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파문, 선수들 몸을 더 낮춰라
‘승부조작’ 파문, 선수들 몸을 더 낮춰라
  • 이성훈
  • 승인 2011.06.07 10:08
  • 호수 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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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축구계뿐만 아니라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이슈 중 하나가 ‘승부조작’이다. 이번 사건으로 자살한 선수도 있으며 연루된 선수들은 경기장이 아닌 검찰을  오가며 치욕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런 불신을 극복하고 자성의 시간을 갖는 의미에서 지난 달 31일부터 이틀간 강원도 평창에서 임직원, 선수단 등 1천여 명이 모여 워크숍을 실시했다.

현재 검찰 수사도 속속 진행되고 있으며 하나둘씩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이 파문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올해 선수들은 커다란 심적 부담을 안고 경기에 임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특히 우리 지역에는 전남 유일의 프로구단인 전남 드래곤즈가 있어서 다른 지역보다 더욱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구단 관계자들도 요즘은 성적보다는 ‘승부조작’에 따른 팬들의 문의에 더욱더 곤혹스러워한다. “전남이 몇 위며 앞으로 성적은 어떻게 될 것이냐”는 전망보다는 “전남은 누가 연루된 선수가 없느냐”는 물음이 대세라는 것이다. 전남은 특히 지난해 유소년 클럽이 승부조작에 연루돼 수모를 당한적이 있어 이번 검찰 수사에 더욱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남은 현재까지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전방위 수사를 펼치고 있어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 지 두고 봐야 한다. 검찰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 승부조작 파문이 프로축구계에 미치는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선수들이 어떤 정신적인 피해를 입게 되는지 상상해보자. 어떤 선수가 경기 중 얻은 패널티킥을 실축하고 만다. 패널티킥 실축은 경기 중에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팬들은 이제 실축을 그냥 단순한 실수로 곱게 볼 리 없다. “혹시나?”하는 의심을 품게 된다는 것이다. 공격수가 골문 앞에서 헛발질을 한다거나 수비 실수로 골을 내줬을 때, 골키퍼의 실수로 골을 허용했을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은 심적 압박과 위축된 플레이를 할 수 밖에 없다.

선수와 팬들의 ‘불신’이 지속된다면 프로축구의 앞날은 뻔하다. 신뢰를 극복하는 길은 결국 구단, 선수들에게 달려있다. 가뜩이나 프로야구와 유럽 리그, 국가대표 경기에 상대적으로 밀려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단, 선수들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진심’ 뿐이다. 

분위기가 어수선할수록 선수들은 더욱더 몸을 낮추고 팬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찾아야 한다.
 순간적인 인기에 휩쓸려 팬들을 무시하지는 않았는지, 동료들과 화합을 무시하고 내가 가장 잘났다는 오만, 경기만 열심히 뛰면 된다는 사고방식으로 지역, 팬들과의 소통을 외면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