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증
야경증
  • 광양뉴스
  • 승인 2012.05.1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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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량진 순천김량진정신과 원장

김량진 순천김량진정신과 원장
최근에는 의학적인 지식이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지고 교육이 되면서 여러 가지 질환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 같습니다. ‘야경증’이라는 병증도 이러한 병 중에 하나인데, 과거에는 정신과 외래로 부모님이 자녀를 데리고 와서 아이가 한 밤 중에 소리를 지른다고 하면서 부모님이 몹시 불안해 한 적이 많았습니다. 물론 병증에 대한 설명을 듣고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질환에 대해 이해하고 안심을 하고 돌아간 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어떤 부모님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한의원에서 침을 맞히기도 하고 한약을 먹이기도 하고, 소아과나 신경과로 가서 뇌 MRI를 촬영하기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굿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부분 이러한 노력은 부모님의 과도한 걱정 때문인 것 같습니다. 부모님들도 나중에는 이런 것들이 병증을 낳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아시고, 증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관리에 더 노력을 하게 됩니다. 과거보다는 최근에는 ‘야경증’이라는 병에 대해 많이 알려지게 되면서, 임상에서 진료를 하다보면 너무 지나치게 걱정을 하는 부모님은 줄어든 것 같습니다. ‘야경증’은 영문으로는 'Sleep Terror'라고 하는데,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수면 중 일어나는 공포’를 의미합니다.

대개는 초저녁에 발생하는데, 잠이 들어 수면의 첫 3분의 1에서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 아이가 잠을 자다 1-2시간 뒤에 갑자기 놀라서 깨는데, 몹시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거나 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흡이 빨라지고 식은땀을 흘리는 등 마치 큰 공포를 느끼는 신체적 증상을 동반합니다. 대부분의 나이 어린 소아는 저녁에 일어났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반면 좀 더 자란 소아와 어른들에서는 수면 중 공포 상태에서 경험한 두려운 이미지를 기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어떤 아이들은 저녁뿐만 아니라 낮에 낮잠을 잘 때에도 증상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야경증’은 소아에서는 1-6%, 성인에서는 1% 미만에서 발생하며, 수면 주기 중 비렘수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야경증’이 발생할 수 있는 요인으로는 정신적 스트레스, 긴장, 피로, 수면부족 등과 관련이 있으며, 낮에 몹시 불안하거나 긴장이 많은 경우에 발생하기 쉽습니다. 어린아이의 경우에는 ‘야경증’은 보통 4세에서 12세 사이에 시작되고, 청소년기 동안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의 경우에는 성인기까지 지속되고 ‘몽유병’과 유사한 증상으로 이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아기에 발생하는 ‘야경증’은 수면발달과정 중 성인기의 수면과정으로 이행되면서 파생되는 질병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성인기에 발생하는 ‘야경증’은 20세에서 30세 사이에 가장 빈번하게 시작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흔히 만성적인 경과를 밟습니다.

‘야경증’이 일어나는 증상의 빈도는 개인차가 많아 며칠 또는 몇 주 간격으로 발생하기도 하고, 심하면 매일 밤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 질환은 부모님을 몹시 당황스럽게 하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놀란 어머니가 아이를 깨우려고 뺨을 때리기도 하고, 다음날 무슨 악몽을 꾸었냐고 자꾸 캐묻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아이들은 밤에 일어난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밤에 일어나는 행동 자체는 사실 수면상태이기 때문에 이러한 부모님의 심한 염려와 걱정은 도리어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하고 안아주는 등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때로는 증상이 발생하는 시간대를 잘 파악을 해서 ‘야경증’이 일어나기 약 15-20분 전에 미리 깨우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수면이 부족하지 않도록 잘 관리해주는 것도 중요하며, ‘야경증’의 정도와 빈도가 심하거나 불안과 긴장의 수준이 높은 아동의 경우에는 정신의학적 약물치료나 정신치료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