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틈만 나면 축제 개최
너도나도 틈만 나면 축제 개최
  • 광양뉴스
  • 승인 2009.10.08 10:05
  • 호수 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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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축제 홍수…프로그램 유사 지적


지난달 22일부터 25일까지 한국언론재단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주관으로 지발위 대상 일간지ㆍ주간지언론사 기자 30여명이 우리나라 지역축제 현장을 둘러봤다. 지역문화축제보도 전문연수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연수에서 기자들은 인천세계도시축전, 제6회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금산인삼축제 등 유형별로 축제 현장을 견학하고 이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에 본지에서는 우리 지역 축제 경쟁력을 키우자는 주제로 4회에 걸쳐 기획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각설이 타령, 야시장을 비롯한 각종 노점상, 가수들의 공연, 노래자랑…우리나라 지역 축제 대부분의 공통된 모습이다. 각 축제마다 특징을 주고 있지만 내용면에서 보면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지역축제는 지자체장, 기초의원들의 홍보수단의 장으로 유용하게 쓰인다. 또한 축제를 한 번 개최하면 주변 상권, 정치인들의 표계산 등으로 없애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지역축제는 약 1200여개 이다. 전국 223개 지자체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한 개 지자체가 평균 4~5개의 축제를 개최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시에도 매화문화축제를 비롯해 백운산 고로쇠 약수제, 국사봉 철쭉제, 가야산 큰골 영화제, 숯불구이축제, 전어축제, 중마동 도깨비도로 장승문화제 등이 열리고 있다.

올해는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대다수 축제들이 규모를 축소하거나 취소됐다. 우리지역에서 해마다 가을이면 열리는 숯불구이축제와 전어축제도 신종플루로 인해 취소됐다. 시민의 날 행사도 오는 8일 소규모로 간소하게 치러진다. 하지만 여전히 경쟁력 없는 지역축제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 이처럼 지역축제가 범람하고 있는 것은 민선 자치시대 이후부터이다. 축제가 난립하고 있는 원인에 대해서는 지역 특산물 홍보, 지역경제 활성화 등 직접적인 경제효과를 누리는 측면이 많지만 단체장의 치적 쌓기와 지역 기초의원들의 의정활동 홍보수단과도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화려한 불꽃놀이에 매료된 관광객들을 바라보고, 풍악이 울리면 자신의 치적이 높아진다고 착각하는 지자체장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축제의 성공 여부가 단체장, 기초의원의 능력이 되어 버리는 등 축제 취지와 전혀 무관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지역축제의 문제점이다.

우리나라 축제 총 1200개 프로그램 대부분 유사

현재 우리나라 지역축제는 약 1200개에 이른다. 축제 대부분이 지역 특색이 아닌 생색내기 축제를 개최하다보니 프로그램도 대부분 다른 축제와 유사해 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것이다. 풍물패들이 흥을 돋우고, 기념식을 갖고, 대회관계자들의 지루한 축사는 계속 된다. 난장을 열고, 장기자랑을 하면 축제 주제와 상관없이 대부분 끝을 맺고 만다. 결국 남는 것은 없이 먹고 마시는 소비성 위주의 축제로 끝나고 만다. 축제는 이렇게 많은데 비해 프로그램 대부분 차별화를 못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지역 축제 방문객 수는 313만 명에서 3247만명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148억원에서 1조 171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정부의 축제 지원액도 2억 5100만원에서 25억 2800만원으로 급증했다. 일단 표면적으로 각종 축제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역경제 활성화, 지자체 홍보’라는 현실적인 이익이 지역축제 프로그램 유사, 축제장 편의시설 부족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우선 관광객을 유치하고 보자는 식의 밀어붙이기가 도를 넘은 것이다.

유형별로 5가지 나눠 문광부 축제 57개 선정

현재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축제는 유형별로 전통 민속 문화축제, 역사축제, 예술축제, 관광축제, 특산물 축제 등으로 나뉜다. 전통 민속 문화축제로는 정선 아리랑제, 하회별신굿 탈놀이, 밀양 오북놀이, 강릉 단오제, 여주 도자기 축제 등이 있다. 역사축제는 강원도 단종 문화제, 남해 이충무공 노량해전 승첩제, 통영 한산대첩축제를 주로 꼽을 수 있다. 예술축제로는 서울 드럼페스티벌, 청주 예술제 등이 있으며 관광축제는 대관령 눈꽃 축제, 안면도 꽃박람회, 포항 국제불빛축제가 있다. 특산물 축제는 청송문화사과 축제, 경기 퇴촌 토마토 축제, 영동 포도 축제 등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열린 축제 중 57개를 선정 대표적인 축제로 선정했다. 이를 살펴보면 가장 등급이 높은 대표 축제로는 보령 머드축제와 안동 탈춤축제가 선정됐다. 최우수 축제로는 춘천 국제마임축제, 금산인삼축제, 천안 흥타령축제, 김제 지평선축제, 강진 청자문화제, 함평 나비축제, 진주 남강유등제, 하동 야생차문화축제가 각각 뽑혔다.우수축제는 9개로 이천 쌀문화축제, 화천 산천어축제, 양양 송이축제, 영동 난계국악축제, 강경 젓갈축제 등이다.

선정된 축제들의 경우 소재의 특이성, 정체성, 발전 가능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문화관광부는 이들 축제에 대해 수상 등급에 따라 예산을 지원해 축제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어설픈 흉내는 실패 불 보듯, 전략적 추진해야 

각종 지역축제가 열리면서 해마다 편의시설 개선, 특산품 홍보, 관광객 유치를 위한 지자체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또한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지역축제 개선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면서 다양한 축제가 차별화를 꾀하며 관광객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지역축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축제 기획에서 운영, 관광객 유치를 위한 홍보, 관광상품 개발 등을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류정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짜인 축제, 행정 주도로 꾸며진 축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공무원과 주민들이 강제로 참여하는 축제가 계속된다면 부작용만 초래하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류 위원은 이어 “지역 특산물 홍보에 열을 올린 나머지 지나친 상업주의와 먹을거리 위주의 축제도 문제다”고 지적했다.지역마다 문화와 환경, 특색이 다른데 똑같은 프로그램을 적용하거나 어설픈 모방은 실패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류 위원은 “일회성 이벤트 행사는 관광객들이 다시 참여하고 싶지 않은 축제로 인식된다”면서 “이는 결국 관광객 모두에게 잊히는 축제가 되고 말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역 주민의 해당 축제에 대한 이해와 주민의 문화적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축제로 내실을 기해야 한다”면서 “축제를 매개로 한 외부 관광객과 지역민이 지역 문화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가 형성되는 축제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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