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시설 ‘있으나 마나’
시각장애인 시설 ‘있으나 마나’
  • 홍도경
  • 승인 2011.08.22 09:48
  • 호수 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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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신호기는 고장, 리모컨은 무용지물
거리 곳곳에 장애물 설치로 보행 불편 겪어

광양지역에 설치된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가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또 차량의 인도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된 볼라드로 인해 시각장애인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어 개선이 요구된다.

중마동에 사는 시각장애인 정임식 씨는 ‘주간보호쉼터’를 이용하기 위해 매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광양시지부를 찾는다. 앞에 있는 사물만 분별 가능한 1급 약시 장애인인 정 씨는 차량을 주로 이용하지만 걸어서 쉼터를 방문할 때면 보행 보조기인 지팡이에 의지해 센터를 찾는다.
하지만 정 씨가 집에서 주간보호쉼터에 걸어서 도착하기 까지 겪는 불편은 이만저만 아니다. 우선 집을 나와 무등파크 앞 횡단보도에 도착하면서부터 불편은 시작된다. 무등파크 앞 횡단보도에는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가 설치됐다. 하지만 정 씨는 이를 이용할 수 없다. 비싼 돈을 들여 설치를 해놨지만 작동이 멈춘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설령 음향신호기가 작동이 되더라도 현재 시각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리모컨으로는 작동 시킬 수가 없다.

정임식 씨가 리모콘으로 음향신호기를 작동시켜 보지만 아무 반응이 없다.

정 씨는 “시각장애인들은 리모컨을 이용해 음향신호기를 작동시키는데 3년 전 받은 리모컨은 버전이 달라서 인지 우리지역 어디에서도 작동이 안 된다”고 말했다. 취재결과 리모컨을 이용한 음향신호기 작동은 광양 지역에 설치된 음향신호기 12곳 모두 작동이 이뤄지지 않았고, 무등파크 앞 사거리를 비롯해 시청 앞 사거리 등 5곳에서는 버튼을 이용한 수동 작동도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 씨의 고충은 이뿐만이 아니다. 횡단보도를 지나 인도를 걷다보면 장애물에 정강이가 부딪쳐 고통이 스며든다. 인도에 설치된 볼라드가 원인이었다. 정 씨는 “보행보조기는 전방에 사물이 있으면 소리가 나는데 인도에 설치된 볼리드는 너무 낮게(50Cm 이하는 감지 불가) 설치가 되어있어 걷다보면 이번처럼 부딪치는 경우가 다반사다”고 푸념했다. 그는 “선진국처럼 인도에 점자 블록은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사람이 다니는 인도라도 마음 편히 걸을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냐”고 꼬집었다.

인도에 설치된 볼라드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의 정강이는 항상 상처투성이다.


이에 대해 광양시 시각장애인협회 관계자는 “리모컨으로 작동이 안 되는 음향신호기는 무용지물이다”며 “많은 비용을 들여 설치했지만 정상적으로 작동이 안 되니 예산 낭비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협회 측은 도로 곳곳에 설치된 볼라드 역시 주간보호쉼터를 이용하는 장애인 대부분이 이곳에 부딪쳐 상처가 날 만큼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위험물로 여겨지고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협회 관계자는 “작동이 안 되는 음향신호기 수리와 설치된 음향신호기에 맞는 리모컨이 시각장애인들에게 제공돼야 한다”면서 “인도에 설치된 볼라드 역시 아예 없애거나 꼭 필요하다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볼라드로 교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미적 지근한 반응이다. 시 관계자는 “음향신호기를 주변 상인들이 시끄럽다고 전원을 내려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고장 난 음향신호기는 빠른 시일 내에 수리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리모컨 배분에 대해서는 “시에서 구입해 시각장애인에게 나눠주는 것은 어렵다”며 “시각장애인들이 해당업체를 통해 직접 구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도로에 설치된 볼라드 개선에 대해서는 “없앨 수 있는 곳은 없애고 추가로 설치하는 경우에는 충격흡수 볼라드만 설치하고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