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문화축제 없애는 과감한 결단 필요하다
장승문화축제 없애는 과감한 결단 필요하다
  • 이성훈
  • 승인 2011.10.24 09:35
  • 호수 4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마동 도깨비도로에 세워진 장승 수 십 개가 관리 부실로 방치되고 있다는 본지 보도 이후 중마동은 쓰러져 있는 장승을 치우고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등 대책에 나섰다.(10월 10일자 4면 ‘축제때만 반짝 끝나면 나몰라라’ 기사 참조) 하지만 이번 처방은 단기적일 뿐 장기적으로 바라보면 도로에 사실상 방치된 수십 개의 장승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고민이다.

장승은 현재 장승문화축제추진위원회 측에서 관리하고 있다. 장승문화축제는 지난 2006년 10월 처음 시작해 격년제로 도깨비 도로 일대에서 실시하고 있다. 도깨비도로의 착시현상 홍보 및 관광 명소화 추진 계기 마련, 전통문화 계승 발전과 동민 화합을 위하자는 목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나 그 효과를 제대로 거두고 있는 지 의문이다.

우선 축제 태생부터 살펴보자. 당시 광양시에는 매화문화축제, 고로쇠 약수제, 국사봉 철쭉제, 전어축제, 숯불구이축제 등 각 지역별로 축제가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구도 가장 많고 행정, 경제 중심지로 자부하던 중마동 지역에는 구심점으로 내세울 만한 매개체가 없었다.

“다른 곳엔 있는데 왜 중마동에만 축제가 없느냐?”는 불만이 장승축제가 생겨난 배경이다. 때마침 방송사에서 도깨비도로가 소개되자 이를 잘 홍보하면 중마동에도 제대로 된 상품하나 만들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였다. 또 지역별로 축제를 안배하려는 정치적 의도도 엿보였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장승문화축제는 2006년 처음 열리면서 야심차게 출발했다. 장승도 깎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열리면서 성공을 거두는 듯 했다. 이후 2008년에는 장승공원도 조성되면서 도로 주변에는 거대한 장승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축제가 열리는 며칠만 반짝할 뿐 이 곳 주변은 누구도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외면 받고 있다. 이곳은 사람보다는 자동차 위주의 거리이고 주변 상가, 아파트 등도 있지만 장승공원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은 휴일에도 보기 힘들다. 주변에는 소규모 장승 공원만 있을 뿐 휴식을 취할 만한 공간과 볼거리는 하나도 없다. 시민들은 도깨비 도로 자체도 관심이 없으며 이곳에서 차를 중립으로 놓고 정말 도깨비 도로가 맞는지 시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 공무원은 “밤중에는 장승 때문에 오히려 귀신이 보일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라며 혀를 찼다. 관리가 안 되다 보니 방치된 장승은 재활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나무들이 썩어가고 있다. 게다가 장승에 너덜너덜 걸려있는 빛바랜 오색 끈들은 더욱더 을씨년스럽게 보인다.

밤중에 이곳을 지나다보면 귀신을 볼 것 같다는 공무원의 푸념은 빈 말이 아니다.
축제 프로그램도 말이 장승 문화축제지 일반 프로그램과 차별화는 거의 없다. 지난해 축제는 열렸지만 텅 빈 무대,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 명분만 있는 축제는 시민들에게 철저히 외면을 받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마동도 고민이 많다. 이 축제를 계속해야 하는지, 도깨비 도로 주변을 정리해야 하는지….
 
더 이상 관리할 여건도 안 되고 축제 특성을 살리지 못한다면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홍보효과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단지 2~3일을 위해 수천만 원의 예산을 사용할 수는 없지 않는가. 중마동이 인구 5만을 달성하면 전남에서 가장 큰 동이 된다.

이렇다면 좀 더 역량을 모아 주민의 기대에 맞는 축제를 개발해야 한다. 현재 장승문화축제는 명분도 실리도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중마동에 축제가 없을 지라도 이번 축제는 과감히 개선하거나 폐지해야 한다. 중마동과 시의원, 축제위원회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