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 복구, 정부가 나서 육상이전 추진해야
항구 복구, 정부가 나서 육상이전 추진해야
  • 박주식
  • 승인 2010.08.30 09:43
  • 호수 3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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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부지 안정화와 육지화가 또다른 대안

지난해 8월 23일 광양제철소 동호매립지 제방도로가 바닷가로 밀려나면서 도로가 파손되고 제방 내에 위치한 인선ENT(주)의 4단계 폐기물 매립장이 일부 침하되는 사고가 발생한지 1년이 경과됐다. 그동안 포스코와 인선이엔티는 매립장 하중을 줄이고 제방이 밀려나는 것을 막기 위한 압성토 공사 등 응급복구를 마무리 하고 항구복구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에 광양신문은 동호페기물 매립장 사고 1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경과와 남은 과제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주>

2009년 8월 23일 오전 5시30분경 광양제철소 동호매립지 제방도로가 바닷가로 밀려나면서 도로가 파손되고 제방 내에 위치한 인선ENT(주)의 4단계 폐기물 매립장이 일부구간이 침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도로가 균열된 틈에서 백탁수와 악취를 동반한 침출수가 흘러나와 주변 해역을 오염시켰다.

▲ 동호 매립지 붕괴로 갈라진 도로

사고가 나자 영산강 환경유역환경청과 시, 광양제철소, 인선ENT(주) 등 관계기관과 업체는 사고 경위 파악과 함께 원인규명을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한편 침출수 유출 방지를 위한 응급복구에 나섰다.

사고발생 이틀 뒤인 8월25일 영산강유역환경청 주관 하에 (사)한국지반공학회를 통해 사고원인 및 복구방안을 강구키로 포스코, 인선이엔티 및 광양시청이 협의했다. 또한, ‘09년 9월초 순천지청 특별수사팀(광양시 3명, 영산강청 2명, 검찰 3명)이 운영되었고, 검찰측 제안으로 지역교수 5명, 지방언론 1명, 어민회 1명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이 구성돼 (사)한국지반공학회 용역결과의 검증과 사고원인에 대한 조사를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사고원인 책임공방

이후 포스코와 인선이엔티는 사고 원인을 두고 치열한 책임공방을 이어갔다.
동호안 제방은 인선이엔티 매립장이 건설되기 약 10여 년 전에 조성돼 안정성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에서 운영된 시설물이며, 이후 조성된 인선이엔티 폐기물 매립장은 동호안 제방과는 별개로 운영되어온 시설이라는 것이 포스코의 주장.

이에 따라 폐기물 매립장 침하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선이엔티 매립장 설계 및 시공의 부실로 특히, 인선이엔티는 매립장 하부가 연약지반인 점을 간과하고 지반개량을 안정성이 확보될 수 있는 만큼 충분하게 실시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사고 발생 전 매립장 외해측으로 백탁수 현상이 있어 인선이엔티에서 이를 차단하기 위해 시트파일 공사를 진행 중에 천공 후  즉시 시트파일을 관입하지 않아 천공구간에서 침하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선이엔티는 포스코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천공 때문에 침하가 발생했다면 오거링 작업이 되어있는 곳에 크랙이나 파괴가 일어나야 되는데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고 도로방향으로 횡 크랙이 다량 발생한 것은 오거링으로 인한 문제가 아니라 도로 제방이 자체적으로 움직였다는 증거가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매립장의 하중 부담이 아닌 도로의 부실 또는 다른 이유로 인하여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 인선이엔티의 주장.

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사고원인용역을 실시한 한국지반공학회는 ‘09년 12월 매립장은 연약지반으로 취약하고 집중호우로 동호안 수위상승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며 책임소재를 명확히 가리지 못해 책임공방을 가중시켰다.

국정감사와 응급복구

결국 이일은 조뇌하 당시광양제철소장과 오종택 인선이엔티 회장 등을 증인으로 출석시킨 가운데 영산강유역환경청 국정감사장 심문으로 이어졌다.
이날 환노위 의원들은 동호제방 붕괴사고 원인을 두고 광양제철소와 인선이엔티가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동안 응급복구 등 사고수습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음을 질책했다.

▲ 국회 환노위 의원들의 현장방문

또 영산강유역환경청과 전라남도에 대해선 사전에 관리 감독에 철저를 기했다면 이번 사고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관리 소홀을 추궁했다.
이와 함께 환경단체와 지역 언론 등이 동호안의 붕괴 위험을 여러 번 경고했는데도 환경청이 안일하게 대응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며 영산강청과 전남도, 광양시, 광양제철소, 인선이엔티가 모두가 하나 돼 우선 침출수 유출이 완벽하게 차단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추미애 위원장은 “동호가 조성초기엔 단순한 물막이용 이었을지라도 10년간 준설을 하는 과정에서 동호 수심이 8m~20m까지 깊어져 저절로 제방처럼 됐다”며 “압력에 대한 대비는 물론 준설에 따른 제방 보강책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광양제철소를 질타하기도 했다.

국감장에서의 응급복구 지연에 대한 지적에 따라 포스코와 인선이엔티는 소요비용은 선시행하고 향후 책임소재가 밝혀지면 비용을 분담키로 협의하고 각각역할을 분담해 동호제방 붕괴사고 현장에 대한 응급복구 공사가 시작됐다.

