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이기 때문에 구속 받는게 너무 많아요”
“여자이기 때문에 구속 받는게 너무 많아요”
  • 이혜선
  • 승인 2012.03.12 10:25
  • 호수 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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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의 날 104주년

 

광양신문은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워킹맘들의 속내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올해 여성의 날은 104주년을 맞이했으며 전국 곳곳에서 이 날을 기념하여 행사를 진행했다. 광양신문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우리 지역에 살고 있는 30대 주부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돌보랴, 일하랴…하루라도 눈꼬뜰새 없는 그녀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떠할까. 남녀평등의 시대가 다가왔다고 하지만 여성은 여전히 직장과 가정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30대 워킹맘들은 지면을 통해 주부로서의 삶, 직장인으로서의 삶, 한 아이의 엄마이자 남편의 아내로 살아가는 고충을 가감없이 털어놨다. 이날 참석한 주부들은 낯선 자리였지만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금세 친밀해졌다.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된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참석자 : 자영업을 하고 있는 정현희 씨(35), 직장인 황영임 씨(34), 파트타이머 황미정 씨(33), 취재기자 이혜선(31)ㆍ정아람(25)

 

이혜선 기자
30대 워킹맘들의 솔직 고백…
아이 낳는 축복은 ‘최고’
▷ 이혜선(이하 이) : 오늘이 세계 여성의 날이라고 하는데 알고 있었나?
▷ 황영임(이하 황), 정현희(이하 정), 황미정(이하 미) : 혜선 씨 말 듣고 처음 알았다. 이런 날이 있는지 몰랐다.
▷ 이 : 여성의 권리를 찾은 날이어서 전 세계에서 이날을 기념하는데 광양지역은 잠잠하다. 그런 점이 좀 아쉽다.
▷ 이 : 여성으로 태어난 것에 대해 후회해 본적이 있는가?
▷ 미 : 난 여자로 태어난 것이 솔직히 후회된다. 규제가 너무 많다. 결혼을 했든 안했든 여자이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할 것 들이 너무 많아 불만이다.
▷ 정 : 나는 여자로 태어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여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꾸미는 것도 그렇고 보호 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 좋다.
▷ 황 : 맞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아이를 낳는 것은 여자에게 있어서 힘든 점도 있지만 축복인 것 같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엄마라서 더 사랑 받는 것 같다.(웃음)
▷ 이 :  나도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공감한다. 여자라서 차별 받았던 일들 중 가장 속상했던 일들을 말해보면?
▷ 정 : 25살에 첫 차를 구매해서 운전하고 다녔다. 그 때 뒷차 잘못으로 사고가 났다. 그런데 가해자가 오히
정현희(35) 씨
려 나를 나무라며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내가 어리고 여자이기 때문에 당했던 것 같다. 내가 남자였다면 안 그랬을 텐데.. 운전할 때 정말 여자라고 무시당하는 일도 많은 것 같다.
▷ 황 : 우리 집은 딸만 5명이다. 어렸을 때 사촌 동생이 남자 애였는데 할머니가 많이 차별했다. 걔는 되고 나는 안되고… 그래서 참 많이 속상했다. 나중에 결혼하기 전에 집 계약을 하러 혼자 갔는데 계약이 틀어지자 집주인 아들이 전화해서 나한테 화풀이를 하는 거다. 집주인 아줌마가 이중 계약한 것이었는데 말이다. 화가 나서 남편 될 사람에게 전화를 바꿔줬더니 바로 꼬리 내리더라. 정말 황당했다.
▷ 이 : 나는 원하는 대학을 진학하지 못하게 하고 남동생은 원하는 대학을 보내주는 거다. 참 속상했다. 부모님이 이거 보시면 서운해 하시려나(웃음)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남성 우월주의가 많은 것 같다. 집에서 가족들 사이에서 느끼는 차별은 뭐가 있나?
▷ 미 : 가족 구성원이 남자, 여자 모두 임에도 불구하고 집안일은 여자가 훨씬 많이 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직장생활을 하는 여자의 경우 철인이 되어야 된다. 직장에서도 일을 잘 해야지, 집에 오면 집안일도 잘 해야지, 거기다가 애 있으면 육아까지 엄마의 몫이다. 남자들도 고생 하는 거 알지만 막상 집에서는 여자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야하는 상황까지 온다. 내가 남자였다면 소소한 집안일에 육아까지 신경 쓰지 않을 것 같다. 요즘의 상황이라면.
▷ 이 : 요즘 여성의 시대가 도래 했다고 하지만 의식은 변하지 않고 여자의 책임감만 많이 늘어난 것 같다.
▷ 황 : 직장 내에서도 이상한 차별이 있다. 자기 아내나 여동생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육아휴직이라던가 출산 휴가 등을 받을 땐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자신의 부하직원이 그 시스템을 이용하려고 하면 그것은 조금 생각해 본다는 거다.
▷ 이 : 공감한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맘 놓고 쓸 수 있는 업체들이 얼마나 되나. 내가 아는 분은 출산휴가와 함께 퇴직했다. 복직을 하고 싶어 했지만 회사에서 별로 원하지 않았다. 안타까운 부분이다.
▷ 이 : 광양시가 여성들의 복지에 얼마나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하나?
▷ 미 : 특정 계층에 몰려 있는 것 같다. 결혼한 여성, 이주 여성들은 나름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 같은데 미혼 여성에 대해서는 신경을 많이 쓰고 있지 않은 것 같다.
황영임(34) 씨
▷ 황
: 그래도 다른 지역들보다는 혜택을 많이 보는 것 같다. 예방접종비도 많이 지원되고, 출산 축하금도 많이 나온다.
▷ 이 : 한국 정치에도 여성 정치인이 많이 늘어났다. 여성 정치인이 증가 하면 여성의 권리도 많이 개선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 황 :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고(웃음) 그렇게 확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 누군가가 제안하지 않으면 획기적인 정책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 미 :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선거 때 나오는 여성 후보들은 여성과 관련해 공약은 많이 하지만 실제로는 그 공약을 많이 안 지키는 것 같기 때문이다. 여성이라는 공감대에 호소하고 표를 얻고 나면 관심 밖이 되는 것 같다.
▷ 미 : 정책적으로 젊은 여성들의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면 좋겠다. 결혼한 여성들이 일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보수도 많이 적고 근무 조건이 열악한 곳이 많다. 젊은 여성들이 이곳에 살면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
▷ 황 : 광양시가  추진하고 있는 여성 관련 정책들이 홍보가 많이 안돼서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홍
황미정(33) 씨
보를 많이 해주면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이용할 수 있을 텐데.
▷ 이 : 기관이 관리하는 홈페이지에서도 확인이 가능하긴 한데 말이 좀 어렵더라. 결국 전화해서 물어봐야한다.
▷ 미·황 : 여성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 좋겠다. 여성의 날도 좀 챙겨주고(웃음). 아직까지도 여전히 남성우월주의가 팽배하다. 세대가 바뀌면 나아질까? 그 전이라도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 이 : 오늘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여성들도 남성들도 모두 평등하고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광양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