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하천 준설…수생태 파괴 현실로
막무가내 하천 준설…수생태 파괴 현실로
  • 지정운
  • 승인 2010.06.28 09:36
  • 호수 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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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풍수해 대비 하천 준설…이정도 쯤이야 괜찮다”

수초가 살아있는 건강한 하천에 포크레인이 들어가 작업중이다.
광양지역 일원에서 이뤄지는 풍수해 대비 하천정비공사가 수생태는 전혀 무시한 채 반환경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4일 광양시 옥곡면 묵백리를 흐르는 묵백천. 중장비가 하천에 들어가 바닥을 고르는 작업이 한창이다. 하천에 투입된 굴착기가 바닥에서 자라나는 수초를 제거하면서 돌출된 바위나 자갈을, 움푹 패인 하천 바닥으로 채워 넣는 일련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동안, 끊임없이 발생하는 흙탕물이 수백 미터 하류로 흘러내려 가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미 공사를 마친 상류 하천에서는 수초나 바위, 자갈이 누런 황토 흙에 절반쯤 묻힌 채  앞으로 다가올 장마를 기다리고 있었으며, 과거 묵백천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물고기 등은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평소 하천에서 볼수 있는 키가 큰 수초나 맑은 물, 그 속에서 노니는 물고기를 찾기 위해서는 하천의 최 상류로 가야만 했 다.

중장비가 들어갔다 나온 황량한 묵백천.
더욱이 현장에는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흙탕물을 처리하는 정화시설이나 장비는 갖춰놓지 않고 있다.
이같은 하천 준설공사는 상류 죽양길 61번지 지점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이날 취재에서 확인됐으며, 옥곡 중학교 앞에서도 중장비가 하천에 투입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지역 환경단체 관계자는 “과거 이곳은 은어가 살던 맑은 하천으로 피라미와 참게도 많았던 곳”이라며 “풍수해 대비라는 미명하에 하천 바닥을 막무가내로 준설하는 것은 수생태나 하천환경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근시안적 행정의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이곳에서 진행되는 것은 과거 어치 계곡이나 봉강에서도 시행했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환경파괴 행위로, 당시에도 환경친화적인 방식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환경단체의 반발이 많았다”고 아쉬워했다.

공사와 관련 광양시 관계자는 “하천을 준설해 달라는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장비가 투입됐다”며 “몇 년 동안 못해오다 이제야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공사를 하다보면 흙탕물 발생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이 정도로는 하천의 수생물이나 물고기는 죽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광양시는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여름철 풍수해 대비에‘총력’을 기하고 있다”며 “재해위험지구와 대형공사장, 급경사지  등에 대한 점검과 정비를 완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정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