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시 통합, 그리고 언론
3개시 통합, 그리고 언론
  • 이성훈
  • 승인 2009.09.09 22:01
  • 호수 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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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 나열 위주의 보도를 반성한다
월요일인 지난 7일 오전 시의회 회의실. 3개시 통합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모여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의 결론은 3개시 통합 반대가 주류를 이뤘다.

그동안 광역광양만권 통합을 주장해왔던 시민ㆍ사회단체들의 입장은 변화가 없었다. 간담회 자리에서는 시민ㆍ사회단체를 비롯한 시와 의회, 언론에서 시민들에게 냉철한 분석 없이 무분별하게 3개시 통합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형배 참여연대 상임대표는 “통합에 대해 제대로 된 분석 기사도 없이 이슈 중심으로 과도하게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며 언론의 보도행태를 꼬집었다. 박 대표의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뜨끔했다. 그리고 지난날 광양신문의 통합과 관련한 보도를 되짚어보며 반성의 자리를 마련해보고자 한다. 

우리지역에서 최근 통합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오간 것은 지난 2007년 9월 여수MBC에 서 주최한 3개시 통합 토론회 이다. 당시 본지는 토론회 현장을 직접 취재한 후 1면에 이에 대한 기사와 토론회 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을 짚으며 여론을 주도해나갔다. 여론은 들끓기 시작했다. 3개시 통합에 대해 이 시장이 찬성한 것처럼 비춰지자 시민들의 비난이 잇따랐다.

이후 본지에서는 이 시장과 박노신 의회 운영위원장, 박형배 참여연대 상임대표를 초청해 좌담회를 갖고 3개시 통합이 아닌 광역광양만권 통합이 시의 입장임을 재확인했다.

이후 이 시장은 3개시 통합문제에 대해 일체 논의를 중단하면서 통합문제는 물밑에 가라앉았다. 하지만 정부를 비롯한 국회, 여수시ㆍ순천시, 지역 방송국에서는 꾸준히 통합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본지에서도 가끔 통합에 대한 기사를 게재했으나 상황 나열에만 그친 정도였다.  사무실에서 모아놓은 신문을 펼쳐보며 통합과 관련한 보도를 되짚어본다. 되돌아보니 박 상임대표의 지적이 옳았다.

건강한 지역신문을 꿈꾸며 우리지역에 올바른 여론 형성을 표방한다는 광양신문 조차 통합에 대한 심층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통합은 우리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신문 역시 이를 간과하고 눈에 보이는 현상에만 머무르고 말았다.

최소한 여수시, 순천시의 여론과 행정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했다. 또한 단순히 3개시 통합에 반대하느냐, 마냐의 여론 조사가 아닌 심층있는 질문을 통해 3개시 통합 찬반에 대한 시민들의 진정한 목소리를 들었어야 했다. 이밖에도 시에서 주장하고 있는 남해, 하동 등 5개 시군의 통합에 대해서도 냉철한 분석이 필요했다.

부끄럽게도 광양신문은 통합문제에 대해 여수·순천·남해·하동 등 인근 주민들의 여론을 물론, 우리 시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채 그저 시와 의회의 입장, 시민ㆍ사회단체들의 목소리만 대변하고 말았다. 이들 대표의 목소리가 여론을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대표들의 목소리가 여론인 마냥 호들갑을 떨었다.

광양신문만으로 여력이 부족했다면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통합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고 이에 대한 기획기사를 게재했어야 하는데 독자들에게 면목이 없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반성한다. 일부 지자체와 방송ㆍ언론에서 성급하게 통합을 추진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간과하고 있는 언론도 큰 문제이다.

오는 11월 광양신문 10주년 창간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신발 끈을 조여 맨다. ‘민심이 천심’임을, ‘독자가 생명’임을, 시민 목소리를 담지 않은 신문은 종이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이며 다시 한 번 일어설 것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