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좋은 성적내면 우리가 더 기뻐요”
“선수들 좋은 성적내면 우리가 더 기뻐요”
  • 이성훈
  • 승인 2010.01.28 10:00
  • 호수 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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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궂은일 도맡으며 그림자 역할…힘들지만 보람 ‘자부심 최고’

전남 드래곤즈 지원 스태프들은 구단에 있어서 빛과 소금같은 존재이다. 좌로부터 지원 스태프 박종건. 남기원. 심기웅. 주명남. 장군모. 윤재영. 이상후 씨

“선수들이 있고 드래곤즈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존재합니다. 늘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니 한 가족이나 다름없어요.”
전남드래곤즈에서 궂은일은 물론,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지원 스태프. 이들은 훈련장이나 경기장에서 보이지 않게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막중한 업무를 맡고 있다.

현재 전남 지원 스태프는 재활트레이너, 장비, 조리, 비디오 분석관, 통역 등 5분야에서 7명이 활동하고 있다. 재활트레이너에는 수석 트레이너인 박종건 씨를 비롯해 남기원·윤재영 씨 등 3명이 선수들의 몸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장비를 맡고 있는 장군모 씨는 선수들 유니폼 챙기는 것은 물론, 각종 훈련 장비를 일일이 챙겨주고 있다.

선수들 영양을 책임지고 있는 주명남 조리실장은 선수들이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최대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심기웅 비디오 분석관은 선수들 훈련 경기나 시즌 경기를 일일이 비디오에 담아 분석, 이를 코치진에 보고하는 등 임무를 맡고 있다. 통역을 맡고 있는 이상후 씨는 외국인 선수들의 통역은 물론, 사생활도 세심히 관리해 외국인 선수가 불편함이 없도록 업무를 맡고 있다.

한마디로 이들 중 어느 분야라도 흐트러지면 선수들 훈련은 물론, 선수단 전체에 마비가 온다.
박종건 수석 트레이너는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트레이너를 맡다가 지난 95년 전남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 트레이너는 “전남 15년의 역사가 머릿속에 하나둘 씩 다 떠오른다”며 “FA컵 3회 우승, 96년 K리그 2위 등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이 경기 중 쓰러지면 가슴이 철렁하다”며 “행여 선수들이 다치지 않을까봐 늘 조마조마하다”고 덧붙였다.

남기원·윤재영 트레이너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경기장을 나오는 선수들을 보면 마치 우리가 아픈 것처럼 안타깝다”면서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펄펄 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97년 전남과 인연을 맺은 주명남 조리실장은 K리그에서도 음식 소문이 자자하다. 그는 “해마다 선수들의 음식 취향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선수들이 나물, 채소, 고기 등 골고루 먹었으나 요즘 선수들은 고기, 햄 종류 위주의 육식을 좋아한다”며 음식 변천사를 소개했다.

선수들에게 음식은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주 실장은 단 한 끼의 식사도 소홀히 하는 법이 없다. 그는 “경기에 지거나 연패에 빠질 때면 행여 내가 음식을 잘못해서 그런지 자책감이 들기도 한다”며 “선수들이 요리를 맛있게 먹고 열심히 운동해 좋은 성적을 올린다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덧붙였다.

장비를 맡고 있는 장군모 씨는 온갖 굳은 일을 도맡아한다.
훈련장소 세팅은 물론 각종 장비도 손수 챙기며 선수들이 훈련에만 집중하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유니폼을 챙겨줄 때면 선수들이 가족처럼 여겨진다”며 “행여 모자라는 부분은 없는지 늘 예의주시하며 선수와 코치진의 움직임을 체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기웅 비디오 분석관은 선수들의 움직임을 좀 더 정확하게 비디오에 담기 위해 촬영 장소 선정에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이번 중국 쿤밍 전지훈련 장소에서도 훈련장 옆 건물 옥상 꼭대기에 올라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아내고 있다. 심 분석관은 “촬영후 전력을 분석한 후 코치진에게 보고한다”며 “전력 분석이 다음 경기에서 적절히 활용돼 승리로 이어질 경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통역을 맡고 있는 이상후 씨는 공격수 슈바의 컨디션 체크는 물론, 사생활, 잠자리까지 챙겨주는 등 그림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슈바가 저보다 두 살 많은데 친구처럼, 형처럼 다정히 지낸다”며 “슈바는 삼계탕, 김치, 된장을 좋아하고 예의도 발라 선수는 물론, 우리들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추켜세웠다.

가족들에게 미안…
친구들 못만나 연락 끊기기도

지원 스태프는 어느 누구보다 가장 가까이에서 선수ㆍ코치진을 뒷바라지 하고 있다. 보람도 있지만 이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도 어느 누구 못지않다. 스태프진들에게는 사생활이 거의 없다. 아니, 이들은 사생활을 사실상 포기했다. 늘 선수들의 생활을 주변에서 보살펴야 하기 때문에 남들처럼 가족생활을 꿈꾸는 것이 오래전 포기했다.

박종건 수석 트레이너는 “애경사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고 거의 선수들과 생활하기 때문에 항상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스태프진들은 친구들과도 오랜 기간 동안 만나지 못해 연락이 끊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하지만 전남 선수들과 한 배를 탔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생활의 불편함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패에 빠져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질 때면 자신들이 뒷바라지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런지 마음을 졸일 때가 많다고 한다. 장군모 씨는 “연패에 빠지면 선수는 물론, 우리들도 분위기에 매우 민감하고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박항서 감독
“빛과 소금 같은 존재”

박항서 감독은 전남 지원 스태프들이 ‘빛과 소금 같은 존재’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박 감독은 “우리가 훈련에 전념하고 경기에만 몰두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지원 스태프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나를 비롯해 코치와 선수 모두 지원 스태프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끔 그들에게 싫은 소리를 할 때도 있지만 애정으로 생각하고 이해해 주길 바란다”며 “올해는 모두가 합심해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박 감독은 이어 “선수들은 좋은 성적을 거둬 지원 스태프들에게 보답을 하겠다”며 “앞으로도 우리를 위해 많은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