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 친환경농가를 찾아서
우리지역 친환경농가를 찾아서
  • 광양뉴스
  • 승인 2010.04.26 09:32
  • 호수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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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이 맘 놓고 먹을 수 있는 농사지어요

33    김종호ㆍ김미자 씨 부부

김종호 “하우스 농사를 지으며 올해처럼 고전은 처음입니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리면 하루 이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삼일이고 일주일이고 볕이 나지 않으니 작물이 제대로 성장하질 않습니다.”
옥룡면 남정마을에서 친환경(무농약)으로 애호박과 고추, 토마토를 생산하고 있는 김종호ㆍ김미자 씨 부부는 “예전 같으면 한창 고추를 수확 할 때임에도 날씨 탓에 아직 수정도 제대로 되질 않고 있다.”며 안타까워한다.

이상 저온에 잦은 흐린 날씨로 작물 생육은 물론 수정조차 제대로 되질 않음에 따라 생산량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어 애를 태우고 있는 것이다.  “하필이면 작황이 안 좋은 이때에 오셨는지 모르겠네. 좋은 때 왔으면 더 좋았을 것인디” 김종호ㆍ김미자 씨 부부는 궂은 날씨에 안개비까지 뿌리는 날 불쑥 찾아간 이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순박한 아쉬움에 안절부절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광양원예농협에서 감사직과 애호박친환경 반장을 맡고 있는 김종호씨와 부인 김미자씨가 시설원예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 직장생활을 하던 김종호 씨가 부모님 연세가 많아짐에 따라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일을 시작하면서 부터다. 처음엔 일반농법으로 오이를 재배했다. 하지만 곧 친환경 농법으로 전환했다. 그것이 벌써 8년 전이다.

김 반장은 “농촌에서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이 친환경 농법이다. 원래부터  농약냄새를 잘 못 맡았고, 어쩌다 농약을 접하면 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해서 마침 잘됐다 싶어 친환경을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하지만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많은 것들이 생소했기에 무엇보다 교육에 열중했고, 당시엔 지역에 친환경 농가가 별로 없어 멀리 충청도까지 배우러 다녔다. 땅을 만들며 인증을 받기위해 쓰기 시작한 영농일지는 길라잡이가 없어 스스로 깨우쳤다. 하나하나 배우고 익히며 어렵게  친환경인증 농산물을 생산했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겨울에는 없어서 못 팔고 봄에는 많아서 힘든 농사”

친환경을 하면 고수익이 더 나올 것 같아 시작 했지만 친환경 농산물이 월등히 비싼 것도 아닌데다, 소비자는 모양 예쁜 것만 선호하니 친환경 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 김 반장 부부가 친환경으로 농사를 지으며 가장 힘든 부분은 병해충 방제다. 친환경 약제만으론 충 들이 잘 죽지를 않고 약을 할 때만 기절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경우가 많다. 일반 농약 한두 번이면 모든 충을 전멸 시킬 수 있겠지만 무농약 인증을 받은 농가에서 할 일이 아니다.

김 반장은 “비싼 친환경약제 값이 만만치 않아 자가로 많이 만들어 쓰며 부담을 덜고 있지만 만족할 단계는 아니다”며 “지금은 애호박 한상자면 그것으로 약제를 살 수 있지만 조금 있으면 그것도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고 한다. 판로 문제 또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애호박은 늦봄(5월)에 수확량이 제일 많아 소비를 다 못하기 때문에 친환경인증 농산물 임에도 일반 농산물과 함께 판매를 할 수밖에 없다. 이맘때면 날씨와 온도가 작물을 키우는데 최적기가 돼 보통 보름정도 걸리는 애호박 생육 기간이 일주일 정도로 당겨진다.
상품은 전량 광양원협으로 납품돼 학교급식과 농협 하나로마트 등으로 유통된다. 겨울엔 두 동 모두를 애호박으로, 봄엔 한 동만 애호박을 심고 한 동은 토마토와 고추를 돌려짓기 하는 김 반장이지만 그나마도 늦봄, 양이 많을 땐 소비를 다 못시킨다. 또 학생들이 방학을 하면 일반판매로 돌려야 하는 것이 흠이다.

김 반장은 “선택은 잘 한 것 같은데 갈수록 더 힘들다. 겨울에도 날이 따뜻하니 병충이 더심하고 제초제를 사용치 않고 예초기로 풀을 베자니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며 “하지만 우리의 먹거리를 지키고 자연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힘들게 받은 친환경 인증을 계속 지켜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반장은 시나 도가 시설원예 농가의 유류대 보조를 확대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는 “남쪽지방에서 시설원예로 농사를 짓는 농가들은 겨울이 승부처다”며 “날씨가 풀리는 봄부턴 신선도나 물류비 면에서 중부지방을 따라갈 수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중부지방에 비해 연료비가 경쟁력을 갖는 겨울철에 유류대를 보조함으로써 지역 농가들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김 반장은 이와 함께 겨울철 난방을 위해 가동하는 온풍기 제어를 휴대폰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방안도 희망했다. 낮 동안 멀쩡했던 온풍기가 겨울밤 고장을 일으켜 농사를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김 반장은 “휴대폰으로 온풍기를 제어하기 위해선 1천만 원이라는 큰돈이 들어 농가들이 쉽게 엄두를 못 내고 있다”며 “시에서 50% 보조만 해줘도 농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겨울에는 없어서 못 팔고 봄에는 많아서 힘든 농사를 짓고 있는 김종호ㆍ김미자 씨 부부지만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는 일에 결코 후회가 없다. 이는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신념이다.

친환경은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라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벌써 생활이 된지 오래다.
“언젠가 체험을 온 사람들이 토마토를 따서 바로 먹는 모습을 보며 안 씻고 먹어도 되느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친환경을 강조하고 자랑할 수 있었다”는 김종호ㆍ김미자 씨 부부. 그들은 자식들과 손녀들이 언제라도 밭에 와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친환경 농사를 짓는 것이 뿌듯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