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문화원은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광양문화원은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 광양신문
  • 승인 2006.10.09 10:24
  • 호수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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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섭 / 전광양문화원장
지난 3월 29일. 정현섭 전광양문화원장은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한 후배로부터 저녁식사나 같이 하자는 내용. 정 전원장은 흔쾌히 승낙한후 한 식당을 찾았다. 그리고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다. 광양문화원장 퇴임을 며칠 앞두고 50여명의 후배들이 감사인사로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이었다. 후배들은 이날 정현섭 원장의 그동안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박수를 보내며 선배에 대한 애뜻한 사랑을 한없이 표현했다. 정현섭 전원장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뭉클한 감동과 함께 그날의 깜짝쇼를 앞으로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후배들에게 그동안 아무것도 해준게 없어서 미안한 마음뿐인데 또다시 짐을 지게 되어서 부끄럽습니다.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주고 격려해주는 후배들이 있었기에 그동안 이 자리를 지킬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정현섭 전광양문화원장은 지난달 30일 16년간 자리를 지켰던 광양문화원장의 자리를 박노회 현문화원장에게 넘겨주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는 "재직하는 동안 특별한 업적을 남긴 것도 없어서 섭섭한 마음은 없다"고 말했으나 그의 표정에서 16년간 궂은 일을 도맡으면서 남긴 흔적들을 애써 지울 수 없었다. 보조금이 하나도 없던 시절, 사재를 털어서 직원들 인건비를 지불하고 경상운영비라 해봤자 직원 월급주고 나면 사무실 운영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정전원장은 말한다. 다행이 사단법인에서 특별법인으로 바뀐후 사정은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한다. "광양뿐만 아니라 전국 220개 문화원의 실정이 그렇습니다. 16년동안 재직하면서 지난해에 출장비 조금 받은게 전부였으니까요. 저야 무보수라해도 상관없지만 사업을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막막한 감이 무척 많습니다" 정현섭 전 원장은 광양에 뚜렷한 문화자원이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인근 구례나 순천 지역을 가더라도 화엄사, 송광사나 낙안읍성 등으로 문화발전은 물론 관광수익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으나 광양은 아직 이런 면에서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전원장은 장기적인 문화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 옥룡사지 복원사업이 하루빨리 완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양에도 여러 축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기간을 정해두고 하는 것입니다. 특히 날씨에 얼마나 큰 영향을 받습니까? 이런 면에서 보면 사계절 관광객들을 끌어모을수 있는 문화자원을 개발해야 합니다. 옥룡사지가 규모는 작지만 역사적으로 매우 상징적인 절입니다. 하루빨리 복원해서 광양을 대표하는 문화자원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정전원장은 재임기간에 용왕제 추진을 완성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는 광양이 제철소를 비롯한 국가산단과 컨테이너부두 등 굵직한 해상 산업기반이 있어 더더욱 용왕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용왕제를 광야만 아닌 여수, 순천, 하동, 남해 등 인근 광양만권 지역 시·군민들이 모두 참여하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전국적으로 용왕제를 하는 곳은 몇군데 안됩니다. 강원도 동해의 용왕제는 어부들의 풍어와 안녕을 기원하는 것이지요. 광양은 풍어제보다는 해양산업에 초점을 맞추어서 용왕제를 추진,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나가고 광양의 대표적인 문화축제로 만들어 나가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컨부두자체에서 제를 모시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만 광양만권 전 지역으로 확대, 상품화, 문화화 시켜나간다면 광양문화가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정현섭 전원장은 최근 컴퓨터에 흠뻑 빠져있다. 그동안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컴퓨터를 이제야 조금씩 배우고 있다. "가끔 등산다니고 서예도 하면서 취미생활을 즐겼는데 이제 컴퓨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재미가 아주 쏠쏠합니다" 정전원장은 앞으로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태 혼신의 힘을 다해 광양문화발전에 이바지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동안 미처 챙겨주지 못했던 후배들과도 함께 자리를 자주 만들어 후배들의 고충도 들어주며 든든한 선배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직장이었기보다는 자신의 삶의 터전이었던 광양문화원. 정현섭 전 원장은 비록 퇴임은 했으나 항상 마음은 문화원에 있을 것이라며 밝은 표정으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입력 : 2005년 04월 0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