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 실패했다고 사과하라
서커스 실패했다고 사과하라
  • 지정운
  • 승인 2012.09.28 13:28
  • 호수 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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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서커스는 일단 잘 해보자고 한 행사다. 여수엑스포를 바라보고 그 효과를 같이 누리기 위한다는 기획의도는 좋았다. 하지만 이 행사는 절대로 부족한 시간에 쫓기며 기획단계에서부터 철저한 분석과 준비가 없었고, 더욱이 처음 해보는 대규모 행사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이 행사는 처음부터 우려의 목소리는 묵살하며 철저하게 시 주도로 밀어붙이며 불행의 씨앗을 키워나갔고 결국 적자 서커스라는 오명 아래 실패작이란 딱지가 앉게 됐다. 최근의 공사비 체불사건은 서커스의 실패를 극명하게 설명한다. 물론 행정을 하다보면 잘 할 수도, 잘 못할 수 있다. 행사가 끝난 시점에서 더 이상 문제점을 이야기해서 뭘 하는냐는 말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두 번 다시 이같은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997년 IMF 구제금융 위기가 우리나라를 덮치며 일자리를 잃은 많은 사람들이 창업을 하고 나섰다. 하지만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창업자들은 대부분 실패했고, 우리는 여기서 잘된 성공사례만이 아닌 실패사례도 만들어 철저히 학습해야 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됐다. 광양서커스에 대해 성공이라고 말하는 시민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광양시는 서커스를 성공했다며 시민과의 대화에서 성과를 자랑하고 다녔고, 서커스가 끝나는 시점에서는 자신들이 발주한 설문조사 자료를 인용해 문화예술을 진흥했다고 자랑하기에 바빴다. 시민들은 이를 여론 조작이라 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것은 무엇인가. 단도직입적으로 더 이상 잘못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획단계에서 최종 결과, 정산과정 등 모든 과정을 정리한 백서를 발간해 우리시 뿐만 아니라 타 지자체들도 이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는 타산지석의 사례를 삼도록 해야한다.

더불어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단체장이 ‘내 탓이오’라며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시장은 이번 시민의 날 행사를 통해 서커스의 책임을 통감하고 시민 앞에 사과하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
정부는 말많은 4대강 사업에 대해 실패를 인정치 않았다. 광양시도 서커스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우를 더 이상 범치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