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노무현 前 대통령님의 영전에 올리는 글
故 노무현 前 대통령님의 영전에 올리는 글
  • 광양뉴스
  • 승인 2009.05.28 10:36
  • 호수 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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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광양진보연대 집행위원장

김정태 광양진보연대 집행위원장
2002년 격변의 대한민국! 그 중심에 당신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나는 비극의 역사였던 여순사건의 민간인 학살문제에 관심을 갖고 우리지역의 억울한 희생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유족들을 찾아다니고 있었고, 쉽게 입을 열지 않는 일부 유족들을 설득시키지 못하는 부족한 나의 재주에 무척 힘들어 했었습니다.

그 때, 장인의 좌익 활동 경력에 대한 비판을 정면으로 돌파하며 광주 경선에서 파란의 승리를 이뤄내는 당신은 나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고 나는 주저 없이 당신의 팬이 되었습니다. 우리사회의 근본적 모순을 폭로하는 용기, 다소 거친 촌놈 기질, 은근히 풍기는 반골 냄새가 나는 참 좋았습니다.

철저한 아웃사이더인 까닭에 당신의 정당에서도 당신을 흔들었고, 말도 안 되는 후보와 단일화 코미디극도 강요받았지만 국민은 당신을 엄호했고 이른바 ‘노풍’을 타고 대선승리의 기쁨을 함께 누리는 영광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반칙과 특권을 시대를 끝내고 원칙과 상식의 시대를 강조하며 최고의 권좌에서도 스스로 비주류를 자처하는 당신의 고집에 박수를 보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과 끝까지 생각을 같이하지 못했습니다. 생각의 차이를 발견한 까닭입니다. 미국의 침략전쟁에 파병, 서민의 고통을 외면한 FTA에서 약속과는 달리 유독 미국의 요구에 약한 당신을 발견했고 한나라당에 제안한 대연정에서는 당신의 진보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화이부동(和而不同)!
그럼에도 여전히 당신을 좋아하는 나를 발견하고는 내의식의 초라함을 느낍니다. 권력자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당신을 다시 생각해보니 참 매력이 많은 탓으로 당신의 빈소에 달려와 소주 한 잔을 당신과 나누었습니다. 이제 당신이 먼길을 떠나가고 있습니다. 당신은 감동으로 다가왔고 충격으로 떠나갑니다.

당신의 외로운 걸음에 삼가 눈물과 곡을 바칩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미안한 마음, 짠한 마음,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역경을 이겨낸 당신의 승부사 내공마저도 무력화시킨 이 나라의 주류들에게 칼끝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칼끝을 오만한 주류에게만 겨누지 않겠습니다. 진보의 진정한 적은 보수가 아니라 무지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