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경관 관광상품화로 농가소득 증대
농업경관 관광상품화로 농가소득 증대
  • 박주식
  • 승인 2009.09.24 09:28
  • 호수 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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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청보리축제ㆍ메밀꽃 잔치

끝없이 넓은 들판에 물결처럼 넘실대는 청보리. 코끝을 간질이는 풋보리 냄새의 향수에 보리밭 사이 길을 걷는 가족과 연인의 발걸음이 살랑인다. 해마다 4월이면 열리는 고창군 공음면 선동리 일대 ‘청보리축제’. 광대한 구릉지대에 펼쳐지는 끝없는 보리밭엔 봄바람에 일렁이는 싱그러운 보리물결을 즐기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4~5월 중 약 30일간 진행되는 축제는 보리밭 사잇길 걷기, 보리피리 만들어 불기, 보리밭속 음악감상‘ 등 체험과 잔디광장에서 펼쳐지는 민속공연과 놀이 등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들어 맨다.
200억 짜리 보리밭. 경관농업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는 고창 청보리밭이 축제기간 거두는 지역경제 유발효과다. 고창군은 올해 청보리 축제에 56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아 농ㆍ특산품 판매와 음식판매 수익금, 지역 브랜드 가치 상승 등을 종합해 2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뒀다고 한다.

이미 고창을 넘어 국민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청보리축제’. 이젠 굳이 관광객을 유치하려 힘을 쏟지 않아도 전국에서 스스로 찾아올 정도로 지명도가 높아 다른 축제와는 차별화 돼 가고 있다. 고창 ‘청보리축제’의 성공은 무엇보다 청보리밭이라는 농업경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100만여㎡의 대지에 펼쳐진 초록물결의 장관은 도시민의 답답한 가슴을 뚫어주고 지친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특히 고창의 청보리밭은 구릉지 지형이 보리밭의 아름다운 곡선을 연출해 평야지대에서 오는 단순함을 극복하고 있다.

축제기간이 길어 찾아올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도 장점이다. 대부분의 농ㆍ특산물 축제가 며칠 만에 끝나 체험자들이 입소문을 들었을 때는 이미 늦어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하지만 청보리밭은 초록색으로 출발하여 보리가 익을 때 쯤이면 황금빛으로 변하여 또 다른 경관을 연출한다. 축제기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비용과 저렴한 참가비용, 적절한 계절적 소재 선택으로 여기저기서 펼쳐지는 봄 꽃 중심의 축제와 차별화한 것도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보리 군락지인 공음면 선동리의 학원 농장은 청보리축제를 마치고 가을이 되면 새하얀 메밀꽃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보리를 이용한 경관농업이 가을엔 메밀꽃을 이용한 경관농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해마다 보리가 피는 4,5월과 메밀꽃이 흐드러지는 9월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해 울긋불긋 대지를 수놓아 일대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전라북도는 지난 2003년 청보리밭 일대를 청정농산물 테마파크로 지정해 사업비 10억 원으로 주변을 정비하고 아름답게 가꿨으며, 2004년에는 전국 최초로 농촌마을 종합개발지구로 선정돼 70여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꾸준히 친환경 경관농업지구로 변모해 왔다. 

또 2004년 말 전국 경관농업특구로 지정되어 명실 공히 우리나라 경관농업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고창군은 특구 지정이후 학원농장을 둘러싸고 있는 8개 마을을 대상으로 선동권역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을 추진했다. 총 50억 원이 투입된 이 사업은 문화복지센터를 비롯해 마을사랑방, 마을회관 리모델링, 장자목쉼터, 불량경관 개선, 마을안길 정비 등을 갖췄다. 청보리밭과 어우러진 농촌관광을 위한 탐방객들의 쉼터와 도농교류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게 된 것이다.

2004년 4월, 민간주도(학원농장)로 제 1회 청보리밭 축제가 시작돼 빼어난 농업경관을 관광 상품화함으로써 농업소득을 올리고 있는 고창 청보리축제ㆍ메밀꽃 잔치. 1차 산업인 농업을 3차 관광산업으로 연계해 농가소득 향상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경관농업의 수범 사례다.

