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마을 사또 약수터 맑은 물 맛
양산마을 사또 약수터 맑은 물 맛
  • 최인철
  • 승인 2010.02.25 09:44
  • 호수 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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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체험 종합선물세트도 받아가세요”
‘큰웃음 대회’에서 매년 우승을 차지한 채 잔뜩 거만해진 고양이 ‘가필드’. 그러나 더 이상 가필드의 유머에 사람들이 웃지 않는다. 우리의 가필드는 절친 '오디'와 함께 한 모금이면 큰 웃음이 ‘빵’ 터지게 해준다는 ‘마법의 샘물’을 찾아 신비의 숲으로 모험을 떠나게 된다. 아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애니메이션 ‘가필드의 모험’에 등장하는 첫 장면이다. 웃음을 주기 위해 그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샘물이다.

이렇게 샘물에 대한 이야기는 늘 소설이나 영화의 좋은 소재가 돼 왔다. 신비의 샘도 많다. 프랑스 남서부 피레네 산맥 북쪽 골짜기에 있는 작은 도시 루르드의 마사비엘마사비엘 동굴에 있는 작은 샘물.
그 샘물은 기적의 샘물이라 일컬어진다.

베르나데르 어린 수녀가 성모 마리아의 말에 따라 땅을 파보니 샘물이 솟아올랐다는 그곳. 신기하게도 그 곳의 샘물에 몸 씻고나 마신 사람들의 병이 치유되거나 나아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모인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이 성모 마리아의 기적이라 생각한다.

독일의 노르데나우 샘물도 치유능력이 있는 샘물이다. 이 샘물은 원래 폐광이었는데 어느 네덜란드인이 우연히 땅에서 매우 강한 기운이 나오는 것을 느끼고 이곳 샘물을 환자들에게 마시게 하자 병이 나았다고 한다. 오늘 날에도 수많은 사람이 물을 구해 모여들고 있다. 독일정부는 이 샘물을 의료용 광천수로 지정해 관리할 정도다.

이렇듯 샘물은 사람들에게는 친숙하면서 몸의 흔들림을 바로 잡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깨끗하고 맑은 물과 음식을 조절하는 것이 건강장수의 비결이라고 많은 이들이 이야기 하고 있고 또 100세 장수를 누리는 거의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물의 중요성을 생활의 이름으로 가르침을 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양산마을 사또 약수는 인근 여수, 순천에서도 애용할 정도로 물맛이 좋다.
입춘이 지나고 계절의 변화가 성큼 다가온 남녘의 첫 느낌은 푸근함과 따사로움이다. 광양읍에서 백운산자연휴양림 가는 길목에 있는 양산마을은 우리네 시골 풍경의 모습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이곳에 광양지역의 대표적인 샘물인 사또 약수터가 있다. 사또 약수터를 한번 떠올려 보자. 그 물 한바가지 벌컥 벌컥 마시고나면 뱃속까지 시원하고 입안까지 얼얼하게 하는 그 맛이 오감을 깨우고 있지는 않는가.

이 사또 약수터는 먼 옛날 십리 길을 걸어 학교를 다니던 이곳 아이들의 갈증을 풀어주기도 했고 만물을 머리에 이고 양산마을을 지나 봉강면으로 거슬러 올라가던 보따리 장사꾼들에게도 샘물은 사막의 오아시스만큼이나 반가운 물이었을 게다.

양산마을에 들어서면 ‘겨울이 언제 적 이야기었냐’는 듯 봄기운이 가득하다. 오래된 약수터인 사또약수터는 비록 버드나무 이파리를 띄워주는 마음 좋은 동네처자는 볼 수 없어졌지만 시원하게 약수 한 모금 마시고 나면 시원함이 가슴을 뻥 뚫리는 느낌은 예전 그대로다. 물맛이 좋아 원님전용 식수로 애용됐다는 사또약수터가 아닌가. 이곳 샘물은 항상 맑고 변함  없어 대대로 원님의 식수로 전용됐고 속칭 ‘숫우물’이라 부린다. 인근 광양읍은 물론 순천, 여수에서까지 주말이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약수터 주변에는 농산물 장터도 열려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러나 사또 약수터는 물맛으로만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아니다.
물맛을 찾아온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짐에 따라 때 아닌 농산물 장터가 열리기 때문이다. 마을 할머니들은 일년 내 말린 백운산 고사리를 비롯해 저마다 가꾼 농산물을 가지고 나와 팔아 넉넉잖은 집안 살림을 보태고 손주들 과자 값이라도 손에 움켜쥔다.

