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알레르기 비염
봄철 알레르기 비염
  • 김현주
  • 승인 2007.03.29 10:49
  • 호수 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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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명 진 광양한의원 원장
 
벌써 춘분이 지나고 완연한 봄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야산에는 진분홍 진달래와 샛노란 개나리가 꽃단장에 나서고 길가의 수목에는 물오른 싹이 초록의 잎을 움트고 있습니다.

가벼운 몸놀림에도 긴 소매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만큼 따뜻한 날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봄날에도 어떤 이에게는 고통스러울 수도 있는 것이 어김없이 찾아오는 알레르기비염 때문입니다.

 오늘은 꽃가루에 의해 유발되는 알레르기비염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꽃가루 알레르기비염은 원인을 제공하는 꽃가루가 날리는 계절에 즈음하여 증상이 나타나거나 악화됩니다.

대기 중의 꽃가루 양에 비례하여 증상도 심해지며, 꽃가루가 사라진 후 2~3주에 걸쳐 서서히 증세도 사라집니다. 대기 중의 꽃가루 양은 날씨에 따라 달라져, 비가 오면 감소하고 건조하고 바람이 많으면 많아져 증세도 달라지게 됩니다.

또한 대부분의 꽃가루는 맑고 바람이 부는 때 가장 많이 날아다니므로 아침에 증상이 심하고 낮에는 덜합니다. 그러나 개인에 따라 꽃가루에 민감한 정도가 달라서 민감도가 높은 환자는 적은 꽃가루 수에도 증상이 유발되나 민감도가 낮은 환자는 이보다 3~4배의 꽃가루 수에 노출되어야만 증상이 나타나는 등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알레르기비염은 어느 특정 시기에 심해지는 계절성 알레르기와 일 년 내내 발생하는 비계절성 알레르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둘을 나누는 이유는, 평소의 생활이 중요한 비계절성에 비해, 계절성인 경우는 시기에 맞춰 관리와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증상으로 살펴보면, 계절성인 경우는 비계절성인 경우보다 코막힘은 덜한 편이지만 눈의 가려움이 심한 편입니다.

이 외에 기침, 복통, 변비, 설사, 두통, 관절통, 어지러움, 구역질, 전신열감, 오한, 쉽게 피곤해지는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알레르기비염을 치료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병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자 스스로 어떤 특징적인 증상을 가지고 있으며,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어느 때 심해지는지 등 병력을 자세히 체크해 두어야 합니다.

이외의 다른 알레르기가 있는 지 가족은 어떤지 환경이나 직업과의 관계도 점검해야 합니다. 같은 알레르기비염이라도 원인물질은 제각기 다르므로 자신의 병력을 상세히 점검하여 원인물질과의 인과관계를 찾아보도록 합니다.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와 꽃이 피는 시기를 비교함으로써 꽃가루의 종류를 어느 정도 구별할 수 있습니다. 원인꽃가루가 추정되면 그 시기에는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집에서는 창문을 닫아 그 꽃가루와의 접촉을 가능한 한 피하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므로 증상의 정도에 따라 약물을 써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방에서는 알레르기비염을 ‘분체’라고 하여, 피부에 있는 위기(衛氣), 즉 인체의 표피를 방어하는 기운이 약해져서 발생하는 것으로 봅니다. 흔히 ‘다크에어리어’라고 하는 눈 바로 밑 어두운 부위가 다른 사람에 비해 진하게 나타나는 사람들이 이런 질환을 갖는 경우가 많으며, 체질적으로는 소양인에게 많습니다. 얼굴이 희거나 마른 편인 사람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고, 면역성이 약한 아동에게서 성인에게보다 더 많이 나타납니다.

 약물을 선택하는 기준은 체질이나 증상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눈의 가려움이 많다면 ‘방풍통성산’ 계통의 약을, 재채기나 콧물이 심할 때는 ‘소청룡탕’ 계통의 약을, 피곤할 때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라면 ‘보중익기탕’이나 ‘십전대보탕’ 계통을 약을 응용합니다. 이 들 약들이 하나의 처방으로 응용되기도 하나, 서로 합해져 쓰이는 경우도 많고, 부차적인 증상에 따라 다른 처방이 응용될 수도 있습니다.

이 질환은 사실 완치가 힘들다고 할 수 있으므로 약물을 어느 시기까지 복용하고 그만 둘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약을 복용하는 기간 호전되어 완치된 줄 알고 있다가 다시 재발하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증상이 오기 전 미리 약물로 예방효과를 거둘 수 있고, 증상이 발현되면 증세를 약화시키고 호전되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으므로 실망하지 말고 약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