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약이 곧 보약
치료약이 곧 보약
  • 태인
  • 승인 2008.03.06 09:29
  • 호수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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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료약과 보약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굳이 그 차이를 밝히고자 한다면, 치료약은 병이 있을 때 병을 치료하기 위해 복용하는 약이고, 보약은 병이 없어도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먹는 약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병이 없는데 왜 약을 먹는 가하는 의문입니다. 필자는 이러한 의문을 가지는 사람에게 다음과 같이 답변합니다. 당신은 건강합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어떤 분은 자기는 병이 없기 때문에 건강하다고 말하며, 어떤 분은 병이 없다고 하면서도 건강하지 않다고 답하기도 하십니다. 또 어떤 분은 여러 약을 복용하고 있으면서도 건강하다고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한방에서는 질병명으로 건강을 말하지 않습니다. 한의사는, 물론 환자의 양방의료기관에서 부여받은 질병명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만, 한방 고유의 진단에 더 가치를 부여합니다. 한방고유의 진단이라 하면 ‘변증시치(辨證施治)’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는 증후(證候 - 나타나는 여러 증상)를 감별하여 치료방법을 세운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한의학에서는 병을 치료한다기 보다 증(證)을 치료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볼 수 있으며, 한 가지 병이라도 여러 가지 증이 있거나 사람에 따라 증이 틀리면 치료법도 달라지게 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위염’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위염의 증후는 환자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속이 쓰린가, 소화가 안 되는가, 오히려 지나치게 잘 되는가, 명치 한 가운데가 답답한가, 쓴 물이 넘어 오는가, 화끈거리는 느낌이 있는가, 스트레스에 민감한가 등등 환자에 따라 여러 증상이 다르게 혹은 복잡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현대의학은 위산분비를 억제하거나 박테리아를 제거하는데 치료의 초점이 주어지지만, 한의학에서는 나타나는 증후에 따라 치료방법을 세우므로 증후가 다르면 치료법도 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변증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팔강변증(八綱辨證)을 들 수 있습니다. 팔강변증은 여덟 가지 테두리(category)로 증후를 구분하는 것으로 총강(總綱)에 해당하는 음양(陰陽)을 포함하여 표(表), 리(裏), 한(寒), 열(熱), 허(虛), 실(實)의 여섯 가지로 나눕니다. 요약하면, 표리는 병의 부위가 겉인지 속인지를 가리는 것이고, 한열은 병의 상태가 찬지 뜨거운지를 가리는 것이며, 허실은 정기(正氣 - 병에 대한 저항력)의 부족에 의한 것인지 사기(邪氣 -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나 병균 등)의 지나침에 의한 것인지를 가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각으로 접근하게 되면, 질병이 있어 약을 복용하는 분이라도 증후감별로는 건강할 수 있으며, 병이 없다고 해도 반드시 건강하다고 단정하지도 않습니다. 예컨대,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앓고 있다 해도 꾸준히 약을 복용하면서 관리를 잘하는 분이라면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으며, 여러 검사상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해도 항상 피곤하고 만사가 귀찮고 의욕이 없다면 건강하지 않다고 보는 것입니다.

한의학의 치료법에 ‘보사(補瀉)’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변증시치할 때 ‘허’와 ‘실’의 시각에서, 정기가 허하면 정기를 보(補)하고 사기가 실하면 사기를 사(寫)한다는 치료법입니다. 정기가 약하여 병이 생긴다면 정기를 보하는 것이 치료방법이 됩니다.
 
정기를 보하는 방법 중 하나가 보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보약도 치료약이 되는 셈입니다. 그러므로 검사상 질병이 없다 하다라도 스스로 몸이 좋지 않다고 느낀다면 이를 치료하는 입장에서 보약을 보다 적극적으로 복용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