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동안 시부모 대소변 수발… “당연히 자식된 도리 한 것”
20년동안 시부모 대소변 수발… “당연히 자식된 도리 한 것”
  • 지정운
  • 승인 2010.05.10 09:31
  • 호수 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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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홍성례 씨 제38회 어버이날 대통령상 수상

하반신이 마비된 시아버지와 뇌출혈로 쓰러진 시어머니를 극진히 보살펴온 홍성례(62)씨가 제38회 어버이날을 맞아 대통령 표창의 영예을 안았다.
광양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제38회 어버이날을 맞아 전국 효행자들을 발굴해 포상하는 정부포상에 홍씨가 대통령상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40여년 전 꽃다운 나이에 광양으로 시집와 지금껏 시부모를 봉양한 홍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홍씨는 남편 신정휴(67)씨와 함께 광양읍에서 구두닦는 일을 하며 100세의 신덕구 옹과 93세의 장남강 할머니를 모시고 있다.
이들 부부는 40년 전 중매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홍씨는 광주 ‘큰애기’ 였다. 당시를 회상하며 남편 신씨는 “그때는 정말 고왔지”라며 웃는다.
집도 없는 가난한 집에 시집 온 홍씨는 화장품 외판원과 식당 일 등을 하며 늙은 시부모를 모시고, 슬하의 자녀 2남 1녀를 모두 대학까지 보내 훌륭하게 키워냈다.
노부모를 모시면서 큰 어려움이 닥친것은 지난 1990년. 시아버지가 하반신이 마비되며 대소변을 모두 받아내야 했다. 이 세월이 20년이 됐다. 게다가 몇 전에는 시어머니마저 뇌출혈로 쓰러졌다. 게다가 치매 증상까지 보였다. 기저귀를 채우면 이를 찢어버리는 일이 다반사요, 하루에도 수십 번 씩 식사를 차려 드려야 했고 이불 빨래는 매일의 일과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어머니의 반응은 원망의 소리였다고 홍씨는 눈시울을 붉힌다.
그나마 당시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이웃의 사람들이 어려운 점을 알아줘서 겨우 참고 참고 하루 하루를 보냈다.
거동도 못하는 시아버지에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까지, 이때부터 홍씨는 시부모님 곁을 떠날 수가 없었다. 친정을 가보는 것은 고사하고 여행이란 말은 생각할 수도 없는 말이었다. 심지어 아들 집에도 못 가본다.


“고생한다는 시어머니 따듯한 목소리 들어보는 것이 소원”

이들 부부는 오전 8시에 구두 병원으로 출근한다. 홍씨는 인근의 읍사무소와 농협 등 관공서와 기관 등을 돌며 구두를 수거해 오고 남편 신씨는 이를 정성껏 닦지만 하루 수입은 고작해야 몇 만원도 안된다. 이들은 저녁 6시쯤이면 어김없이 집으로 향한다. 노부모를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에게 가장 힘든일은 노 부모님을 목욕시킬 때다. 현재 시아버지는 상체만 거동이 가능하고 시어머니는 손 하나만 움직일 수 있어, 목욕은 보통일이 아니다.
큰 통에 물을 데우고 둘이 힘을 합쳐 어르신을 옮기고 몸을 씻기는 일을 할 때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다.
홍씨는 작년 6월에는 목욕탕에서 미끄러져 갈비뼈 3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음에도 치료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퇴원해 시부모 봉양에 나서기도 했다.
남편 신정휴씨는 “새벽 3시든 4시든 곤히 자다가도 부모님께서 대변을 본다는 소리에 말없이 일어나 수발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안타깝다”고 말한다.
홍성례 씨는 “부모님께서 거친 음식을 드시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음식을 부드럽게 조리해야 하고, 반찬도 매일 새롭게 차려 드려야 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며 “시어머님께서 내게 ‘나 때문에 고생하게 해 미안하다’란 말이 가장 듣고 싶다”고 속내를 살짝 내비쳤다. 어려운 시집살이의 고단함과 39년 세월의 아픔을 읽을 수 있는 말이었다.
이 같은 홍씨의 효행은 홍씨에게 구두를 닦던 손님이 광양읍사무소에 전해주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홍씨는 “당연히 자식 된 도리를 한 것뿐이며, 다만 자녀들이 본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