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자 김선희 씨 편지
입주자 김선희 씨 편지
  • 광양뉴스
  • 승인 2009.12.31 09:49
  • 호수 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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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월파로하스빌에 입주하게 된 세 아이의 엄마이며 제 남편의 든든한 동반자 김선희라고 합니다. 저는 지금껏 정말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잘 보이지 않는 눈 때문에 여러 가지로 어려움도 많았지만 식당일이며 남의 집 청소까지 돈을 벌 수 있고 우리 가정을 지킬 수 있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세 아이들을 훌륭히 키워내고 언제나 저를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버텨주는 남편과 함께 늘그막에는 웃으면서 살아보자고 몇푼 안되지만 저축도 했습니다. 하지만 내집 장만의 꿈은 너무 멀기만 했습니다. 거기다 자꾸만 나빠지는 제 눈 때문에 약값을 마련하느라 우리의 소박한 꿈은 더욱 멀어지기만 했습니다.

씩씩하고 준수했던 내 남편의 얼굴에도 그늘이 지고 나이가 들수록 자꾸만 무거워져가는 두 어깨가 너무나 초라해 보여, 보이지 않게 눈물도 많이 흘렸습니다.

제 눈은 불의의 사고로 다쳐서 잘 보이지 않아요 제 남편은 이런 저에게 불평한마디 없이 힘들게 벌어온 돈으로 약값을 보탭니다. 그런 남편에게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것 같아 집 근처 식당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그날도 밀려든 손님들 시중을 드느라 바쁜 와중에 문득 ‘사랑의 집짓기’라는데서 집을 지어준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손님이 남기고 간 신문에서 ‘사랑의 집짓기’ 입주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됐고 그날로 전화를 했습니다. 사무실에서 일러준 대로 서류를 준비해서 제 이름 석자 ‘김선희’를 꾹꾹 눌러쓰며 태어나서 가장 간절하게 기도했습니다.

간절한 기도에 대한 응답이었을까요? 안될지도 모른다며 하루가 일 년 같은 시간을 스스로 위로하며 지내던 어느 날 입주가정으로 선정되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난 그 순간 아무생각이 나지 않고 다리는 힘이 없어 방바닥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나처럼 이런 사람에게 집을 지어주신다니, 더 힘들게 사시는 분들도 많은데…. 난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사무실에 전화를 했습니다. 확실했습니다. 그리고 집을 짓는데 봉사자들과 함께 400시간을 동참해야 된다고 하셨습니다. 전 다짐했습니다. 아프지 말자고, 힘이 있어야 집을 지을 테니까요.

“난 할 수 있다, 해야 된다, 파이팅!” 어린 자식을 위해 꼭 참고 견디며 해야 된다고 내 마음속으로 크게 외쳤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2009년 8월 1일, 집짓기 시작의 종이 울렸습니다. 작업화를 신고 사랑의 집짓기 마크가 찍힌 헬멧을 쓰고 너무 좋아서 여기에 지어지는 집이 전부 내 집처럼 느껴졌습니다. 뜨거운 태양아래 줄줄 흐르는 땀방울에 서툴러서 항상 실수 연발이고 다치고 긁히고 누가 볼까봐 대일밴드 붙이고….

그렇게 며칠이 지나면서 하루하루 집이 제 모양을 갖추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난 순간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저의 옛 기억에 그만 두 눈가의 축축함을 느꼈습니다. 우리처럼 힘이 드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어주시고 삶의 의지가 되어주신 해비타트 이사장님, 건축팀장님, 그리고 간사님들 고맙습니다.

사랑하며 봉사하며 타인의 모범이 되어 사랑의 집짓기 해비타트라는 명칭을 보다 더 뜻 있게 삼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집의 주인이 된 이 기쁨을 시어른께 드립니다. 우리 식구들 걱정에 한숨 멎을 날 없으신 부모님, 이집에 입주하면 한걸음에 모시러 갈게요. 이보다 예쁘고 귀한 집 보셨나요? 이젠 한숨 걷으세요. 열심히 살겠습니다.

시부모님, 친정 부모님 모시고 식사를 대접할 수 있는 집이 있어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어린자식들도 좋고 궁금한가봅니다. 엄마 언제 이사 가요? 집이 예뻐요 내방이 있어요? 아들은 어깨를 주무르고 딸들은 다리를 주무르고 그리고 5명이서 함께 웃어봅니다. 해비타트 사랑의 집짓기 관계자님들 여러 자원봉사자님들 감사합니다. 저의 멋진 집을 잘 지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같이 입주하시는 모든 입주자 여러분 우리에겐 희망이 있습니다. 꿈이 있습니다. 좌절하지 말고 힘들다고 주저앉지 마세요. 이보다 더 좋은 일 많을 겁니다. 이제 이곳에서 우리들의 행복한 미래를 같이 키워가도록 해요.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