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 없는 육상이전 보다 현부지 안정화가 새로운 대안
가능성 없는 육상이전 보다 현부지 안정화가 새로운 대안
  • 박주식
  • 승인 2010.11.08 09:23
  • 호수 3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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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마다 다른 목소리…문제 해결 어려워

동호 폐기물 매립장 붕괴사고가 사고발생 1년 3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동호 매립장은 지난 5월 매립장의 2차 붕괴를 예방하기 위해 반대편 융기지점에 압성토 시공을 한 응급복구 공사이후 더 이상의 진전 없이 허송세월만 하고 있다.

말 그대로 응급복구단계에 머물고 있음에 따라 예기치 못한 상황발생으로 추가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음에도 별다른 대책을 마련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동호 매립장 문제 해결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는 이해당사자들 모두의 책임이다. 

광양시와 영산강유역환경청, 포스코, 인선이엔티, 민간환경단체협의회, 광양환경연합, 동호사태비상대책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동호사고대책위원회’의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평가하고, 실현 가능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동호사고대책위원회’는 지난 4월 동호 폐기물 매립장의 항구적 복구방안으로 매립장을 육상으로 이전하는 것에 합의했다. 이후 대책위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수차례 회의를 갖고 사고에 책임이 있는 포스코와 인선이엔티에 실천방안 마련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결과는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현재까지도 처음 그 자리에 머물고 있다. 이는 이전비용 부담에 대한 합의를 이룰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선이엔티는 포스코가 전혀 잘못이 없다는 인식을 바꿔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으로서 먼저 복구공사를 시행하고 법원 판결 후 정산하길 원하고 있지만 아무 잘못이 없다는 입장인 포스코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포스코는 영산강유역환경청 등 관계기관이 사업주체가 돼 육상이전을 완료한다면 해당 부지에 대해 설비 확장부지로 사용이 가능한지 면밀히 검토 후 매입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일이 이렇게 되자 대책위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동호사태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9월 기자회견을 갖고 “항구적인 복구방안을 두고 자사 이익만 고집하고 있는 양사의 행위를 더 이상 용납 할 수 없다”며 “항구복구 지연의 모든 책임이 환경부 장관과 이명박 대통령에 있는 만큼 책임을 지고 광양만의 환경과 어민들의 생존권을 지켜줄 것”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여기까지 만을 짚어본다면 책임을 회피하고 항구 복구에 나서지 않는 포스코와 인선이엔티, 그리고 책임 있는 행정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잘못쯤으로 귀결된다. 

실현가능한 대안 마련돼야

그러나 동호 폐기물 매립장의 항구복구방안은 근본적으로 재논의가 필요하다. 동호 폐기물 매립장의 육상이전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항구 복구 방안이다. 바다와 접하고 있는 폐기물 매립장을 육상으로 이전함으로써 각종 위험요인으로 인한 추가붕괴 위험과 환경오염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육상 이전이란 원안엔 모두가 찬성이다. 하지만 실현가능성에 대해선 모두가 회의적이다. 그렇다면 대책위는 실현 불가능한 대안을 마련하고 명분을 지키기 위해 이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인가란 의문이 든다. 육상이전은 현실적으로 ‘육상이전을 한다고 치고 어디로 할 것인가’란 가장 첫 번째 문제에서 부터 벽에 부딪친다. 이미 육상이전은 불가하다는 것을 누구나 깨달을 수 있다.

환경부가 원죄가 있기 때문에 직접 나서서 광양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매립장을 이전하라는 요구도 있지만 광양에서도 갈 곳이 없는 폐기물을 받아줄 지자체가 있을 리 만무하다. 지역 내에서 육상이전이 추진된다면 대상지는 사곡(죽림리)일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지역주민이 받아 줄 것인가에 앞서 행정적으로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최근 죽림에 건립이 추진됐던 의료폐기물 소각장 계획이 결국 무산된 일이 있다. 국무총리실 행정심판위원회가 지난달 12일 e-조은산업이 영산강환경유역청과 광양시를 상대로 제기한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설치 사업계획 부적정 통보 무효 심판건에 대한 심의에서 e-조은산업의 청구를 기각한 것.

