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와 진실, 그리고 언론
숫자와 진실, 그리고 언론
  • 광양신문
  • 승인 2006.09.13 09:44
  • 호수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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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은 거짓말에 세 종류가 있다고 했다.'그냥 거짓말과 지독한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고 했다. 이 때 통계는 숫자를 통한 거짓말이다. 숫자는 확실성과 객관성을 상징한다. 그러나 숫자가 공정성을 잃고 정치적. 관료적 편의에 따라 조작 왜곡될 때 불신과 혼돈으로 가중된다.

미국인 들은 매일 58만9천여 가지의 통계숫자로 '폭격'당한다고 한다. 이 숫자에도 과장이 섞였는지 모른다. 워싱턴 정가에서 통계 숫자는 정치 게임의 유력한 무기로 통한다.

컴퓨터 까막눈이 '컴맹'으로 불리듯 숫자 까막눈은 '수맹'(數盲:Innumeracy)으로 불린다. 각종 지표와 숫자가 현대인들을 옭아매고 이들 숫자는 정치세력과 관료. 이익집단들에 의해 끊임없이 조작된다. 니컬러스 에버스스타트의 '숫자의 독재론'이다.

옛 소련 등 공산권 국가에 대한 미국 CIA의 경제력 통계는 난쟁이나라 재단사들의 거인 걸리버 옷짓기에 비유된다. 사각자와 컴퍼스 등으로 요모조모 재고 배수로 곱해 6개월 걸려 만든 옷들은 몸에 맞지도 않고 모양새도 흉측했다. '14초마다 한명 꼴로 미국의 주부가 남편에게 얻어 맞고 있다' '12세 미만 어린이 중 8명에 한 명 꼴로 굶주리도 있다' '집 없는 거리의 걸인이 2백50만 명이다'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적중률 90%이상' 의 숫자들이 이런 부류라고 한다. 언론들의 '천진한 숫자보도' 또한 비판대에 올랐다.

템플대의 수학자 존 파울로스는 '수학자가 읽는 신문'이란 저서를 통해 여과되지 않고,뉴스 헤드라인 뒤에 숨겨진 숫자의 허구를 통렬히 고발한다. 현대의 일상 생활은 싫든 좋든 수학의 지배하에 놓여있다. 이를 취재·보도하는 언론의 6하(六何)원칙에 '얼마나 많이'(How many)'어떤 식으로'(How likely)'얼마 분량으로'(What fraction)가 추가돼야 한다는 권고다.
최근 광양시는 여론조사기관인 여수지역사회연구소에 시민 혈세 1천8백만원을 들여 시민 353명을 대상으로 시정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발표라고 내 놓은 결과는 이성웅 시장의 수행능력에 대해 긍정 87.9%,미흡 18.5%였다.

이에 광양신문을 비롯. 다수의 여타 매체들은 광양시가 내 놓은 보도자료를 여과없이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달됐다. 다행히 한 지방 기자의 추적으로 광양시가 내 놓은 자료가 자의적이고 주관적으로 부풀려 졌다는 것이 드러났다.

문제는 지난 해에도 그랬다는 데에는 허탈할 수밖에 없다. 먼저 독자들께 관공서의 보도자료를 여과없이 그대로 보도한 광양신문이 먼저 충심으로 사과드린다. 앞으로는 광양시를 비롯 모든 보도자료에 대해 사실확인을 거쳐 기사화 할 것을 약속 드린다.

이번 광양시가 내 놓은 시정에 대한 만족도에 대한 보도 자료는 결국 주관적으로 해석한 광양시 탓도 크지만 이런 주관적인 허수(虛數)를 여과없이 기사화 한 언론도 이에 못지 않은책임 또한 크다. 이를 숫자의 난센스로 치부하기엔 딱하다. 비트겐슈타인은 "독자들은 한 신문에서 의문이 풀리지 않을 경우 그를 풀어 볼 양으로 다른 신문들을 열심히 찾는다"고했다. 이 경우 언론에 대한 독자의 불신은그만큼 깊어진다. 는 경고는 겸허하게 새겨들을 만한 대목이다.
 

2005년 02월 0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