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어부방조림’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어부방조림’
  • 최인철
  • 승인 2010.01.14 10:00
  • 호수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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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마을·해오름예술촌 등 볼거리 다양
남해는 보물섬이다. 한려수도로 들어가는 남해대교를 시작으로 수려한 자연관광을 자랑한다.
그 조그만 섬에 수많은 역사와 자연을 품고 있다. 김만중이 유배길에 올라 어머니를 위해 한글소설 구운몽을 한줄한줄 엮어낸 곳이 남해다.


한려수도를 한 눈에 품을 수 있는 망운산과 산 속에 들어앉아 고즈넉이 수평선의 바다를 아우르고 있는 흰구름을 바라보고 있는 화방사가 있는 곳도 또한 그곳이다.
척박한 바닷가에 살면서 살아남기 위해 산을 깎아 농토를 일군 주민들의 억척스러움과 애환이 층층이 쌓아 올려진 고달픈 다랭이 논도 지금은 많은 관광객이 찾는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소금강 또는 남해금강이라 불리는 삼남 제일의 명산. 금산(681m)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유일한 산악공원으로 온통 기암괴석들로 뒤덮인 38경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이곳은 불타오르는 붉은 해가 바다를 솟구쳐 오르는 일출은 3년 동안 덕을 쌓아 볼 수 있다고 전해진다. 그 일출은 장엄하다.

그러나 남해의 모든 정수를 모아 놓은 곳은 따로 있다. 그 이름이 좀 수상한데 다름 아닌 ‘물건’이다. 어느 한 선비가 마을의 형상이 한자의 수건 건(巾)자와 닮았다고 해 그 때부터 ‘물건’마을이 됐다고 전해진다.
이 물건마을은 해양수산부 평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된 곳이다. 해맞이 장소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동천고개 경계지점은 수평선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저 멀리 방파제에서는 세월을 낚으며 내일을 설계하는 많은 강태공을 만날 수 있다. 인근에는 독일마을과 해오름 예술촌, 원예예술촌 등 전국적으로도 이름이 높은 볼거리가 산적해 있다.
바로 이 물건마을을 지켜주고 있는 것이 천연기념물 제105호인 물건방조어부림이다. 이 해안림이 국내 최고이자 최대 해안림으로 고기들이 숲 그늘을 찾아 해안으로 오기 때문에 ‘고기를 불러들이는 숲’이라는 뜻에서 어부방조림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지금도 물메기를 비롯해 많은 물고기가 잡히는 물건마을의 풍성함이 바로 어부방조림으로 인한 것이라 게 주민들의 믿음이다. 어부방조림을 이루고 있는 나무의 수령은 약300년이 넘는다. 숲 자체가 천연기념물인 이곳 어부방조림은 마치 반달이 거친 바닷바람을 막아주고 있는 모습이다. 그만큼 어부방조림에 대한 주민들의 사랑은 각별하다.

이 어부방조림은 약 1600년경 마을 주민이 해안일대 방풍방조을 위해 나무를 심고 오늘에 장관을 이루게 됐다. 약 100여 년전 병술년에 엄청난 흉년들이 들어 주민들이 위태로울 때 방조림은 초근목피로 주민이 구명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또 약 200여 년 전 방조림 일부를 벌채한 후 마을에 큰 불이 나 막대한 인명피해를 입게 됐는데 마을 전체가 폐농지경에 이를 정도였다. 주민들은 대화재가 방조림 벌채에 따른 나무의 진노라고 여기고 이후 어부방조림에 어떠한 해코지도 하지 않은 채 신성하게 보호하고 있다.

이때부터 숲을 해치면 마을이 망한다는 전설이 싹 터 현재까지도 주민들은 정성을 다해 숲을 지키고 있다. 겨울철 땔감이 부족해도 방조림 나무만은 손대지 않았다는 주민들의 마음도 여전하니 숲이 사람을 보호하고 사람이 숲을 보호하는 상생의 흔적이 흔흔하다. 

시인 고두현은 이곳 어부방조림을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라는 시를 통해 이렇게 노래했다.

저 바다 단풍 드는 거 보세요/낮은 파도에도 멀미하는 노을/해안선이 돌아앉아 머리 풀고/흰 목덜미 말리는 동안/미풍에 말려 올라가는 다홍 치맛단 좀 보세요/남해 물건리에서 미조항으로 가는/삼십 리 물미해안, 허리에 낭창낭창/감기는 바람을 밀어내며/길은 잘 익은 햇살 따라 부드럽게 휘어지고/섬들은 수평선 끝을 잡아/그대 처음 만난 날처럼 팽팽하게 당기는데/지난 여름 푸른 상처/온몸으로 막아주던 방풍림이 얼굴 붉히며/바알갛게 옷을 벗는 풍경/은점 지나 노구 지나 단감빛으로 물드는 노을남도에서 가장 빨리 가을이 닿는/삼십리 해안 길, 그대에게 먼저 보여주려고/저토록 몸이 달아 뒤채는 파도/그렇게 돌아앉아 있지만 말고/속 타는 저 바다 단풍 드는 거 좀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