인선이엔티 측은 매립장의 하중을 줄이기 위해 3단계 매립장의 폐기물을 걷어내고, 광양제철소는 제방이 밀려나는 것을 막기 위한 압성토 공사와 침출수의 유출을 막기 위한 차수벽 공사를 각각 맡아 진행했다.
인선이엔티는 3단계 매립장의 하중을 경감시켜 2차 붕괴를 예방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포스코는 매립장의 2차 붕괴를 예방하기 위해 반대편 융기지점에 압성토 시공과 함께 침하된 매립장에서 유출되는 침출수의 해양유출 방지를 위해 매립장 3단계~5단계에 걸친 구간에 지중차수벽을 설치했다.

 항구복구방안과 과제

이어 영산강유역환경청과 광양시, 포스코, 인선이엔티, 환경단체 등은 ‘09년 11월, 사고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동호 매립장 응급복구 및 항구복구방안 협의에 착수했다.
대책위는 매립장의 영구적인 안전성확보와 광양만 환경보호를 위해 매립장 육상이전 방침을 확정했다.
그러나 이번엔 이전비용 등을 둘러싼 포스코와 인선이엔티의 갈등으로 응급 복구공사만을 마무리한 채 항구적 복구방안으로 마련한 육상이전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포스코는 영산강유역 환경청 등 관계기관이 사업주체가 돼 육상이전을 완료한다면 해당 부지에 대해 설비 확장부지로 사용이 가능한지 면밀히 검토 후 경영층에 매입을 건의한다는 계획이다. 이전비용에 대해선 아직 명확한 입장이 없다는 것이 공식입장.

반면 인선이엔티는 △사고가 발생한 4단계 매립장에 대한 외부 차수시설 설치 후 안전성을 조사해 잔여매립장(5단계) 사용을 추진하면서 부지는 인선이 소유 △포스코가 이전비용 350억원을 부담할 경우 인선이엔티에서 이를 재원으로 육상으로 이전하고 부지는 인선이 소유 △포스코가 550억원을 부담할 경우 인선이엔티에서 육상이전하고, 부지는 포스코가 소유 △포스코에서 250억원에 사업권을 인수해 포스코가 육상으로 이전하고 인선은 사업을 철수하는 안 등 4가지를 포스코 측에 제안하고 있다.

▲ 침출수와 압성토 응급복구 현장


인선이엔티 관계자는 “조금만 양보하면 해결 방안이 나온다. 포스코가 자기 잘못이 전혀 없다는 인식을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며 “설사 포스코의 잘못이 0%라 하더라도 빠른 복구를 위해선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으로서 먼저 시행하고 법원 판결 후 정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상태에서 안정화 하고 철수 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알 수 없는 미래를 생각한다면 육상이전 방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으며, 당장 부담능력이 없으니 포스코가 먼저 자금을 지원해주길 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육상이전이란 항구복구 방침을 마련하고도 수개월째 논의만 계속 하고 있다보니 정부가 직접 나서 선 해결 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지금은 관이 포스코와 인선이엔티가 항구복구에 나서도록 중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환경재난 차원에서 문제해결을 먼저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과정이야 어찌됐던 피해는 지역주민의 몫”이라며 “실무회의에선 답이 안나오니 최초 원인자인 환경부가 직접 나서 국가차원에서 안전하고 적합지역으로 폐기물을 옮기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호 폐기물 매립장은 애초 환경부가 설치해 인선에 판 것으로 사고가 날수 있는 지역에 사업장을 설치하고도 이제 와서 몰라라 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잘잘못은 재판 후 따져 묻더라도 환경재앙을 막는데 우선 나서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육상이전보단 현재 부지를 안정화 하고 응급복구를 한 압성토 구간만큼을 동호제방을 따라 추가 매립해 매립장을 육지화 하는 방안이 또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어차피 동호는 육지가 될 부지이고 매립장 외해 쪽을 더 매립한다면 폐기물 매립장이 육상이 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 방안은 국토해양부의 공유수면매립 인허가가 있어야 가능하다. 압성토 응급복구조차 원상복구를 단서로 추진됐으니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또 다른 대책위 관계자는 “육상이전에 따른 매립지확보와 민원, 비용 등을 감안한다면 현 부지를 육지화 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오히려 수월할 수 있다”며 “국토해양부가 보존해야할 공유수면은 매립을 허가 하면서 동호 외해 일부 매립을 반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한편, 동호폐기물 매립장 원인규명을 위한 포스코와 인선이엔티의 법정공방은 아직도 진행형. 현재 인선이엔티는 폐기물 관리법위반과 횡령, 뇌물공여에 따른 형사재판과 포스코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민사재판을 진행 중이다. 또 포스코도 인선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민사재판을 청구해 진행 중이다.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순천지원은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6차례에 걸쳐 사고원인에 대한 민ㆍ형사상 책임에 대해 공판 및 증인심문을 진행 중에 있다. 재판부는 그동안의 조사와는 별개로 사고원인 감정단을 통해 감정결과를 구하고 그에 따라 판결이 내려질 전망으로 최종판결까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동호 매립장 붕괴사고 진행경과

2009년
8월23일 : 동호 매립장 붕괴사고
9월 2일 : 순천지청 특별수사반 편성 수사착수
9월 7일 : 영산강유역환경청 주관 한국지반공학회 원인조사 착수
10월19일 : 국회 환노위 국정감사 현장시찰 및 국정감사 실시
11월 26일 : 사고대책위원회 구성운영
11월17~2010년 2월5일 : 지중차수벽 시공
11월22일~2010년5월10일 : 압성토 시공
12월21일 : 한국지반공학회 원인조사 결과 발표

2010년
3월18일~ : 순천지원 1~6차 공판 (7차 공판 9.30 예정)
3월29일 검찰 수사결과발표
4월15일 : 사고대책위원회의(항구복구방안 논의-매립장을 육상으로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