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들도 배우자 언어와 문화 배웠으면…”
“남편들도 배우자 언어와 문화 배웠으면…”
  • 홍도경
  • 승인 2011.08.29 09:32
  • 호수 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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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사람들 - 레티투짱 통번역지원사

2008년, 결혼 후 한국에 온 레티투짱(25ㆍ베트남)씨는 귀여운 얼굴에다 항상 밝은 웃음을 지니고 있는 활발하고 당찬 이주 여성이다. 2009년 7월부터는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광양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베트남어 통ㆍ번역 지원사로 뽑혀 일을 하고 있다. 센터에서 ‘짱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그녀는 베트남 이주여성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그녀는 가족 간의 의사소통, 상담, 공공기관 이용 등 이주여성의 전반적인 생활과 적응 돕는다. 레티투짱 씨는 결혼을 한지 얼마 안 된 이주여성이 찾아오면 광양을 함께 돌아다니며 공공기관이 어디에 있고, 마트가 어디에 있는지 까지 안내한다. 그녀는 “힘들 때도 있지만 베트남 이주여성들이 친 언니 같이 생각해주면서 잘 따라주니까 힘이 난다”고 말했다.

레티투짱 씨가 1년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한국어를 습득하고 통번역지원사가 되기까지는 그녀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녀는 “항상 메모를 하는 습관과 TV와 많은 책을 읽었던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5개월 동안 주 2회 이뤄진 한국어 방문지원 서비스와 남편의 도움도 컸다”고 한다.

레티투짱 씨의 업무 중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일은 상담이다. 언어소통이 안되고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오해 때문에 부부간의 갈등과 고부간의 갈등이 많다고 한다. 그녀는 상담내용 중 짜게 먹는 아내를 보며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한 남편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남편은 아내의 건강을 생각해서 짜게 먹지 말라고 한 행동 이였지만, 이주여성은 나를 싫어해서 음식을 못 먹게 한다고 받아 들인 것이다. 더운 나라라 짜게 먹는 베트남 문화를 알지 못한 남편과 언어소통이 안됐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녀는 “대부분의 한국남자들이 배우자의 언어를 배우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이주여성만 한국어를 배우기를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남편들도 배우자의 언어와 문화를 조금이라도 배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올해 계획했던 한국어능력시험 5급 합격과 운전면허증 취득, 귀화 최종 면접의 3가지의 일들을 벌써 다 이뤄냈다.
그녀는 “12월에 귀화 최종결과가 나오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레티투짱 씨는 “지금 배우고 있는 중국어도 열심히 해서 중국어 통번역일도 같이 하고 싶다”며 “대학을 진학해 한국어와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싶다”고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