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 정상 인공구조물 설치해선 안된다
가야산 정상 인공구조물 설치해선 안된다
  • 광양뉴스
  • 승인 2011.10.1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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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가야산 정상 인공구조물 설치해선 안된다
필자는 주말이면 자주 산행을 한다. 어떤 때는 백운산이나 유명한 산을 찾아 멀리가기도 하지만 주로 가야산을 오른다.

가야산은 집과 가깝기도 하고, 산이 높지는 않지만 경사도가 있어서 약간 힘들어 등산하는 기분을 느낄 수가 있어 좋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말하기를 가야산만 올라갈 정도의 체력이면 전국의 산 을 다 오를 수 있다고들 이야기 한다. 최근에는 둘레길이 만들어져서 편안하게 걸을 수 있어 더욱 좋다.

평소 가야산은 아침 일찍부터 하루 종일 많은 등산객이 붐빈다. 평일 새벽 시간은 등산 마니아들이, 아침 식사 후는 주부 등산객이 주류를 이루고, 오후에는 교대 근무자들이 많은 편이다.
주말이 되면 먹을 것을 배낭에 담고 소풍 삼아 오르는 가족들이 더해져 가야산은 등산객으로 더 늘어난다. 날씨가 더운 여름철에는 밤 시간에도 산행을 하는 사람이 여럿 있다.

이처럼 등산이 건강에 좋다고 소문이 나자 너도나도 시작한 등산이 이제는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많이 즐기는 운동이 됐다. 산림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18세 이상 성인 5명 가운데 4명이 1년에 한번 이상 등산을 한다고 한다. 이를 연인원으로 환산하면 우리나라 등산인구는 2억 56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등산의 다양한 매력 때문에 계속해서 등산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이렇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등산 인구에 비해 등산문화의 정착은 미흡한 편이다. 다른 취미활동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 때문에 여가선용과 건강을 챙기는 방법으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무리한 산행으로 인한 안전사고와 일부 몰지각한 등산객들의 자연훼손은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가야산 또한 이런 문제에 예외는 아니다. 많은 등산객이 오르내리다 보니 자연 훼손이 심각한 상황이다. 버려진 음식물이나 물병 등의 쓰레기는 말할 것 없고, 원래의 등산로가 있는데도 바로 옆에 여러 갈래의 새 길을 만들어 산사태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실제로 지난여름 태풍으로 동백쉼터 부근은 크게 산사태를 입어 복구를 해야 하는 실정이지만 언제 복구가 될지는 알 수가 없다.

이처럼 등산객들의 자연훼손이 심각한 상황이고, 태풍으로 인한 산사태의 복구를 서둘러야 하는 시점에, 최근 시가 나서서 가야산 정상을 판넬로 덮는 공사를 하고 있어 등산객들의 원성이 많다. 정상 둘레에 작은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다 모자를 씌우는 것처럼 편넬로 덮고 있다. 왜 이런 발상을 했는지, 이것이 등산객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필자도 전국의 많은 산을 가봤지만 가야산처럼 정상부를 판넬로 덮어 놓은 산은 본적이 없다.

산은 산처럼 있을때가 가장 좋다. 인공적인 구조물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어쩔수 없이 등산을 하는데 위험이 따르거나 등산객들이 꼭 필요한 구조물의 설치는 필요하지만 정상부를 판넬로 덮는 것은 자연보존이나 등산객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제는 강점기에 지리산 등 우리나라 유명한 산의 정상부에 쇠말뚝(혈침)을 박아 민족의 정기를 말살하려 했다. 쇠 말뚝은 아니지만 쇠기둥을 세우고 그 위를 판넬로 덮는 것은 가야산 정기 운운하는 풍수지리설을 떠나 생각해봐야 문제가 아닌가 싶다. 

김양환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