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제1의 농업 생산자 협회 ‘비앙브뉘 알라페름므’
프랑스 제1의 농업 생산자 협회 ‘비앙브뉘 알라페름므’
  • 지정운
  • 승인 2012.12.24 09:42
  • 호수 4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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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니쥬팜 농장의 판매장 모습. 평일에도 많은 구매자들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직접 만든 치즈와 버터 와인이 있으며, 신선한 육류와 야채 등 갖가지 먹거리를 살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글 싣는 순서
1. 전통문화 체험으로 도시민의 시선을 사로잡은 부여 기와마을
2. 소셜커머스로 체험객 유치, 마을기업으로 성장한 논산 포전마을
3. 가족 농장체험 프로그램으로 성공한 독일 라우터바흐 마을
4. 독일농촌 관광마케팅의 롤모델 ‘쯔바이텔러란트’
5. 농촌관광 마케팅 기법 ‘쯔바이텔러란트 카드’
6. 복합산업화를 통한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 벨기에 딸기마을 웨피옹
7. 프랑스 릴 지역농업생산자 협회의 그린투어리즘(Goutez notre nature)
8. 에필로그 도시민과 농촌간의 교류, 새로운 농촌관광전략이 절실하다

프랑스 제1의 농업네트워크 ‘비앙브뉘 알라페름므’

문화관광적 자원이 풍부한 프랑스는 또 하나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 그것은 농업이다. 프랑스는 농업생산량과 농경지면적 규모에서 유럽연합(EU)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농업기반이 잘 갖춰진 나라다.

포도주나 곡물 등은 유럽연합의 1/3을 차지하며 농가들의 평균경작면적도 55㏊달한다. 농업 및 농ㆍ식품 무역수지는 119억 유로(한화 16조6000억 원ㆍ2011년 통계) 이상이다.

프랑스의 도농교류 및 농촌관광을 알기위해서는 ‘농업 네트워크’를 이해해야 한다. 프랑스 제1의 농업생산자 협회 ‘비앙브뉘 알라페름므(Bienvenue a la fermeㆍ이하 알라페름므)’는 “농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를 모토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알라페름므는 프랑스 96개 지역 6200여 명의 농업인들로 구성된 협회로, 농업인 협동조합 개념의 탄탄한 조직체계를 바탕으로 ‘농촌의 위기’에 적절히 대처하고 있다.

개별농가가 이 단체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농촌의 참모습을 유지하고 투명성을 가져야 하는데, 일정한 검증 항목에 맞춰 각 지자체 농업개발부에 등록해야만 한다.

협회에 가입한 농장들은 우수 농장들인 만큼 프랑스 전역에 투명하게 오픈되는 데 프랑스 국민 2명 중 1명이 알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분야별 네트워크를 통한 농촌관광 전략

알라페름므는 △식품 생산 및 판매 △레스토랑 운영 △여가프로그램 운영 △숙박시설 등 크게 4가지 분야로 나눠지는데, 소속 농장들은 기본적인 농ㆍ축산물 생산을 비롯해 농업체험 및 교육, 농장식당 운영 및 레스토랑 식자재 제공, 농장체험, 농촌휴양ㆍ관광, 어린이 바캉스, 숙박시설 및 캠핑장 등을 운영한다.

또 각 농장들은 공동 판매장 운영, 마을 연계체험, 일자리 창출 등 다른 농가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개별 농가의 이익과 더불어 저마다 각 지역 내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며 마을경제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대적인 농촌개발 정책과 달리, 프랑스의 농촌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미약한 수준이라고 한다.

프랑스 농민들은 자체적인 네트워크와 농장들의 개별적인 노력으로 지속적인 농촌관광 전략을 펼쳐나가고 있다. 이때문에 알라페름므가 농촌발전을 위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도농교류라고 한다.

알라페름므는 매년 협회 농가들이 모인 가운데 ‘오픈데이’를 열고 대규모 공동 장터를 운영해 도시민의 관심을 끌어 모은다. 수일 간 포럼을 열어 농촌의 현실을 보여주고 고민을 나누면서 농장운영에 반영하기도 한다.

농장주들을 대상으로 연수도 실시한다. 홈페이지, 신문, SNS 등을 통한 홍보에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알라페름므 인터넷 홈페이지만 하더라도 월 15만~40만 명이 방문할 정도다.

‘뷔나쥬팜’에서 선진농업을 배우다

프랑스 릴 북부, 노흐 빠드 깔레 지역에 위치한 ‘뷔나쥬 팜’에서 알라페름므의 저력을 확인했다. 협회 내에서도 소문이 자자한 농장 ‘뷔나쥬팜’은 단일 농장으로 연간 3만여 명이 방문한다.

