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은 아무리 잘해도 본전이다
의전은 아무리 잘해도 본전이다
  • 광양뉴스
  • 승인 2011.07.11 09:35
  • 호수 4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양환 광양신문 발행인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병폐가 여럿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꼭 고쳐야할 병폐 중의 하나가 의전문화인 것 같다.
원래 의전은 아무리 잘해도 서운한 사람이 있을 수 밖에 없어서 잘해야 본전이란 말이 있다. 앞자리에 앉을 사람의 순서를 정하는 것도 어렵지만 막상 이름까지 써 붙여 놓아도 다른 사람이 그냥 앉아 버리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또 행사에 앞서 하는 내빈소개는 행사 주최측을 더 힘들게 만든다. “왜 내가 그사람 보다 뒤에 소개돼야 하느냐”, “왜 나는 소개에 빠졌냐” 등 내빈소개 후의 휴유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실제로 내빈소개에 빠진 사람이 행사 주최측에 폭언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러다 보니 어떤 경우는 내빈소개가 행사 시간의 절반을 차지하기도 하는 내빈을 위한 행사로 전락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충북 제천시에서는 여러단체들이 의전행사를 대폭 줄이자고 합의해 신선함을 주고 있다. 제천시 56개 기관단체장모임인 내토회는 행사간소화를 만장일치로 결정하고 행사시 내빈소개를 없애기로 하고 인사말도 최대한 짧게 하기로 결정했다.

또 행사 앞쪽에 배치하던 내빈석도 없애고 늦게 도착한 내빈은 뒷자리에 앉기로 하는 등 모든 행사를 주민편의로 바꾸기로 했다고 한다. 대신 앞좌석은 노인, 장애인, 여성 등을 앉히는 시민중심의 자율좌석제를 채택해 시민이 주인이 되는 행사로 만든다는 것이다.

제천시 뿐만 아니라 부산광역시도 2007년부터 ‘의전과 행사의 간소화 운영계획’을 마련해 시행 중에 있고, 음성군도 꼭 필요한 부분만 진행하고 의전행사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고 있다.
이처럼 각 자치단체가 행사의전을 줄이고 내빈소개를 없애는 등 의전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광양시는 행사의전을 줄이자는 여러차례 언론의 지적과 일부 시민단체의 노력이 있었으나, 요즘에 와서는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가면서 내빈소개를 하는 추세여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최근 치러진 시 단위 행사나 읍면동 행사, 각종 단체의 이취임식에서는 행사 전 내빈소개를 하고 빠진 내빈을 행사 중간에 다시 소개하는 등 행사의 본질 보다는 내빈을 소개하는 행사로 전락하고 있어 참석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행사에 주로 참석하는 내빈은 정치인이 대부분이고 기타 기관장과 지역유지 등 이다. 지방자치 시대에 표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들로서는 행사에 참석해 많은 주민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내빈소개나 축사를 바랄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빨리 도착해 주민들을 직접만나 악수하는 성의만 보인 다면 소개를 굳이 하지 않아도 무방하지 않겠는가.

아니면 행사를 주관하는 기관이나 단체가 의전을 줄일 수 도 있겠지만 결정하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다. 괜히 손해 볼일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정치인과 단체장들이 내빈소개나 인사말을 줄이는 결정을 해야만 의전을 줄일 수 있다.
형식에만 치우쳐 본질을 잃어버리는 행사는 개선해야 한다. 기관단체장들의 용기찬 결정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