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우리가 근사한 농가민박으로 변신
돼지우리가 근사한 농가민박으로 변신
  • 광양뉴스
  • 승인 2009.12.10 10:47
  • 호수 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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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단위 손님, 주말마다 자연 속 쉼터 찾아 농부가 운영하는 농촌민박 지원하는 ‘농민적휴양시설협회’

Mme. Aubry 농가 
파리 생나자르역에서 기차를 타고 2시간을 달려 한적한 시골마을 -시에 도착했다. 아침부터 파리 전역에 깔렸던 구름이 결국 비를 쏟아내더니 운 좋게도 기차에서 내릴 때가 되자 빗방울이 잦아들었다. 물을 머금은 들판은 더욱 푸르렀다. 농가까지 가는 차안에서 내다 보는 프랑스의 농촌 풍경은 ‘초록빛’ 그 자체였다. 프랑스 북부 해안지방인 노르망디주의 센마리딘, 이곳의 주요 특산물은 옥수수와 기름을 짜는 식물, 감자 등이다. 드넓게 펼쳐진 그림 같은 초원 위에는 몇 마리의 말이나 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농민적 휴양시설 협회(Federation nationale Acceuil Paysan) 마담 벨르꼬(Bellecoq) 씨는 우리를 Mme. Aubry 농가로 안내했다. Aubry 부부가 운영하는 ‘Ferme de Meslay’ 농가는 25년 된 농가민박이다. 잘 정도된 2층 짜리 민박집은 경기도 양평 등지에 들어선 한국의 팬션을 떠올리게 했다. 허나 이 농가민박건물의 역사는 150년이 넘었다고.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Aubry부부는 25년 전 돼지 우리와 곡물창고로 쓰이던 이 건물을 수리해 지금의 멋진 민박집으로 개조했다.

Aubry씨는 “건물이 상하고 쓸모가 없어져 뭐라도 시작해야 했다”며 “필요가 없어진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농가 민박을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농가민박은 주로 이렇게 버려지거나 쓸모가 없어져 방치된 농촌의 빈집들을 이용한다. 한국에서 농촌의 빈집들은 처리비용 등 여러 가지로 골칫거리다. 당진에도 매년 -때마다 빈집 철거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자연 속에서 휴식 즐기려는 도시민 몰려
돼지 우리였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아기자기하고 깔끔하게 꾸며진 이곳에는 가족단위의 손님이 주를 이룬다. 5월부터 12월까지는 주말마다 방이 꽉 차고,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는 8월에는 관광객과 자전거여행자들의 쉼터가 되기도 한다. “1층에 파티를 할 수 있는 거실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결혼식 후 피로연을 하기 위한 가족단위 손님들이 많아요. 주차문제도 해결되고 아이들이 동물도 보고 뛰어 놀 수 있는 들판이 있고, 무엇보다 돌아갈 걱정 없이 놀다 잘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 같아요.”

Mme. Aubry 씨는 “아이들이 농장에서 동물들을 가까이서 보고 만질 수도 있기 때문에 가족단위의 손님들이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Aubry씨는 70마리의 소를 키우며 농장을 운영하는 농부다. 민박을 운영하기 시작한 초창기에는 농장체험프로그램도 운영했지만 지금은 바쁜 농장일과 체험프로그램 운영에 소요되는 까다로운 각종 법적 책임 등 때문에 진행하지 않는다. 대신 손님이 원할 때는 목장의 젖소나 조랑말, 염소 등을 볼 수 있다. Aubry 농가에는 주말에 10명 정도가 과일이나 야치를 사기 위해 직접 농장을 찾는다. 프랑스도 한국처럼 비오(Vio, 유기농) 열풍이 불어 친환경 작물을 직접 구입하기 위해 농장을 찾는 도시민들이 늘고 있다고. “유기농에 대한 선호도가 열풍을 넘어 이제는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물론 가격이 4배 정도 비싸지만 주말이면 직접 재배한 과일과 야채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죠. 소비자들은 어떤 농장의 야채가 더 좋고 건강한 지 직접 확인하고 사길 원해요.”파리에서 두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날씨만 좋으면 모든 방이 예약된다. 비용은 2인실의 경우 아침을 포함해 40~55유로(약 7만원), 1주일 동안 2~9명이 지내면 200~300유로(35~50만원)이다.
 
농민적 휴양시설 협회
Aubry씨는 ‘농민적휴양시설협회’에 소속되어 있다. 처음 돼지우리를 개조해 민박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협회에 소속돼 여러 가지 도움을 받고 있다. 운영 초창기에는 운영자금도 지원받았다. 협회에서는 1개의 침대당 2천유로(약 350만원) 씩 지원한다. 지난호에 소개했던 프랑스지트협회(Gites de France)가 15%의 회원만이 농부였던데 반해 농민적휴양시설협회는 모두 농부들로만 이뤄져 있다. 전국에 6개의 지역협회로 조직되어 있는 농민적휴양시설협회는 22개 도에 도단위협회, 300여 농장이 참여하고 있다.
농민적휴양시설협회에서도 농가의 수준과 서비스에 따라 품질헌장을 제공해 총 7개의 관광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농민적휴양시설협회장은 “협회에서는 농가들을 알리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며 “관광안내소와 연계해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이 농가민박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등의 일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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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인터뷰- Aubry 씨 부부
“아버지에게 농장을 물려받아 25년 전부터 농사를 지으며 민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프랑스에서는 많은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오고 싶어 하고 있어요. 하지만 농촌에 더 이상 땅이 없어 오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을 모두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지요.”
그는 “지트협회가 프랑스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농민적휴양시설협회는 농부들로만 구성되어 있어 좀 더 농가와 밀접하죠.”Aubry 씨는 “파리에서 2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고 근처에 바닷가가 있어 휴가를 자연에서 한적하게 보내고 싶어 하는 도시민들이 찾고 있다”며 “무엇보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자연환경을 좋아 한다”고 말했다.
Mme. Aubry 씨는 “청결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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