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사령관’
‘전쟁과 사령관’
  • 지정운
  • 승인 2012.10.29 09:17
  • 호수 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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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운 편집부장.
포스코 현안대응을 위한 광양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가 최근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타결한 협약을 두고 내부에서 자성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협상은 나름의 성과를 가져왔지만 노동문제가 빠지고, 지역 환경문제의 최대 현안인 켐텍 문제가 거론되지 않으며 항상 듣던 좋은 문구로 채워진 그저그런 협약이란 것. 시민의 대표로 참가한 인사들이 이런
수준의 합의서를 도출한데 대한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나는 대목이다.

연대회의 내부에서는 이같은 결과의 원인을 협상력 부재에서 찾고 있는 듯하다.

연대회의 측 관계자는 “이번에 정리되지 못한 부분은 T/F팀을 만들어 협의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성과로 볼 수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협상력이 부재했던 것은 대표들의 선명성이 부족한데 기인하는 만큼 연대회의 내 인적 쇄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천막농성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연대회의에 대해 ‘제철을 공격해 뭔가를 얻어내려 하려는 쇼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같은 비난에 대해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인사가 그렇게 많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연대회의 측 관계자는 “지역 사회에서 과거 행적으로 지탄을 받는 인사가 연대회의에 포함되며 ‘선명성’을 후퇴시키고, 외부의 비판까지 불러오게 됐다”며 “오해의 소지자가 협상에 참여하는 것은 배제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연대회의 내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선명성의 문제를 안고 있는 인사들이 연대회의에 참여하고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의 신뢰 부재 현상이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같은 현상은 내부 의견 조율과정에서 암초로 작용해 고스란히 협상력 저하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이 관계자는 문제의 해법으로 ‘전쟁과 사령관’의 이야기를 꺼냈다. 사령관은 작은 전투에서는 전략적인 패배를 할 수 있지만 전쟁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전투는 협상에 참가한 인사이며 전쟁은 문제가 있는 장수의 교체로, 이를 통한 전면전인 새판짜기를 해야 한다는 것.

이럴 경우에만 선명성을 획득할 수 있으며 시민들의 존경을 받아 지역 여론을 장악해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귀결이었다.

연대회의가 앞으로 어떤 형식으로 ‘전쟁과 사령관’에 비유되는 필승전략을 펼쳐낼지 살펴보는 것도 지역의 또 다른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