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철강업계 지각변동…한미FTA로 활로 찾자
세계 철강업계 지각변동…한미FTA로 활로 찾자
  • 광양신문
  • 승인 2006.09.13 16:38
  • 호수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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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 산자부 산업정책본부장
지난달 29일 인천 송도호텔에서 국내 철강 전문가 200여 명이 모여 우리 철강산업 발전을 위해 한미FTA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논의했다.

그동안 포항·광양·인천·당진 등에서 우리 철강인들이 만들어낸 '질 좋은 철'은 훌륭한 '산업의 쌀'이 되어 주력 기간산업과 국가 경제를 받쳐주는 든든한 기둥이 되었다.

100년 역사의 선진 철강국가에 비해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 짧은 역사에도 생산 규모면에서 세계 5위의 철강 대국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철강산업은 여러 새로운 과제들과 대내외 환경 변화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 '중국'이라는 거대 철강국가의 등장으로 원료 확보나 시장 확보를 위한 세계적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중국 새 철강강국 부상…업계 대규모
M&A 겹쳐 경쟁력 위기

또 지난 6월 세계 1위 철강업체 미탈스틸사의 2위 아르셀로사 인수 등 전례없는 대규모 M&A로 초대형 철강업체가 탄생했다. 이 업체는 조강생산량이 1억 1,000만톤으로 2위인 신일본제철(3300만톤)과 비교해도 3배가 훨씬 넘어 시장점유율이나 원료가격 협상력, 가격조정·경쟁력에 있어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게 됐다.

여기에 세계적 공급과잉으로 갈수록 통상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날 참석한 대다수 철강인들은 이러한 시기에 한미FTA가 철강산업에 하나의 큰 전환점을 마련할 ‘기회’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사실 그동안 철강산업은 한미FTA 논의에서 소외됐었다.
FTA 영향을 관세철폐의 정량적 효과로만 분석한 나머지 2004년부터 양국간 무관세가 적용 중인 철강산업은 단기간내 직접적 효과가 우려되거나 기대되지 않는 것으로 인식됐었다.   

그러나 현재 세계 철강업계가 큰 변화를 겪고 있는 만큼 한미FTA는‘한국 철강호’의 듬직한 조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한미FTA, ‘한국 철강호’ 격랑 헤쳐
나갈 조타수 역할 기대

미국은 세계 최대 철강 수입국이자 세계 2위의 철강 소비국이며, 중국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철강산업의 3대 수출대상국으로 전체 수출물량의 10% 이상을 소화하고 있다. 또 교역대상국 중 유일하게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 중이다.

앞으로도 미국은 공업 부문의 안정적 성장을 바탕으로 철강 수요의 견조한 증가세가 예상된다. 특히 우리 주력품목인 고급 판재류 부문이 공급 부족이어서 이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우리 업체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미국 철강업계의 구조조정 경험도 세계 경쟁구도에 대응해 나가기 위한 모델로 활용할 수 있다. 노후 설비와 퇴직자 연금을 비롯한 각종 비용 등으로 경쟁력 한계에 부딪친 미국 철강업계는 2000년부터 설비감축·인원합리화 등 구조조정에 주력, 가격 및 공급조절 능력을 향상시켜왔다.

우리 철강산업은 미국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는 자동차·가전 등 수요산업과 협력해 품질·규격·납기 등 여러 측면에서 보다 엄격해진 수요업계의 요구를 충족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핵심기술, 특히 특수강 부문의 원천기술과 전기로(電氣爐) 부문의 혁신기술을 보유한 미국 철강업계와 전략적으로 협력함으로써 고급·고부가가치 제품과 혁신기술 및 소재 개발에 보다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도 철강부문의 혁신 소재개발 등 관련 R&D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대미 철강 교역에 있어 위협요인이 되고 있는 통상마찰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번 FTA 협상에서 ‘무역구제분과위원회’를 별도 설치하고, NAFTA 등 여러 지역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등 협상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앞으로 정부는 우리 철강업계와 협력해 우수한 기술을 개발하고 양국간에 우호적 통상협력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입력 : 2006년 09월 0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