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지지 않는 약속, 시민은 못 믿어
지켜지지 않는 약속, 시민은 못 믿어
  • 박주식
  • 승인 2009.07.09 09:05
  • 호수 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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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자료, 툭하면 비공개

광양제철소 가동과 함께 시작된 지역의 환경문제는 그동안 제철소의 끊임없는 환경설비 투자와 저감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광양제철소는 총 투자비의 9.3%에 해당하는 1조8301억 원을 각종 환경시설개선에 투자했다. 또 환경시설 운영비로 지난 한해만도 2838억 원(대기부문 57%, 수질부문 29%, 자원화ㆍ기타 14%)을 지출했다.

광양제철소는 현재 가시오염 감시카메라(9개소)와 대기환경 측정기(9개소), 굴뚝자동측정기(38개소), 수질자동측정기(5개소)등을 갖추고 오염물질 배출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는 시스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선 실시간으로 측정된 자료를 30분 간격으로 전남도와 환경부에 전송하고 있으며, 이상 상황 발생 시 해당 공장에 연락해 즉시 조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굴뚝먼지 저감을 위해 91개의 연돌에 청정연료사용과 소결 배가스 청정설비 등을 갖추고 있으며, 여과 집진기(433대), 전기집진기(42대), 세정집진기(309대) 등 모두 784대의 집진기 가동으로 비산먼지를 최소화 하고 있다. 특히 이들 시설은 법 기준대비 대부분 30%이하 수준에서 배출농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광양제철소는 환경오염 저감을 위해 나름의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의 상당수는 광양제철소의 환경저감 노력을 여전히 불신한다.
이는 광양제철소의 환경오염자료 비공개와 과다한 오염총량, 약속 불이행 등에서 기인한다.

환경오염에 대한 인정과 사과

세계 최대 규모의 일관제철소인 광양제철소는 가동 초기부터 지역주민들로부터 환경오염에 따른 문제 제기가 계속돼 왔다.
이중 2003년 광양환경운동연합의 기업감시운동은 광양제철소의 환경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던 첫 사례라 할 수 있다.

환경연합은 2003년 광양제철소의 345kv 송전선(가야산 송전탑) 건설에 따른 문제제기를 시작으로 광양제철소와 힘겨운 싸움을 시작했다. 2004년엔 광양제철소가 시안이 함유된 응축수를 섬진강 하구에 무단 방류한 사건이 알려졌다. 이에 환경연합은 광양제철소의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인 대기오염에 대한 자료를 조사해 광양제철소의 환경오염 전반에 걸쳐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포스코 기업감시운동은 2004년 4월 ‘최악의 공해기업 포스코’ 고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이후 환경운동연합 전국조직의 지원과 참여 속에 길고도 험난한 활동을 전개했다. 당시 광양제철소는 대량 오염배출기업으로 주변지역 주민에게 직접적 피해를 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 규제 이하의 배출과 환경투자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오히려 문제를 제기하는 쪽에 나쁜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광양제철소의 입장은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실시한 광양제철소 주변지역 주민건강실태조사 및 환경위해요인 평가 용역 결과가 나오며 설득력을 잃었다. 용역결과 환경연합의 주장이 사실이며 광양제철소의 오염원 배출로 주변지역 주민들이 심각한 건강상 피해를 입고 있음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광양제철소 오염물질 배출로 주변지역 주민 2명중 한명이 호흡기 질환 유병 율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전국대비 5배나 높고, 특히 15-19세 청소년(남)의 경우 만성호흡기질환이 전국대비 무려 53.8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처럼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건강상의 질병들이 광양제철소의 오염원 배출로 인한 결과임을 일관되게 지적한 것이다.

결국 2004년 10월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의원들이 광양제철소 현장을 방문하여 환경실태를 점검하고, 영산강유역환경청 국정감사장에 광양제철소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심문했다. 그동안 광양제철소의 환경파괴로 주변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받고 있음에도 그에 대한 적절한 노력이 없었음에 대한 질책과 환경개선을 위한 광양제철소의 대책을 추궁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광양제철소는 비로소 환경오염과 주변지역에 피해를 끼치고 있음을 인정하고 이후 성실한 협의와 환경개선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광양제철소가 사상처음으로 환경오염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한 것이다.

약속 지키는 것부터 출발해야

이에 따라 광양제철소는 2005년 5월 광양시민과 환경운동연합에 광양제철소 환경 개선에 대한 10개항의 약속을 담은 확약서를 제출했다.

광양제철소는 확약서를 통해 △광양제철소 주변에 대한 환경영향조사 △환경현황 설명회 △환경복원 및 대책수립과 공정개선 △지방자치단체와 환경협약 체결 △환경정보의 신속하고 최대한 공개와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환경보고서 년 1 회 발간 배포 △불측 환경사고 대비 대책수립과 지역 환경보전 활동 등 환경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추진할 것을 시민과 약속했다. |

하지만 4년이 경과한 지금 광양제철소는 시민과 한 약속은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가?
환경협의회 구성 등 조직구성과 송전탑문제와 관련한 4개항을 제하면 광양제철소가 시민과의 약속을 지킨 것은 6개항 중 지난해 시민다수의 비난 속에 마무리한 환경현황조사와 설명회 등 2개항에 불과하다.

광양시와의 환경협약 체결과 환경정보공개, 환경보고서 발간배포 등 중요한 사안을 스스로 약속을 하고서도 이를 지키지 않음에 따라 여전히 불신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광양제철소가 2007년 태인동과 약속한 협약서 이행에서도 별반 다름이 없다.

광양제철소와 가장 인근지역인 태인동주민들은 지난 2005년 광양제철소의 환경오염에 따른 피해보상을 요구했고, 2007년 7월 드디어 협약서를 체결했다.

체결된 협약서는 (사)클린태인동만들기협의회 사업추진을 위한 태인동환경개선협의회를 구성하고 세부적으로 △태인동 내 마을버스 운행지원 △목욕탕 신축 기증 △태인동 주거환경개선사업의 단계적 실시 △소공원 녹화사업 동참 △태인동민 공익 위한 각종 사업 등을 우선순위를 정해 년차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주민들 개개인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주거환경개선사업이나 주민의료지원 사업은 논의의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역시 주민들이 원하는 바를 이해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아닌 그들만의 방식대로 베푸는 지역협력사업의 잘못된 행태를 여기서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광양제철소의 환경문제 제기는 끝이 없다. 2002년 환경관리공단이 측정, 발표한 목동 소각장 배출량의 4440배 수준에 달하는 소결공장의 다이옥신은 아직도 그 해결점을 알지 못한다. 최근 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광양제철소 제강 공장의 쇳가루 먼지와 코크스 공장의 가스배출, 원료부두의 침전물 까지 광양제제철소의 환경오염이 아직도 현재 진행형임을 반영하고 있다.

문제해결의 시작은 광양제철소가 약속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환경정보의 공개와 시민을 위한 솔직한 환경개선활동만이 끊임없는 고발성 환경오염문제 제기가 아닌 지역과 기업이 환경문제를 함께 풀어갈 수 있는 여건 조성의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