‘메밀꽃 필 무렵’ 무대 봉평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한국 현대문학가인 가산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무렵’에서 묘사한 이 메밀밭은 작가의 고향인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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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가을이면 봉평은 소설속의 이미지를 살려내 축제를 연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평창 ‘효석문화제’. 효석문화제는 ‘문학ㆍ자연ㆍ전통’이 주제로, 축제를 빛내고 봉평의 이미지를 살려내기 위해 이효석의 소설을 내세웠다. 문화를 상품화 한 것이다.

봉평에서 태어나 36세에 타계한 이효석은 서른 살인 1936년 발표한 ‘메밀꽃 필 무렵’을 통해 문학적 성취를 이뤘고, 평범한 면소재지를 전국적인 명소로 만들어 고향을 돋보이게 만들기도 했다. 소설 ‘메밀꽃 필무렵’은 강원도 평창군의 봉평, 대화, 진부 등의 닷새장을 오가며 장사하는 주인공 허생원이 장돌뱅이 조선달, 청년 동이 등과 함께 걷는 밤길의 정경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 절묘한 묘사 속에 나오는 메밀꽃, 특히 흐드러지게 핀 꽃이 달빛을 받고 있는 모습은 눈물겹도록 아름답게 펼쳐진다.

지금 봉평은 성씨 처녀와 허생원이 만나 사랑을 나눴던 물레방앗간, 소나무로 엮은 소설 속의 정겨운 섶다리와 이효석 생가 등이 재현돼 그 시절로 인도한다. 또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핀 봉평은 소설속의 메밀밭을 보러온 사람들로 넘실댄다. 공식 명칭인 ‘효석 문화제’보다 ‘봉평 메밀축제’로 명성이 높아진 이곳에는 연중 25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간다.

주민들은 소설속의 물레방아터 복원과 함께 가산공원을 조성하고, 수만평의 메밀밭과 이효석 문학관ㆍ생가터ㆍ메밀자료 전시관ㆍ덕거 연극인촌ㆍ허브나라 등을 연계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ㆍ체험행사를 기획해 전국적인 축제로 발전시켰다.

축제 행사는 모두 지역 주민이 이끌어 간다. 지역의 청장년과 어르신들이 모두 모여 문화제 행사장의 초가집에 새 이엉을 엮어 얹고 효석문화마을 일대의 청소와 망가진 시설물 정비도 직접 한다. 또 축제 한 달여 전에는 메밀심기 울력을 벌여 문화마을을 중심으로 이 일대 100만여㎡에 메밀꽃밭을 조성한다.

축제를 통해 얻는 직ㆍ간접적인 경제효과는 300억 원. 고용창출까지 감안하면 400억 원에 달한다. 주민들이 일군 성공적인 축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지역에도 변화가 오고 있다. 주민 스스로가 메밀밭을 가꿔나가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효석백일장을 시작으로 11일 동안 열리는 효석문화제는 심포지엄ㆍ기획도서전과 헌책방 운영 등 문학행사와 섶다리 건너보기, 봉수아물 들이기, 종이배 만들기 등의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메밀 음식을 맛보는 음식체험행사와 1930년대 작가가 활동하던 시골 장터도 재현해 놓아 축제기간 동안만 60만 여명이 다녀갈 정도다.

이제 봉평은 문화와 자연이 어우러진 관광인프라를 구축해 따로 축제를 하지 않아도 연중 관광객이 찾이오는 지역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지금은 지자체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앞으로는 주민스스로의 힘으로 행사를 개최해 자생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메밀꽃의 순수한 아름다움과 문학의 향취를 느끼며 전원의 풍요로움을 만끽하는 축제 ‘효석문화제’. 소설속의 이미지를 현실화해 메밀꽃 경관을 조성하고 이를 문학과 접목한 ‘봉평 메밀축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생명력을 가진 축제로 만들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지역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