의료폐기물 소각장설치 사업에 대해 광양시가 이 지역이 2015 광양 도시관리계획에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지역으로 지정 고시된 것을 들어 의료폐기물 소각장 시설 설치 부적절 의견을 제시함에 따라 행정심판이 청구됐었던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곳에 폐기물매립장이 유치된다면 또다시 행정심판에 휘말릴 소지가 있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행정일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설령 행정적으로 절차를 잘 마무리 했다손 치더라도 지역주민의 민원을 해결해야 한다. 아무리 안정화 조치를 잘한다고 하더라도 지진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차수막에 손상이나 지하수 오염 등이 염려되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설득력을 얻고 있는 안이 현 부지에 안정화란 또 다른 대안이다. 육상으로 이전이 불가하다면 현재 부지를 육지화 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합의가 우선

현재 동호 폐기물 매립장과 관련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민간단체는 ‘동호사고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동호사태비상대책위원회와 민간환경단체협의회, 환경운동연합, 시민단체 협의회 등이다. 동호사태비상대책위원회는 환경보호국민운동본부와, 광양만녹색연합, 광양진보연대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광양진보연대는 다시 노동단체와 어민회 등으로 구성돼 있다.

동호 폐기물 매립장 문제가 지역의 큰 현안이긴 하지만 목소리를 내는 단체가 너무 많다. 그러다보니 의견이 하나로 통일되지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광양진보연대, 광양만녹색연합 등 동호사태비상대책위원회는 “항구적 복구방안으로 육상이전은 원칙적 합의이기 때문에 이를 실현하기위해 먼저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문제해결의 당사자인 기업은 물론 영산강유역환경청도 항구복구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니 환경부가 문제해결에 나서 달라는 것”이라며 “기업들이 법정 공방 중이긴 하나 모두가 책임이 전혀 없을 수는 없기 때문에 복구비용을 먼저 공탁해 육상이전을 추진하되 장소 등은 다음순위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또 다른 비대위 관계자는 “환경부가 나서 기업들이 공탁을 하게하고 육상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빠른 방법이라 생각 하지만 현실적으로 갈 곳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간환경단체협의회는 육상이전은 실현 가능성도 희박할 뿐만 아니라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이 현부지에 안정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환경보호국민운동본부는 어쨌거나 현재 부지는 적절치 않음에 따라 최소한 동호매립장 내 다른 부지로 라도 이전을 주장하고 있다. 광양환경운동연합은 육상이전이 원안이나 이 역시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음에 따라 현부지에서 안정화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최초 매립장이 조성될 때 완벽하게 시공하겠노라고 했지만 결국 사고가 발생한 만큼 항구복구에 환경부가 나서 완벽한 공법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단체마다 목소리가 제각각이다보니 하나로 의견을 통일하는 작업이 우선돼야한다는 지적이다. 안 되는 일을 계속 고집하는 것은 트집밖에 되질 않기 때문에 차선이라도 되는 일을 함께 추진하자는 것이다.

‘동호사고대책위원회’관계자는 “항구적 복구방안으로 채택된 육상이전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돌아와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실현가능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단체들이 각기 목소리 내고 단체 이익만 추구하다 보니 일 진행이 안 되거나 더딘 만큼 통일된 하나의 안을 합의하고 이를 함께 추진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붕괴된 매립장을 안정화 해 추가 위험요소를 줄이고 동호 내 물 유출 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불가한 육상이전보단 현부지에서 안정화 하는 방안을 한 목소리로 집약해 건의한다면 정부도 이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동호관련 제 단체와 기구는 동호의 항구적 복구를 위해 실현가능한 합의를 먼저 마련해야한다. 그 대안이 현재 매립장 부지를 안정화하는 것이다. 현 부지의 안정화 방안은 사고 구간을 압성토를 시공해 응급복구를 한 것처럼 매립장 시점 이전부터 매립장 종점 이후까지의 동호 외해를 추가 매립하고, 동호 내는 폐기물 매립장 구간을 먼저 매립해 매립장을 육지화 하는 것이다.
매립된 폐기물은 여유가 있는 5단계 매립장에 4단계를 옮기는 식으로 단계별로 시설 보완과 함께 옮길 수 있다.

물론 이도 쉽게 진행될 일만은 아니다. 정부로 부터 공유수면 매립허가를 득하는 데만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가능한 육상이전보단 여러모로 실현 가능한 방안이다. 더구나 지역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 일관되게 정부에 요구한다면 압성토 응급복구의 예와 같은 일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다행히 각각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것과 이를 위해 자리를 함께하는 것엔 단체들이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이들의 모임이 자리만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광양의 미래를 위해 사심을 버리고 실현가능한 대안에 합의할 수 있길 바란다. 동호 폐기물 매립장 문제 해결의 시작은 지역의 의견을 하나로 만드는 것에서 부터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