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은 양심 있는 사람이 해야
친환경은 양심 있는 사람이 해야
  • 박주식
  • 승인 2009.08.19 22:12
  • 호수 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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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인증 도라지 생산하는 신승균 씨

길경이라 부르는 도라지는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하는 약용으로 효과가 탁월한 식물이다. 또 아삭아삭 씹는 재미와 함께 쌉쌀한 맛도 흥취가 있어서 우리의 긴 역사와 함께 했고, 예나 지금이나 조상을 모시는 제사상에는 늘 상 빼놓을 수 없는 귀중한 식품이다. 그래서 산에서 자생하는 도라지에 더해 우리 농촌 곳곳의 텃밭엔 도라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옥룡 양산 도선국사체험마을엔 도라지 아저씨가 있다. 주인공은 30년 심마니 이자 도선국사체험마을 운영위원장이기도 한 신승균 씨. 신 위원장이 도라지 재배를 시작한 것은 14년 전이다. 도라지가 다른 작물보다 재배가 쉬울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중국산과 싸워 이길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에서였다. 처음 시작은 더덕도 함께 했지만 토질 등 조건이 맞지 않아 가능성이 있는 도라지만을 계속 재배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그는 우리지역에선 유일한 무농약 친환경 도라지재배에 도전했다. 체험마을을 시작하면서 찾아오는 도시민들이 농촌에서 사 갈 것이 없다는 지적에 하나라도 더 내놓기 위해서다. 또 정부시책의 친환경농업 장려도 한몫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마음을 이끈 것은 미래 농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친환경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그의 의지와 함께, 마을 주민들을 친환경으로 선도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도라지를 친환경으로 재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도라지 밭에 풀이 많이 나기 때문이다. 신 위원장은 “밭에 도라지 씨를 뿌리고 나면 도라지 순이 올라오기도 전에 이미 풀밭이 돼 버린다”며 “풀매기가 힘들다 보니 씨 뿌림 후엔 누구나 선뜻 제초제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제초제를 뿌리면 풀은 나지 않지만 제초제는 우리 농토를 망가트리는 가장 큰 위험요인이기에 반드시 사용이 자제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친환경을 시작한 그는 궁리 끝에 도라지 씨를 뿌린 후 밭에 열처리를 하는 희한한 아이디어까지 동원했다. 풀과 싸우는 그의 모습이 주변엔 우습게 보이기까지 했지만 그는 이 효과를 톡톡히 보며 제초제 없이 친환경 재배를 실현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도라지가 1년만 자라면 2년째부터 스스로가 풀을 이겨 제초 작업이 한결 수월해 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2년이 지나면 제초작업에선 여유를 갖지만 이후엔 옮겨 심는 일이 걱정이다. 도라지는 한번 재배 한곳에 계속 재배가 안 돼 옮겨심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신 위원장은 “3년마다 한 번씩 옮겨도 썩어버린다. 도라지는 거름기 없는 박한 땅에 재배해야 하는데 빨리 키우려 거름을 주는 것이 문제다”며 “도라지가 자라는 정상속도를 거스른 사람들의 욕심이 화를 부르는 것이다”고 말했다.

일반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이곳저곳으로 옮겨 심으면 되겠지만 친환경 인증을 받은 그가 이를 계속 지켜가기 위해선 잔류농약 성분이 없는 땅을 마련하는 것이 또 하나의 애로다. 도라지는 2년생부터 수확이 가능 하다. 2년생은 대부분 나물 등 식용으로 주로 이용되며, 3년생부터는 약용으로 사용된다. 1년에서 10년생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도라지를 재배하고 있는 신 위원장은 판매엔 걱정이 없다.

오랜 기간 재배로 이미 소문이 나 안정된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초창기 건강원과 공판장 등을 돌며 도라지 판매를 위해 벌인 노력들이 쌓인 결과다.  신 위원장은 “처음에는 진짜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판로에 걱정 없이 자신 있게 생산하고 있다”며 “서울, 인천 등 외지는 물론 지역에도 많이 알려져 도라지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가장 많은 판매가 이뤄지는 서울 현지 직판장에선 도라지 아저씨로 통할 정도다”며 “다른 지역 도라지와 경쟁해서도 언제나 먼저 다 판다”고 자랑했다.

친환경은 양심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는 신 위원장은 혹시나 영향이 갈까봐 도라지 밭 근처엔 약도 안치고 있다고 귀띔한다. 그는 “테마마을 위원장이다 보니 내가 먼저 해야 주민들이 따라 할 것이란 생각에 시작한 친환경이다”며 “아직은 망설이는 주민들도 위원장 집은 친환경재배라 도라지가 없어서 못 판다는 소문이 나면 따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신승균 위원장은 옥룡에서도 가장 낙후되고 못사는 마을 중의 하나였던 양산마을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테마마을 선진지로 육성하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02년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지정된 도선국사마을은 외부용역 없이 주민들 스스로의 힘으로 일궈낸 것에 자부심이 대단하다.

원님들이 오면 물을 떠다 먹었다 하여 ‘사또 약수터’로 명명된 약수터엔 지역은 물론 멀리 순천과 여수에서 까지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또 전통두부와, 공예ㆍ도선선차ㆍ농사ㆍ 도선국사 유적지 등 각종체험을 위해 해마다 1만 여명이 찾고 있다.

신 위원장은 “도선국사마을은 지난 7월  31개 마을이 참가한 광주전남 팜스테이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는 등 이미 테마마을의 선진지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많은 사람 수용 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것이 아쉽다”며 “마을에 체험뿐만 아니라 워크숍 등을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의 종합체험관 있으면 더욱 활성화를 기할 수 있을 것이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