는 친구의 차 얘기에 호기심을 갖게 됐고, 특히 1년 중 3개월만 일하고 나머지는 놀 수 있는 좋은 직업이다는 말에 차 재배를 결심했다. 하지만 비록 시작은 우연한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그는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차는 4월에서 10월 하순까지 자란다. 시기별로 4월 중순경에 나오는 첫물 차와 7월경에 나오는 두물 차, 늦여름 초가을 세물 차까지 큰 열매를 맺지 않는 차는 3차례에 걸쳐 새잎이 나온다. 문 씨는 이중 첫물차만 상품화 하고 있다. 이후에 나오는 차는 잎이 뻣뻣해져 버려 좋은 차로서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문 씨는 “두물 세물 계속해서 찻잎을 따기 위해선 비료를 줘 잎을 부드럽게 해야 하지만  사람이 마시게 될  차이기에 비료를 줄 수는 없다”며 “유기농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유기농 농산물은 가격으로 보상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 씨는 “좋은 차를 계속 마시길 원한다면 비싸더라도 사서 마셔야 한다. 그래야 생산자가 계속 좋은 차를 생산할 수 있다”며 “모두가 생산자고 모두가 소비자인 만큼 서로의 입장에 서서 싸게 사기 위해 깎으려고 하거나 인맥 통해 공짜를 요구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첫차를 생산해 현재 까지 50여 통(40g)의 햇차를 만들어낸 문 씨는 올핸 차 작황이 좋아 800여통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언제나 판로가 문제다. 대선과 촛불집회 등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지난해엔 생산량의 반이 재고로 남았다. 기호식품인 차는 여유가 있어야 마시기도하고 선물도 하지만 경기가 침체되고 시국상황이 안 좋을 땐 국민 관심사가 차에 올 시간이 없는 것이다. 올해 문 씨는 서울의 대형 백화점 납품을 추진하고 있다. 또 그만의 방식으로 발효차도 만들어 시판할 계획이다.

언제나 그를 찾는 사람들을 반겨 맞는 문 씨. 산에 지천인 야생화를 벗하며 나무이름 하나하나를 알아가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는 그는 어쩔 수 없이 조금씩 산사람이 돼 가고 있다. 사는 시간만큼 알아가는 가짓수도 늘어나는 것이 즐겁기만 하단다.

매주 화요일 저녁이면 대금 수업을 진행하며 7명 제자들 길러내고 있기도 한 문 씨는 올 여름이면 전기도 들어와 조금은 편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해모수와 고조선 영토회복운동 군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ㄷ물’. 언제나 진솔한 그의 ‘ㄷ물’녹차가 올핸 차 애호가들의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