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식 소장님! 드래곤즈 전용구장 한번 가 보십시오
김준식 소장님! 드래곤즈 전용구장 한번 가 보십시오
  • 이성훈
  • 승인 2011.02.21 09:55
  • 호수 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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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드래곤즈 올 시즌 홈 개막전은 일요일인 오는 3월 13일 오후 3시 포항과의 대결이다. 요즘 전남 구단 사무실 직원들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를 정도로 개막전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직원들은 개막전에 팬들이 경기장에 가득 찰 수 있도록 다양한 홍보를 준비하고 있다. 선수들이 승리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뒷바라지 하고, 개막전에 초청될 내ㆍ외빈들에 대한 의전을 점검하고, 팬들을 불러 모을 비책을 찾는데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드래곤즈 전용구장을 가보면 가장 기본적이고 반드시 필요한 팬서비스 부문에서 실망스러울 뿐이다. 바로 경기장 ‘의자’ 때문이다. 경기장에 있는 1만 4천여석의 의자는 대부분 낡았다.

부분적으로 교체한 의자도 있지만 극히 일부분이다. 20년 된 의자들은 빛이 바랬고 표면 코팅은 거의 다 벗겨졌다. 팬들은 의자에 앉기 위해서는 신문지를 깔거나 아예 의자 위에 서서 경기를 봐야 한다.

의자 사이의 간격도 좁고 의자 면적 또한 작아 요즘 사람들의 체형에는 도저히 맞지 않는다. 어른들이야 조금 고생을 한다고 치자. 가족 팬들과 어린이들, 여성팬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이들을 안심하고 의자에 앉힐 수 있는 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깔끔하게 경기를 보고 싶어 하는 여성팬들은 낡아빠진 의자를 보며 앉아야 할지, 서서 봐야할지 여간 고민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게 과연 축구 전용구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한심할 정도다.

문제는 현재로서는 의자 교체에 대해 어떠한 대안도 마련된 것이 없다는 것이다.
드래곤즈 전용구장 관리는 구단의 모기업이자 최대 스폰서인 광양제철소에서 하고 있다. 광양제철소 측은 예산이 없어 올해는 물론 언제 의자를 교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대답이다. 교체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현실이 따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드래곤즈 전용구장 의자 교체에 드는 비용은 약 15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지난해 32조 6천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고 올해 매출액 목표는 36조원이다. 이런 대기업에서 예산이 없어 경기장 의자 교체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팬들 입장에서는 선뜻 이해하기가 어렵다. 

특히 홈경기에는 포스코 직원과 외주파트너사 직원들이 가장 많이 찾고 있어, 직원과 가족들을 배려한다는 측면에서라도 전용구장 의자는 바꿔야 한다.

전남 드래곤즈의 탄생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측면에서 만들어진 전남도민에 대한 배려이다. 선물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 성의가 없는 선물을 받는다면 그 기분은 어떠하겠는가. 기업의 어려움도 이해가 가지만, 시민들에 대한 배려라면 경기장 의자 정도는 교체해 줘야 되는 것 아닌가 싶다.

오는 13일 개막전이 열리면 김준식 광양제철소장을 비롯한 외주사 대표, 시의 주요 인사 등이 경기장을 찾을 것이다. 이들의 좌석은 본부석에 마련돼 있어 편안하게 경기를 관람할 것이다. 본부석 좌석은 넓고 깨끗하고, 지붕 까지 있어 일반석과는 비교가 안된다. 또 의전을 담당하는 직원들도 있어서 본부석에 초청된 인사들은 편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그렇기에 본부석 맞은편 일반석에 앉아 응원하는 팬들의 고충은 전혀 알 수 없다. 그들이 땡볕에서 낡아빠진 의자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는 것에 관심이 없으니 말이다. 시간이 나면 김준식 소장은 개막하기 전 전용구장을 한번 둘러보길 부탁드린다. 팬들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 팬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한 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팬들은 좀 더 편안한 자리에서 여유를 가지고 경기를 보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요구 아닌가.

시기적으로 올해 교체가 어렵다면 내년에라도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조치되었으면 하는 팬으로서의 바람이다. 광양제철소의 통 큰 결정을 기대한다.
                                 
이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