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비 ‘별 헤는 밤’ 새긴다
윤동주 시비 ‘별 헤는 밤’ 새긴다
  • 최인철
  • 승인 2010.01.21 09:37
  • 호수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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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작품 선정 논란 빚다 잠정 결론

학생작품 선정을 놓고 논란을 빚었던 윤동주 시비건립이 당초 계획대로 윤동주 시인의 작품으로 변경 추진될 전망이다. 광양시는 최근 학생 작품 선정으로 인한 타당성 논란이 일자 관련 재론에 들어가 시비에 담길 작품을 윤동주 시인의 작품 가운데 선정 건립키로 잠정 합의했다.

또 시비 제작에 쓰일 작품도 광양문인협회 등과 논의를 거쳐 ‘서시’와 함께 대중적으로 유명한 ‘별 헤는 밤’을 새길 것도 잠정 확정했다. 

윤동주 시비 건립사업 목적은 민족시인 윤동주 유고가 보존됐던 망덕포구(정병옥 가옥)가 가진 문학사적 의미를 대내외에 널리 알리고 한국문학사적 영역에 있어 망덕포구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추진됐다.

망덕포구는 윤동주 시인 유고가 발견된 후배이자 한국문학사의 선구자로 꼽히는 국문학자 정병욱 전 서울대 교수의 집이 있는 곳이다. 당시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한 1941년에 자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발간하려 했다가 여의치 않자 그 원고를 정병욱 전 교수에게 맡기고 일본으로 떠났다가 일본형무소에서 불귀의 몸이 됐다.

이후 정병욱 교수는 학병에 징집되자 윤동주의 원고를 다시 망덕포구의 어머니에게 맡기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가 1948년 출간되면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마침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한 문학사적으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곳이다.

이에 따라 광양시는 이곳 망덕포구에 윤동주를 상징할 수 있는 시비를 건립키로 하고, 지난 2009년부터 사업을 추진했다. 윤동주라는 대표적인 항일시인의 브랜드를 선점해 한국문학사속의 광양 망덕포구의 위치를 재확인하고 관광객에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동주 작품 가운데 망덕포구와 직접적인 인연을 노래한 시가 없고 김용택과 곽재구 등 섬진강을 작품화 했던 기성시인들의 작품 속에서도 망덕포구를 구체적으로 형상화 한 작품이 없다는 지적에 따라 논란을 빚었다. 결국 박필순 의원 등 진월면민들의 요구에 따라 광양신문사 주최 ‘제1회 윤동주 백일장’ 대상작(2008)을 작품으로 선정한 상태였다.

그러나 학생작품의 선정을 놓고 또 다시 시시비비가 일었다. 시비는 시인의 사후에 그 사람의 일생을 검증한 후 세우거나 생전이라도 충분한 검증을 거쳐서 새기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학생작품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

특히 당초 사업목적이 윤동주와 망덕포구의 인연을 설명하고자 했기 때문에 윤동주 시라는 특징적 한계를 분명히 해 시비와 망덕포구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광양시 관계자는 “학생작품 선정 시에는 학생이 느낄 심리적 부담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해당 학교측의 요구도 있었다”며 “윤동주 시인의 작품 가운데 한 작품을 선정해 시비를 건립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에 따라 변경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선 선정작은 윤동주 시인의 시 ‘별 헤는 밤’이다. 윤동주와 망덕포구의 인연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윤동주 시인의 작품 가운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고 윤동주의 작품 가운데 ‘별 헤는 밤’은 시가 지닌 저항성 보다 언어가 가진 문학적 가치를 승화하고 있는 작품으로서 서시와 함께 대중에게 가장 사랑 받는 작품이라는 것이 선정이유다.

시 관계자는 “망덕포구의 저녁풍경과 시 ‘별 헤는 밤’에서 드러나는 정서의 동일성을 찾을 수 있고 시 내용과 수많은 별들로 수놓는 망덕포구 밤하늘의 저녁 풍경이 절적하게 녹아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선정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