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 적지만 나누고 살거예요
가진 것 적지만 나누고 살거예요
  • 광양뉴스
  • 승인 2011.06.07 09:34
  • 호수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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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비타트 입주자 최미단씨 입주 수기


2004년 6월 6일은 저희부부가 결혼한 날입니다. 행복에 겨운 결혼이었고 하나님의 축복처럼 아이도 갖게 되었습니다. 매일 매일이 감격스러웠고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의 깊이를 확인해가며 더없이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제 아이가 26주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행복했던 만큼 가슴 저미는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응급실에서 수술을 하고 제대로 생명을 이어갈지도 모르는 핏덩이를 인큐베이터에 넣어야 했습니다. 그때 제 남편은 수술실 밖에서 아이와 제가 잘못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울고 또 울었다고 합니다. 인큐베이터에 있다는 말만 들은 제 아이는 제가 퇴원을 하고 일주일 쯤이 지난 후에야 처음으로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작은 바구니에 담겨있는 제 아이를 보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솟구쳐 오르는 눈물만 흘리면서 제 목숨과 바꿔도 좋으니 제발 아이 만은 살려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또 기도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제 기도를 들어 주셨나봐요. 그렇게 하여 3개월 동안 첫째 딸은 2Kg이 되어서 퇴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작고 어린 생명을 어찌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 제겐 그런 저를 지켜주고 일으켜 세워주는 가정이라는 커다란 울타리가 있었습니다. 한없는 믿음과 사랑으로 저를 지켜준 남편과 말없이 손주를 씻기고 다독여 주신 친정엄마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그리고 3년의 세월이 지난 뒤 전 또 임신을 했습니다. 그러나 제욕심이 지나쳤을 까요. 둘째 아이도 첫째아이와 같은 증상으로 또 같은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왜 내가 이런 힘든 아이들을 갖게 된건지. 원망스럽기도 했고 세상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때 목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하나님께서 저 아이들을 돌볼 사람으로 미단 씨가 가장 잘 맞는 사람이라 저에게 저 아이들을 보낸 거라구요. 한참을 울고 기도한 다음에 저는 하나님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뜻 이전에 잘나든 못났든 내 아이이고, 전 엄마이기에, 전 할 수 있다고… 그래서 일어섰고. 그때 남편은 제 손을 꼭 잡아주었습니다.

이제 두 딸이 밝고 잘 자라준다면 정말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을 하고 삽니다. 그리고 우리 두 딸들을 위해서 열심히 웃으며 일하자고 매일매일 다짐을 했습니다. 저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 두 딸들을 위해서 말이죠. 그래서 돈을 벌면 우리 딸들과 제 소중한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집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바람에 응답이라도 하듯 어느 날 친구가 사랑의 집짓기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하나님께서 미리 알고 준비해주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 우리는 해당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다가 그래도 한번 신청이라도 해보자고 서류를 접수했습니다.

역시 연락이 없더군요. 기대하지 않았던 만큼 실망할 것도 없이 입주신청을 한 것도 점차 잊어갈 무렵 한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입주가정으로 선정이 되었다고 말입니다. 꼭 로또에 당첨된 것 같았습니다. 봉사시간을 채우고 해비타트의 교육에 참가하면서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었습니다. 모르는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것도 떨리구요. 다른 이웃들을 만난다는게 조금은 낯설었거든요.

그리고 지역도 다르니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한번 두 번 사람들과 알게 되고, 이야기도 하게 되니 너무나도 좋은 분들을 만나게 되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답니다. 또한 저에게 어려운 일들이 생길 때마다 저를 생각해주시고 신경써주시고 아마 형제간에도 이렇게는 못했을 거라 생각이 들었어요.

집을 짓기까지 봉사 시간도 채우기 힘들었고 제가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라 어렵게 어렵게 여기까지 오게 되어 정말 감격스럽습니다. 이 집이 완공 되기까지 저에게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었는지 모릅니다.

하나밖에 없는 오빠가 돌아가시고 서울까지 다녀야하는 아이들의 병원 진료, 회사일 때문에 주말도 없는 남편, 다들 공사가 늦어져서 어쩌느냐고 하실 때마다 다른 입주 가정들에게는 미안한 생각이지만 하나님이 저를 위해 이렇게 하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봉사시간을 못 채우는 우리 가족을 보고 먼저 시간을 채운 입주가정들이 시간을 채워주겠다고 다들 나서실 때는 정말 눈물이 났습니다.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이렇게 완공된 집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지고 하늘을 날아갈 것 같습니다.  결혼을 해서 가정을 만드는 그런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우리 가족이 모두 행복하게 살 거예요. 행복이 어려운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모두가 즐거운 마음이 드는 것 그것이 행복 아닐까요. 이제 또 행복이 시작되네요. 언제나 그렇듯이요. 이 행복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신 이사장님, 해비타트의 모든 분들, 우리들의 집을 짓는데 함께해주신 봉사자님들,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의 뜻을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 저희도 가진 것 적지만 이웃과 나누고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