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관리 이래서야 되나
문화재관리 이래서야 되나
  • 지정운
  • 승인 2012.03.12 09:50
  • 호수 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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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산성은 국내에서는 유래를 찾은 수 없는 막새가 3종에 수량도 30여개 넘게 발굴된 특별한 장소이다. 또 출토된 마구 중에는 발등을 가릴 수 있는 마구도 발견돼 이곳에 있던 과거의 사람이 아주 높은 신분의 특별한 사람이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지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순천대 박물관에서 5차에 걸친 발굴조사를 벌였고, 2007년 12월 31일부터는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으로 지정 관리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온돌 유적이 훼손됐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온돌 유적이 사라진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국가에서 중요한 문화재로 인정해 관리되는 사적지에서조차 유적이 쉽게 사라진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문화유산 관리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것을 뜻한다. 삼국시대 온돌의 전파 경로를 푸는데 귀중한 열쇠로 작용할 수 있는 온돌이 공사 한번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급선무다.

국가의 사적이나 문화재 등의 복원과 정비는 최대한 본래의 형태와 기능을 살려 원형에 맞게 복원되도록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해 머리를 맞대야 하고 철저한 준비과정도 필요하다. 최소한 복원에 앞서 사전조사가 있어야 하고, 발굴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현장을 찾아 자문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성벽을 쌓기 위해서는 땅을 파야한다. 마로산성에서 발굴된 수많은 문화재를 생각한다면 성벽 정비과정에서 새로운 문화재의 발굴 가능성도 농후한 곳이다. 이에 대한 대비도 철저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2월말 공사가 진행되던 현장에는 공사 인부 3명과 포크레인만이 들어가 돌 쌓기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공사를 관리감독한 시에서는 온돌이 있는지 몰랐다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 성벽 정비 복원공사가 진행된다면 백제성은 모두 사라지고 현대의 건축물만 남을 지도 모를 일이다.

마로산성에서도 동측 성벽은 백제의 성벽 형식이 아닌 고구려 성벽의 양식으로 쌓아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화재 정비 복원이라는 미명아래 철저한 고증과 관리 감독없이 돈벌이를 위해 닥치는 대로 토목공사를 벌이듯 속도전을 벌이는 일은 없어야 할 일이다.

남대문도 화재로 소실된 후 국보 1호의 기능을 상실했다. 문화재 관리의 원칙은 보존 가능한 것은 최대한 보존함에 있다. 원형을 잃은 문화재는 아무리 멋지게 복원해도 더 이상 문화재가 아니다. 그냥 모형일 뿐이다. 최대한 원형대로 발굴 복원이 어려우면 시간이 좀 더 걸리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광양시는 지난해 말 광주국립박물관에서 광양에 관한 특별전을 열어 마로산성 유적을 대대적으로 자랑했다. 시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달부터는 순천대학교에서 특별전까지 개최하고 있다.

사적지를 복원하며 현장의 유적과 유구에 대한 어떠한 주의표시도 없이 문화재에는 문외한인 현장 인부들에게 모든 것을 맡겨두고, 한쪽에서는 대대적인 홍보를 하면서 문화르네상스를 외치는 것이 광양시 문화재 행정의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