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무릎쓰고 타인 생명 구한 영웅들
위험 무릎쓰고 타인 생명 구한 영웅들
  • 지정운
  • 승인 2010.08.23 09:49
  • 호수 3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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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도 지났지만 기상청은 폭염주의보를 연일 발령하고 있다. 더위 탓에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며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몸을 던져 타인의 생명을 구해낸 영웅들이 우리 주위에도 있어 그들을 만났다.

봉강면사무소 김강오 씨
밤 바다에 빠진 대학생 구조

▲ 김강오 씨
봉강면사무소에서 기능직으로 일하는 김강오(46)씨는 낚시를 무척 좋아한다. 김씨가 물에 빠진 대학생을 구해낸 것은 지난 12일 밤 12시 쯤이다.

율촌 산단에 있는 방파제를 찾아 낚시를 하던 김 씨는 건너편 방파제에서 낚시를 마치고 나오던 아버지와 아들이 물에 빠지자 이들을 구하기 위해 인근 공사장에 둘러쳐 있는 로프를 돌로 찍어 잘라냈다. 김 씨는 당시 아버지가 물에 빠져 아들에게 살려달라고 하자 아들이 물속에 뛰어들어 둘 다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김씨는 “같이 낚시온 후배와 함께 25미터정도의 로프를 잘라 던졌는데, 너무 멀리 던져서 로프 끝이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며 “순간 들어가야 하나 망설였지만 죽어가는 사람을 외면할 수 없어 줄을 잡기 위해 물속으로 들어갔는데 다행히 가슴까지 물이 차서 끌어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물에 빠진 젊은이를 건져냈을 때는 거의 의식이 없는 상태로 겨우 숨이 붙어있는 것 같아 머리를 낮추고 가슴을 압박했더니 물을 토해 내고 숨을 내 쉬었다”며 “응급조치를 한 후 119에 인계해 목숨을 살렸다는 것이 가슴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와 아들이 한곳에 빠져 있는 것을 분명히 본 것 같은데, 아들만 밧줄을 잡고 나왔다”며 “그 순간에도 아버지가 아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포기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김씨가 건져낸 사람은 양모(19)군으로 아버지(47)와 함께 낚시를 온 대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 ‘계곡산장’ 주인 빈정안 씨
물에 떠내려가는 모녀 살려내

▲ 빈정안 씨
진상에서 계곡산장을 운영하는 빈정안(37)씨는 급류에 떠내려가는 모녀를 살려낸 경우다.
빈씨는 지난 17일 오후 3시쯤 자신의 식당에서 점심 장사를 마치고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그때 식구 중 누군가가 “계곡물에 사람이 떠내려간다”는 소리를 질렀고, 빈씨는 곧바로 밖으로 뛰쳐나왔다. 당시 인근에는 건장한 장정 여러 명이 있었지만 누구 한사람도 물에 들어가는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빈씨는 “엄마가 먼저 떠내려가고 뒤에 딸이 내려오고 있었는데, 엄마는 놓쳐버렸고 뒤의 딸을 구해낸 후 다시 물길로 뛰어 들어 약 100미터를 헤엄쳐 내려가 엄마를 구해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구조 당시 딸과 엄마는 모두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 다행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나중에 구조된 엄마는 거의 실신 직전에 있어 건져낸 후 30~40분 동안 전혀 움직이지 못할 정도였다”고 당시의 긴박감을 표현했다.

이날 빈씨가 구해낸 사람들은 광주에서 피서를 위해 진상 어치계곡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일로 인해 빈씨는 노모와 아내에게 싫은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는 “충분히 저라도 자식과 남편 걱정에 그렇게 얘기 했을 것”이라며 “그래도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 그냥 있을 수 없어 나도 모르게 뛰어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빈씨를 보고 진상자율방범대 허주율 대장은 “우리 방범대의 사무국장을 맡아 모든 일에 적극적인 대원”이라며 “남을 위한 봉사에 항상 앞장 서 모범을 보이고 있다”고 추켜세웠다.
진상 토박이 빈씨는 현재 이곳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아내와 사이에 3남매를 두고 있는 가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