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노블리스 오블리주’
이제 ‘노블리스 오블리주’
  • 광양신문
  • 승인 2006.09.13 16:10
  • 호수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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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평규 / 행정학 박사
서구의 태교법과 우리의 그것이 정반대다. 한국태교는 더러운 것은 보지도 만지지도 말고, 삐뚤어지거나 상처 있는 과일도 먹지 말고, 사소한 일에 싸우지 말고 흉측한 물건은 주변에 두지 말라고 하며, 아름다운 사진을 방안 가득 붙여놓고, 좋은 음악을 듣고 좋은 일만 생각하라고 한다.

그러나 서구에서는 임신을 하였으니, 일을 미루지 말고 지금 다 하지 않으면 안 되며, 감성이 풍부한 아이로 만들기 위해 노숙자 촌이나 장애인 또는 말기암, 에이즈 환자촌 등에서 자원봉사를 해야 한다는 의식이 있다. 가장 고통스럽고 가장 불쌍한 사람들을 많이 보여주어야 뱃속의 아이가 통 큰 아이가 된다는 논리다.

미국의 몇 몇 주는 임신한 부부에게 학습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태교 교실에서 비타민과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을 먹으라는 충고와 함께, 임신한 부부 뱃속의 아이는 자신들의 소유가 아니라 사회구성원, 경제활동인구이므로 태아에게 영양분을 공급, 잘 키워서 지역사회 일꾼으로 내 놓을 의무가 있다.”고 요구한다.

이러한 교육이 다민족 이민국가인 미국이 다양한 문화의 민족들로부터 애국심, 사회의무감, 국가공동체 형성을 위해 실시되고 있는 것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이다.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 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봉사, 기부, 헌납의 전통을 낳았고 이러한 행위는 의무인 동시에 명예로 인식되면서 자발적이고 경쟁적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귀족 등의 고위층이 전쟁에 참여하는 전통은 확고했는데, 로마 건국 이후 500년 동안 원로원에서 귀족의 비중이 15분의 1로 급격히 줄어든 것도 계속되는 전투 속에서 귀족희생이 많았기 때문이다. 

제1, 2차 세계대전에서는 영국의 고위층 자제가 다니던 이튼칼리지 출신 중 2천여명이 전사했고, 포클랜드전쟁 때는 영국 여왕의 둘째아들 앤드루가 전투헬기 조종사로 참전하였다.

6·25전쟁 때에도 미군 장성의 아들이 142명이나 참전해 35명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했고, 당시 미8군 사령관 밴 플리트의 아들은 야간폭격 임무수행 중 전사했으며,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의 아들도 육군 소령으로 참전했다. 중국 지도자 마오쩌둥이 6·25전쟁에 참전한 아들의 전사 소식을 듣고 시신 수습을 포기하도록 지시했다는 일화도 있다.

미국의 대통령이 되려면 반드시 자녀들을 전쟁에 참전시키는 것이 통념이다. 콜롬비아 법대를 다닌 미국의 테디 루즈벨트 대통령은 사법시험에 합격한 엘리트로서 6명의 자녀를 두었다. 그중 아들 4명, 즉 제임스, 플랭클린 델라노 주니어, 엘리옷, 존 등 모두가 2차대전에 장교로 참전했고 용감한 전투경력으로 훈장들을 받았다.

   이들은 머리를 쓰는 전략보다는 몸을 던지는 용감한 행동으로 유명한데, 테디 루즈벨트의 삼촌들 또한 1차대전에 참가하였고, 그의 딸은 간호사로서 전쟁에 참가했었다.

린던 존슨 대통령의 두 딸 중 첫째 딸은 해병대장교와 결혼하였는데, 베트남전쟁에 참전하였고, 둘째사위는 해병대 예비군이었다가 대통령의 사위라는 이유 때문에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

그는“내 자식을 전쟁에 보내지 않고 남의 아이만 전쟁에 보낼 수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아이젠하워의 아들 존 쉘돈 다우드 아이젠하워는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엘리트 장교로 2차대전에 참전하여 혁혁한 전공을 세워 2차대전 영웅으로 훈장을 받았고 한국전쟁에도 참전하였다.

현재 지구촌인구 60억이 2050년에는 93억 명으로 늘어난다. 인도가 16억 중국이 14억이고 한국은 겨우 4천만이 된다. 정보공유로 1인 에너지발생량이 동일하여 1당 100은커녕 1당 2도 못하는 시대가 온다. 선진국처럼 고령인구를 부양해줄 후손들의 교육과 양육은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It takes a whole village to raise a child)라는 말이 있듯이,  노블리스 오블리주 운동을 적극 실천해야 한다. 이 운동은 어려운 이웃의 문제를 내문제로 생각하고 내 자식과 후손이 살아가야 할 좋은 마을을 남겨주자는 운동이 되어야 하며 이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의 공동체교육이 필요하다.

노블리스 오블리주 활동의 중요성은 미래사회에 뿔뿔이 흩어지는 개개인의 이기주의 사고와 공동체의식 소멸로 지구촌 컨센서스 만들기나 활동 동참을 이끌어 내기위한 유일한 방안으로, 이제 노블리스 오블리주 실천만이 대안인 시대가 오고 있다.(본 내용은, UN미래포럼 박영숙한국대표의 글 “사회복지는 왜 미래산업이며, 미래사회복지 모습은?”에서 인용했음을 밝힌다.)

입력 : 2006년 08월 0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