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생명산업…소비자ㆍ농민 건강 지켜야
농업은 생명산업…소비자ㆍ농민 건강 지켜야
  • 박주식
  • 승인 2009.10.15 10:46
  • 호수 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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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무농약 인증받아

옥곡은 예부터 땅이 비옥하여 사람이 살기 좋은 보배로운(玉) 땅(谷)이란 뜻을 지녔다고 한다. 그래서 옥곡의 선인들은 옥(玉)이 들어가는 지명을 즐겨 사용했다. 옥실ㆍ옥금뜰ㆍ옥진저수지ㆍ옥실장ㆍ옥실평야ㆍ옥곡원 등이 이러한 사례로 예부터 옥곡면민들은 고을지명에 대해 상당한 긍지를 갖고 살아온 것으로 전한다.

선유리(仙柳里)는 1914년 상선리·하선리·오류리를 통합할 당시 상선(上仙)과 오류(五柳)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선마을의 유래는 중선지역의 선적골에 있는 선인취적혈(仙人吹笛穴)의 명당이 있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말로 중선(中仙)을 기준하여 아래쪽에 위치한다 하여 하선이라 불렸다.

“선유리는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가면서 가장 많은 희생을 한 지역 중 하나입니다” 안창식 선유리 밤1작목반장은 “마을 앞으로 두 개의 냇물이 만나 흐름에 따라 물이 좋고 나무가 많아 종자들로 불리던 선유리였다”며 “마을 앞 농지에 각종 시설들이 들어서면서 마을이미지가 많이 바뀌었다”고 아쉬워했다. 선유리 오류마을과 하선마을 사이에 철길과 고속도로가 지나고, 하선마을에 가압펌프장이 들어서면서 마을의 농지가 대부분 사라진 때문이다.

수어댐에서 여천공단과 광양읍으로 가는 물을 가압하는 가압펌프장과 남해고속도로 등에 농지를 다 내준 하선마을 이었지만 주민들은 여기서 주저앉지 않고 산지를 이용해 살아가는 방법을 찾았다.
1968년 정부의 조림사업에 발맞춰 대부분의 산지에 밤나무를 심어 4~5년이 지난 후부턴 수확을 할 수 있었다. 이후 선유리의 밤 생산은 옥곡 전체생산량의 1/2에 이를 정도로 확대됐고, 농가의 주 소득원으로 자리 잡았다. 한창때는 가격도 kg에 3~4천원에 이르러 자녀교육과 생활비 충당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30여년의 세월은 밤나무의 수명을 다하게 해 최근엔 예전의 절반수준도 안 되는 수확에 머물고 있다.

안창식 반장은 “30~40년이 지나니 밤나무 수명이 다해 수확이 예전만 못하다”며 “밤나무를 한번 심었던 데는 다시심어도 어느 정도 자라다가 죽어버려 안타깝다”고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정확한 원인규명과 대책을 마련치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선유마을 주민들은 최근 들어 매실나무로 대체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여전히 밤이 마을 소득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안창식 반장이 이끌고 있는 하선마을 18농가의 1작목반이 무농약 인증을 받은 것은 지난해. 무차별 항공방제를 자제하고 일체의 농약사용을 중단함으로써 마침내 무농약 인증을 받았다. 현재 하선마을의 밤나무엔 년 1회 목초액 살포만 항공기를 이용해 하고 있다.
안 반장은 “농가들의 연령이 높아져 농약을 살포할 인력도 부족했지만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선 친환경은 당연한 선택이었다”며 “소비자에게 믿음을 주고 농가 스스로의 건강을 지켜갈 수 있는 친환경은 농가가 반드시 실천해야할 농법이다”고 말했다.

사람이 찾아오는 고향 가꾸며 

농업은 생명산업이기에 농민 스스로가 나서 제초제와 농약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 목숨이 하나인 것은 매 마찬가지다”며 “농사를 짓는 농민은 농약중독피해로부터 벗어나고, 소비자 역시 잔류농약으로 건강을 해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약을 치지 않고 생산해내는 밤은 벌레가 많다. 그래서 손이 많이 간다. 고르고 골라 농협에 내도 농협선별작업을 거치면 또 벌레 먹은 밤이 되돌아온다. 하지만 친환경농법을 실천하기 위해선 감수해야할 일이다.
밤나무의 수명이 다한 자리엔 고사리가 새로운 소득 작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공들인 것에 비해 가장 높은 수입을 보장하는 고사리는 매실 수확 전 농한기 때를 이용해 채취에 나서기 때문에 농가엔 효자상품이다.

kg당 4천원 까지 하는 고사리는 가격도 좋아 벌써 1천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농가도 생겨나고 있다. 고사리 작목반장을 함께 맡고 있는 안 반장은 이미 고사리까지 친환경인증을 받고 재배면적을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선유마을의 친환경 농업을 선도하고 있는 안 반장이지만 안 반장의 일은 여기서 다가 아니다.
지난 2007년 이후 3년째 선유리 이장을 맡고 있는 그는 마을일에도 언제나 열심이다. 그래서 주민들로부터 못하는 게 한 가지도 없이 백가지를 다 잘한다는 칭송을 받고 있는 안 반장(이장)이다. 

“살아오면서 생각해 보면 고향은 어머니의 넉넉한 품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나를 품어 줬다”는 안 반장은 “한번 마을을 위해 일한다고 나섰으니 고향을 위해 뭔가 남길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겠다”는 각오다.
그는 “마을에는 사람이 살아야 한다. 특히 젊은 층이 많이 들어와 아기울음소리도 나고 동구 밖에선 아이들이 뛰노는 마을이 됐으면 하는 것이 소망이다”며 “그래서 군도 12호선인 마을길 포장사업을 추진케 됐다”고 한다.

적절히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완공이 지연되고 있지만 마을길을 만들면서부터 땅값도 올라가고 외지인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 그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안 반장은 마을 앞개울에 고동과 참게, 은어, 메기, 장어 등이 지천이었으나 하천 오염으로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아쉽기만 하다. 그나마 다슬기가 아직도 서식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그래서 안 반장은 최근 진행되고 있는 하수관로 공사로 개울이 다시 살아나면 다슬기 번식을 늘려 다슬기 잡기 체험공간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오순도순 주민들만 살아가는 마을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마을을 찾아와 주민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마을로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모두가 행복한 하선마을을 만들기 위해 남은 시간을 모두 할애하겠다는 안 반장. 그의 노력이 주민모두와 하나 된 실천으로 아름다운 자연 속에 사람의 정이 듬뿍 묻어나는 마을로 거듭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