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치요? 멜치 새끼도 안 보이요”
“멜치요? 멜치 새끼도 안 보이요”
  • 광양뉴스
  • 승인 2009.08.20 08:49
  • 호수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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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어리만 가득…물량급감ㆍ가격급등에 상인들도 울상
“멜치요? 멜치 새끼도 안 보이요” 지난 13일 태풍 모라꼿 등의 영향으로 일주일 만에 첫 조업에 나선 멸치잡이 어선이 위판을 하기 위해 국동 어항단지에 정박시키는 배에서 내던진 첫마디다. 멸치가 가득 실려 있어야 할 배에는 정어리만 한 편에 실려 있을 뿐 멸치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다.

“멸치가 잡혔으면 건조공장으로 바로 가져가기 때문에 배에 멸치가 없는 것은 맞지만 오늘은 멸치가 아예 잡히질 않아 정어리뿐이요” 멸치 운반선을 이끌고 첫 입항한 선장 김 모씨의 말이다. 멸치 어장의 최대 황금어장 가운데 하나인 여수 인근 해역에 멸치 어장이 최악의 어황을 보이면서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멸치잡이 기선권현망업계에 따르면 여수지역의 올해 7월중 멸치 어획량은 273톤으로 지난해 914톤에 비해 70%가량이 줄었고, 위판액도 11억9천여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2억8천여만 원에 비해 큰 폭으로 급감했다.

“멸치 조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 하루 1천여만 원의 비용이 들어가지만 최근 들어 하루벌이가 1백여만 원도 채 되지 않은 상황이다”는 선박 책임자 주 모씨의 말에서 현재의 상황을 읽을 수 있다.
실제 1개의 멸치잡이 선단을 이끌기 위해서는 어황을 탐사하는 어탐선과 그물을 끄는 본선 2척, 운반선 2척이 동시에 움직인다. 함께 작업하는 인원만도 40여명에 이른다. 여기에 건조공장에서 채용되는 인력까지 합하면 50여명이 훌쩍 넘는 규모다. 하지만 멸치 대신 단가가 10분의 1도 못 미치는 정어리만 잡히는 현재의 상황이라면 선단 운영 자체도 어려운 실정이다.

주 씨의 선단도 본격적인 멸치 조업철인 7월부터 8월 중순까지 지난해 절반 수준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2만여 상자를 생산하는데 그쳤다. “보시다시피 정어리뿐이에요. 그나마 정어리도 해파리떼가 급격히 몰려들면서 이를 분리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시간이 두 배 이상 들어 생산성이 전혀 없는 실정이네요”
멸치가 안 잡히고 정어리떼만 몰려들지만 선단 유지비라도 충당하기 위해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조업을 진행 중인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멸치값도 급등하고 있다. 어항단지 내 건어물 상회에서 거래되는 멸치 가격은 1.5㎏들이 한상자당 최상품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1만 원가량이 오른 3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이마저 물량 확보를 못해 상인들도 애를 태우고 있다.

40여 년간 멸치판매업을 하고 있다는 박재업(70)씨는 “90년대 초 상자 당 13만원(당시 3㎏)까지 치솟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장사가 어려워 본 이후 올해가 처음일 거요”라며 한숨을 지어 보인다. 멸치 어획이 급감하면서 물량확보도 어렵고 소비 감소까지 이어져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멸치 어획의 급감은 저수온 유지와 함께 해파리떼의 급증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어민들은 8월말께부터 어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치만 안고 있는 현실이다. 권현망 협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원인 분석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답답한 심정이다”며 “8월 이후 조업 상황이 개선돼 하루 빨리 탈출구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한다.
                                                                              /여수 남해안신문 강성훈 기자  tolerance77@nh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