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인사 무시하고 방송사 기다린 학교
초청인사 무시하고 방송사 기다린 학교
  • 지정운
  • 승인 2010.11.08 09:58
  • 호수 3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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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실고가 올해도 가을꽃의 대명사인 국화를 소재로 스물여덟번째 국화 전시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한 포기에서 수십, 수백 송이를 피우는 다륜대작 , 또 이렇게 키운 것을 특별한 형상으로 틀을 짜서 꽃을 배열하는 형상작 등이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 속에서 화려하고 웅장한 자태는 아니지만 학생들의 노력과 꽃으로 피어난 결실을 바라보며 흐뭇해했다.

하지만 3일 있었던 국화 전시회의 개막식 행사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오전 10시로 예정된 개막식이 11시를 넘겨 진행되는 바람에 초청 인사들을 장시간 기다리게 한 것.

이유를 묻자 학교 관계자는 모 방송사의 취재 편의를 위해 이들이 도착할 때 맞춰 행사를 시작한다는 어이없는 답변이 되돌아 왔다. 정확한 시간은 언제냐고 묻자 도착하는 시간이란다. 이어 들리는 소식은 학교를 찾아오던 방송 차량이 교통사고 지점을 통과하면서 더 늦어진다는 것이었다. 참석자들은 연신 시계를 바라보며, 아직 제대로 피지 못한 국화에 연신 눈길을 주며 당황스러움을 감췄다.

학교 측은 개막식에 참석한 인사들에게 사정을 설명하며 이해를 구했지만 기다려달라는 쪽이나 무작정 기다리는 쪽이나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만약 기다리는 인사가 교육부 장관이나 교육감이었다면 과연 학교는 이들을 기다리게 했을까? 또한 방송사가 예정치 못한 일로 참석하지 못했다고 연락 왔다면 과연 행사를 취소시켰을까? 시청자들에게 바로 소식을 전할 수 있는 방송사의 특성을 감안하면 어려운 전문계고의 처지에 조금이라도 성과를 알리려는 학교 측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내가 불편하면 남도 불편한 법이다. 다 이해하는데 왜 그리 호들갑이냐고 되물을지도 모른다. 이곳은 교육기관이다. 교육기관이 행사 시간 약속을 공지했다. 그렇다면 특별한 경우가 발생하지 않는 한 지켜야 한다.

방송사 도착이 과연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기에 충분한 ‘특별한 경우’인지 묻고 싶다.
이날 이 자리에 참석한 초청 인사들은 결국 학교에게 철저히 무시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요즘 세상이 이런 식으로 별 볼일 없는 사람을 무시한다.  초청 인사보다 방송 카메라가 중요시되는 현실…참 서글픈 세상이다.

지정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