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천 100주년 기념은 ‘말로 만’
매천 100주년 기념은 ‘말로 만’
  • 지정운
  • 승인 2010.11.01 09:19
  • 호수 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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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잇기 위한 ‘이엉’ 생가에 마구 쌓아 보관


봉강면에 위치한 매천 생가가 지붕에 얹을 이엉이 널려있는 등 관리 상태가 허술해 100주년을 무색케 하고 있다. 지난 26일 찾은 매천 생가는 짚단이 온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어 마치 짚단을 쌓아 보관하는 허름한 창고로 보였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여름을 넘긴 지붕 곳곳에서 풀이 자라고 있고 곳곳이 푹푹 꺼진 곳을 보고 바로 이 짚단이 지붕을 덮기 위한 이엉이란 것을 알았지만 이런식으로 관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관광객 정순영씨(34ㆍ여ㆍ서울 서초구 양재동)는 눈살을 찌뿌리며 “이엉을 따로 보관했다가 지붕작업을 할 때 사용하면 될 것을 왜 이곳에 쌓아둬 멀리서 온 사람을 헛걸음하게 하느냐”며 “기본이 돼 있지 않다”고 비난했다.

정씨는 또 “구한말 우국지사로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의 생가라 해서 정갈하게 정돈된 모습을 상상하고 찾았는데 실망했다”며 “마당에 있는 안내판의 내용도 거의 다 지워져 있는 등 수준 이하”라고 혹평했다. 함께 이곳을 방문한 선모씨(43ㆍ여ㆍ광영동)는 “만약 이곳에 누군가 담뱃불이라도 던지면 바로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며 “세심한 관리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시에 확인한 결과 이곳에 쌓여있는 짚단은 지붕을 얹기 위한 이엉으로, 매년 지붕에 이엉을 얹어오던 마을 주민이 미리 이엉을 엮어 생가에 보관해 온 것이란 설명을 내놨다. 시 관계자는 “아직 발주도 안했는데 주민이 먼저 이엉을 만들어 보관했다”며 “당장 지붕을 얹어 관광객의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매년 이맘때면 해오던 주민의 행동이 현장 확인을 하지않는 공무원을 혼쭐나게 한 셈이다.

한편, 광양시는 지난 9월 10일 오전 매천 선생의 생가가 있는 봉강면 석사리 매천유적 공원에서 성대한 순국 100주년 추모식 행사를 가진데 이어 오후에는 문화예술회관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매천 선생을 지역 대표하는 전국적인 인물로 부각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매천 황현선생은 1855년 광양시 봉강면 석사리의 한 마을에서 태어나 청년 시절 상경하여 빼어난 시작(詩作) 활동을 하며 문사들과 교유했다. 매천은  이건창, 김택영과 함께 한말 삼대 시인으로 명성을 얻었다. 매천은 보거과에 응시하여 1등을 했으나 시골 출신이라고 2등으로 낮추고 끝내 떨어뜨리는 잘못된 현실에 부딪혀 실망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구례에서 호양학교를 세우고 신문학을 가르치다가 1910년 9월 10일 한일병합 사실을 뒤늦게 전해 듣고 절명시 4수를 남긴 뒤 56세로 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