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치 못한 통합 궤도수정
개운치 못한 통합 궤도수정
  • 최인철
  • 승인 2009.09.24 09:33
  • 호수 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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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웅 시장의 3개시 통합논의 불참으로 지역을 뜨겁게 달구던 광양만권 도시통합 문제는 또 한 고비를 넘겼다. 그런데 뭔가 찜찜하고 개운치가 않다. 순천과 여수가 광양을 제외한 채 통합을 위한 실무추진기구를 설립하는 등 양시통합에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상황 탓만은 아닌 것 같다.

2년 전 여수엑스포를 이유로 도시통합이 논의되던 당시와 현 상황의 모습은 왜 이리도 닮았을까. 당시 이 시장은 여수지역 한 방송사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했다가 통합양해각서에 깜짝 서명한 뒤 진땀을 뺐다.
통합에 대한 우리시 구상과 방법 등이 다양하게 논의가 생략되고 하동과 남해를 포함한 광양만권의 도시통합을 원칙과도 거리가 먼 다소 생뚱맞은 결정에 많은 시민들이 우려를 표명했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도시발전의 중대한 사안을 아무런 원칙과 논의도 없이 전격적으로 합의한데 대한 시민들의 질책은 무서웠다. 급기야 이 시장은 스스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남해하동을 포함하는 광양만권 도시통합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담갔던 발을 거뒀다. 민족의 명절 추석을 며칠 앞둔 시절의 이야기다.

추석이 일주일 남은 시점에서 바라보는 현재의 도시통합 논란은 지난 2년 전의 상황을 다시 재연한 모양새다. 똑같다.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회동에서 이 시장은 다시금 3개시 통합에 살짝 발을 담그는가 싶더니 여론이 악화되자 황급히 궤도수정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2007년과 달라진 게 있다면 똑같은 상황과 사안으로 기자들 앞에 해명하기가 언짢았던지 보도자료 형식으로 불참을 선언한 것뿐이다.

거친 바다 위를 항해하는 배를 지휘하는 선장은 한 없이 진중해야 한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두고 경우 외적인 돌발변수를 적용해 예상의 수로 돌리고 그에 대비하는 일은 그 첫째다.
또 수장은 결정과정에서 경험과 전문적으로 무장된 선원들의 의견을 조화롭게 수렴하고 선원들의 일치단결을 유도해 배의 진로와 방향, 속도를 판단해야 한다. 무릇 그 모든 것이 갖춰졌을 때 어떤 난관도 헤쳐 나갈 수 있는 법이다. 그래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러나 도시통합이 논쟁으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여전히 실망스럽다. 통합논의를 주도하지도 못하는 상황도 여전하고 참과 불참을 확실히 하지도 못한 채 끌려 다니는 모습도 여전하다. 이로 인해 내내 생업에 종사하던 지역민을 당황케 하는 것도 여전하다.

아쉬운 점은 또 있다. 정부와 국회에서 지방행정체제 개편이 논의되기 전에도 이미 광양만권 도시통합은 뜨거운 감자였다. 여수와 순천, 광양은 모두 알맹이가 다른 뜨거운 감자를 나눠가진 이들이었다. 그 가운데 광양이 가진 감자 속에는 한결같이 남해와 하동은 꼭 포함돼야 한다는 원칙이 견고하게 들어있는 상태였다.

우리는 말로만 하는 일을 공염불이라고 부른다. 입으로만 하는 헛된 염불이란 뜻을 가진 말이다. 진심을 다해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시와 시의회도, 국회의원도, 시민단체도 모두 하동남해와의 통합이 바람직하다고 모처럼 한 목소리를 냈지만 하동남해를 광양만권 통합의 장으로 불러들이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제안이나 협력모색은 아예 없었다는 말이다.

이런 마당에 매번 도시통합 논의가 불거지면 하동남해를 거론하는 우리시의 태도는 그야말로 공염불만 외고 있는 모습이다. 목마른 사람은 우물을 파야 한다. 목이 마른데도 우물을 파지 않으면 모두가 속 태우는 일만 남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