사또 약수터가 위치한 곳은 풍수지리학적으로 옥녀가 거문고를 타는, 이른바 ‘옥녀탄금혈’이라는 명당으로 이름이 높으니 그 명성이 과연 허명이 아니다.
또 사또약수터 바투 인근에는 먼 길을 오느라 허기진 관광객들에게 더없이 반가운 전통순두부집이 바로 옆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곳에서는 큼지막하게 담겨져 나온 순부두와 도토리묵을 동동주 한 사발과 함께 즐길 수 있다.


사또약수터가 있는 양산마을은 ‘도선국사마을’로 불린다. 이곳에는 웅장한 느티나무 4그루와 팽나무 1그루 서어나무 10그루가 당산을 이루고 있는데 수령이 350년 사이로 둘레가 4.2미터에서 4미터 사이, 높이는 14미터에 이른다.
한 때 이 마을은 터가 좋다는 풍수지리설에 의해 100여호가 넘는 큰 마을을 이루었고 도선국사가 선덕을 베풀기 위해 집집마다 참배나무를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지금도 두 그루의 참배나무가 고목으로 남아 있다. 이 배는 서리가 내릴 때 따서 땅에 묻어 조상의 제사와 자녀의 혼인에 쓰였는데 일미리라 했다. 마을 위쪽 삼밭골에는 옛날 삼을 재배했고 어름밭골에는 폭포수가 있어 이곳에서 물을 맞으면 피부병과 위장병에 특효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 양산마을은 현재 광양지역 대표적인 농촌체험마을로 인기가 높다.
관광객들에게는 야생 녹차 밭에서 찻잎을 따고, 체험장에서 수제차를 만들어 다도를 배우는 체험을 통해 심신을 충전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이밖에도 도자기 만들기, 전통 손두부 만들기, 고로쇠 된장 만들기 체험 등 가족끼리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옥룡 도선국사 도예원의 도자기만들기 체험장.

사또약수터, 물이 없으면 인간은 죽는다는 것을 다 알지만 물을 잘 사용하는 방법이나 좋은 물을 구하는 법, 그리고 물맛을 구별하는 방법을 아는 이는 드물다. 물맛을 아는 사람은 인생의 의미와 삶의 가치는 물론 자신이 누구인가를 깨달은 사람이라고 여겨진다.
인생의 단맛 쓴맛을 다 경험하고 세상을 달관한 나이인 70쯤 되어야 겨우 감지되는 것이 물맛이라 할까? 무덤덤하고 무미건조하여 싱겁기 짝이 없는 것을 맹물맛이라 않던가.

그러나 이 맛 저 맛 다 경험한 사람은 물맛이 최고라 한다. 피로와 권태, 번뇌로 찌든 영혼을 시린 샘물 한 모금이 씻어 준다고까지 여긴다. 맑고, 차고, 가볍고, 부드럽고, 아름답고, 냄새 없고, 탈 없으며 색깔 없음은 물론 고여 있거나 급히 흐르지 않는 물을 좋은 물이라 했던 것이다.

요즈음은 공해로 좋은 물이 사라졌음은 물론 마실 만큼 깨끗한 물마저 주위에서 없어졌고, 아예 필요한 물 자체마저 모자라는 심각한 물부족 시대에 접어들었다.
특히 주변에 널려 있던 고맙고 아름답던 샘물은 편리한 수돗물 사용으로 전부 사라져 버렸거나 폐쇄된 상태다. 현대인은 ‘편리함이 최우선’이라는 불치병에도 걸려 엄청난 양의 물을 사용하는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사또약수터에 대한 기록은 조금은 천천히, 조금은 느리게 사는 법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