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학교로 새롭게 태어난 옥곡초등학교
전원학교로 새롭게 태어난 옥곡초등학교
  • 최인철
  • 승인 2009.11.05 10:08
  • 호수 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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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 높은 방과 후 교실 실력 ‘쑥쑥’

옥곡초 전경과 정태옥 교장

농촌학교의 위기라는 말이 나온 지는 아주 오래됐다. 도시가 사람들 특히 젊은 층을 흡수하면서 모든 농촌학교는 사실상 폐교와 통합이라는 두 장의 카드를 받아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농촌지역이 젊은 부부들로부터 주거지 부적합지로 인식되면서 인구가 감소돼 많은 학교들이 폐교를 하고 있다. 아이들의 더 좋은 미래를 위해 농촌지역에 사는 농민들이 그나마 교육여건이 좋은 읍면 소재지 학교로 전학을 시키거나 읍·면 소재지의 친척집으로 주소를 이전, 해당 학구를 이탈하고 있다.

그러나 농촌학교의 위기는 곧 농촌의 위기다. 농촌의 고령화는 짧은 시간을 허락 받은 시한부 인생을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농촌에 젊은이가 없다는 것은 학교의 존립근간을 흔들고 학교의 폐교 역시 젊은이들이 다시 농촌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막는다.

우리지역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농촌단위 대부분의 학교에 대해 통폐합이 진행 중이거나 그 대상이 된 지 오래다. 학교 주변 주민들과 동문들의 반대로 시간이 유예된 것일 뿐 거의 모든 농촌학교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농촌학교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은 치열하다.
이에 따라 광양신문은 최근 전원학교로 선정돼 희망을 찾고 있는 옥곡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우리지역 농촌학교를 탐방하고 활로가 무엇인지 되짚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방과후 교실 바이올린

전국 최정상의 정구부로 이름 높은 옥곡초등학교(교장 정태옥)의 현재 모습은 다름 아닌 ‘숲 속의 학교’다. 국사봉 자락에 위치해 사계절 녹음이 우거진데다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마냥 상쾌하다. 더구나 화단을 비롯한 모든 교정은 꽃으로 뒤덮여 내내 향긋한 꽃내음이 가득하다.

꽃들의 향연은 교실 안에 들어서고도 마찬가지다. 지난 달 30일 찾은 옥곡초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을의 꽃 국화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교직원들이 학생들의 교육과 정서적 안정을 위해 조성한 꽃과 숲이 교정을 가득 메우고 있는 탓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옥곡초는 최근 ‘제10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학교 숲> 부분 어울림상을 수상했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옥곡초에 대해 ‘꽃향기 가득한 행복한 작은 학교’라고 평했다.

정태옥 교장은 “옥곡초는 ‘학교 숲’을 교육적 공간이자 문화적 체험 공간으로 적극 활용하는 곳이다. 과학 관찰탐구와 1인 1꽃·1나무 키우기 등 체험활동 시스템을 마련해 학생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친화적인 감성을 키워가고 있다”며 “무엇보다 아이들의 정서에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옥곡초는 현재 제2의 개교를 맞고 있다. 지난 7월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정하는 농산어촌 전원학교에 최종 선정, 자연과 첨단이 조화된 전원학교로 육성, 전환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전원학교 지정에 따라 학생이 돌아오는 농산어촌 학교 육성을 위해 각종 사업도 추진된다.

특히 앞으로 자연체험 학습장, 산책로 등 자연친화적 시설과 첨단 e-러닝 교실을 갖추고 이른 바 자연과 첨단이 조화된 교육환경으로 탈바꿈할 기회를 갖게 될 예정이다.
그러나 옥곡초의 미래가 예초부터 밝았던 것은 아니다. 인근 지역에 도심지가 형성되면서 젊은 부부가 빠져나가 갈수록 줄어드는 학생수 문제는 근본적인 문제였다. 비록 1면 1학교 정책에 따라 폐교문제에서 다소간 비껴가 있었지만 결국 학교의 존폐문제가 학생 수에 달려 있는 현실에서 학생 수 확보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다.   

정 교장이 부임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옥곡초의 교육현실을 정확히 분석하는 것이었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지역사회라는 교육가족을 대상별로 구분해 문제를 분석했다.
이 같은 분석에 따라 정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들은 학력미달아들을 위한 프로그램, 조손가정 학생들을 위한 종일 돌봄교실, 체험학습 중심의 교육과정 신설과 함께 다양한 방과후교실 운영 등이 해결방안으로 제시됐다.

이 분석을 토대로 자체평가와 학교실태를 조사하고 옥곡초 교육플랜을 위한 밑다짐을 시작했다. 특히 바른 인성과 학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한편 수요자 중심의 방과 후 교실 프로그램도 도입키로 결정했다. 더나가 올해 들어 학교교육플랜의 구체화를 위해 학교교육위원회도 조직했다.

정 교장은 “매년 학생수가 줄어드는 가장 큰 원인은 도심과 먼 거리에 있는 농촌 학생들일수록 방과 후 교육의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는 현실 때문이었다”며 “농촌지역에도 방과 후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육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차별화된 교육을 실시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고 말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명품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은 학생은 물론 학부모에게도 입소문이 났다. 학생과 학부모, 교원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을 거친 뒤 교육프로그램을 편성했다.

현재 옥곡초가 오후 6시까지 일괄 운영하는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은 신나는 영어와 영재수학, 바이올린, 펀펀아트, 건강체육, 똑똑정보, 훈장한자, 돌봄교실, 학부모정구, 학부모 정보 등이다. 모두 10개 부서 주당 총 108시간이 운영된다. 

이밖에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평생교육도 인기다. 생태연못과 사육장, 체육관 및 간이 골프체험장, 정보화교실, 학교도서관, 학교 숲 산책로, 옥실 꽃길 등을 지역주민에게 개방해 주민들과 학교간 거리를 좁히고 있다. 결국 농촌학교 발전은 지역주민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발 앞선 노력이 결국 옥곡초를 올해 전원학교 선정과 아름다운 학교 숲 어울림상을 수상하게 만든 저력이 됐다. 물론 이 모든 것은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이를 통해 돌아오는 농촌학교를 만드는데 맞춰져 있다.

정 교장은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어 걱정스럽다”며 “도심 학교에 못지 않는 수준 높은 교육은 물론 아이들의 정서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교육의 실현이 가능한 농촌학교에 시민들과 학부모의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꽃과 함께하는 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