매출액은 100만 유로(한화 14억 원)에 달한다. 파리, 마르세유, 리옹과 함께 프랑스 4대 도시 중 하나인 릴이 인접해 도심지역 방문객이 많고, 벨기에와 접경지역에 위치해 있어 벨기에 주민들도 종종 찾아온다.

꾸브레르 씨가 운영하는 뷔나쥬팜은 9대 째 내려온 가옥을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다. 이곳에 1977년 정착한 꾸브레르 씨는 집을 중심으로 40㏊에 달하는 밭에 각종 야채, 과일, 곡물 등을 재배하며, 20㏊의 방목지에선 젖소들이 풀을 뜯는다.

뷔나쥬팜의 하루 일과는 65마리의 젖소들과 함께 시작된다. 치즈, 버터 등 우유로 만든 다양한 식품들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이 주된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오래된 농장이지만 청결한 환경과 좋은 장비를 갖춘 시스템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젖소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질 좋은 우유를 생산하도록 24시간 동안 3번 이상 젖을 짜지 못하도록 자동 인식 시스템을 갖춰놨으며, 축산분뇨나 각종 오물로 인한 환경오염을 방지하도록 정수시스템도 갖췄다.

젖소들은 우리나라처럼 이력제를 쓰고 있었으며, 방문객들에게 축사에서 우유 짜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고 관련 정보들을 소개하는 별도의 공간도 마련해 뒀다. 뷔나쥬팜은 이러한 이러한 노력 덕분에 환경경영 국제표준(ISO 14000s) 인증을 받았다.

축사에서 생산한 우유는 별도의 통에 옮겨지지 않고 관을 타고 바로 가공실로 옮겨져 치즈와 버터 등을 생산한다. 물론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가공체험도 가능하다. 뷔나쥬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체험이다. 치즈와 버터 등을 만들고 남은 슬러지는 200마리의 돼지 차지다. 우유와 유제품 속 풍부한 영양소는 건강한 돼지를 생산하는 데 기여한다.

뷔나쥬팜 농장 중심으로 마을주민들이 공동 판매장을 운영해 눈길을 끌었다. 뷔나쥬팜의 식품들이 70%, 나머지 30%는 마을 주민들의 것이었다. 풍부한 향과 깊은 맛으로 정평이 나있는 프랑스 와인, 농장에서 직접 키운 돼지로 만든 햄이나 훈제요리, 농장대표 상품인 치즈, 주변 농가들의 참여 덕분에 신선한 육류, 제철 유기농 야채, 가공식품 등 다양한 식품들이 진열장을 채운다.

이를 통해 마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었다. 꾸브레르 씨와 남편 미셸 씨, 파리 소재 대학에서 농업을 전공한 딸 까펠 씨를 중심으로 12명의 직원들이 함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방문객들을 위한 배려와 만족도 높은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별도로 마련된 프리젠테이션 장소에서는 농장을 찾는 방문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교육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보통의 농장교육프로그램을 비롯해 어린이들을 위한 생일파티, 각종 단체나 가족단위 관광객을 위한 장소대여, 나들이 도시락 주문, 가족 바캉스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써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매주 수요일 농장에서 생일잔치를 열어주는 데 이미 3개월 치 예약이 모두 완료된 상황이라고 한다. 이에 힘입어 향후 ‘주 디 알라페름므(목요일날 농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를 주제로 농장견학, 시식체험, 파티 등 농가방문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프랑스 북부 비나쥬 팜=지정운 기자/ 지발위 공동취재단

 



꾸브레르(뷔나쥬팜 농장주)
농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꾸브레르 씨.


◇농장의 깨끗하면서도 전통적인 모습이 눈길을 끈다. 비결이 있다면?

이 집에 35년 전 정착했는데 오래된 공간인 만큼 전통적인 모습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믿을 수 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농촌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신경 쓴다. 국가 식품위생법이나 환경기준에 따라 농장을 운영도록 노력 중이다. 가족들의 노력이 최고의 비결인 것 같다.

우유를 짜고, 치즈를 만들고, 환경 친화적인 아이템을 고안하는 일처럼 기술적이고 전문성을 요구하는 부분은 대부분 남편이 도맡아 하면서 부족한 것들을 계속 보완해나가고 있다.

또한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고맙게도 이곳에 돌아온 딸의 경우 젊은 마인드와 농업을 전공한 지식을 더해 농장 운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주변 농가들과의 협력이 눈길을 끈는데?

우리 농장 공동판매장을 보면 그렇듯 마을 주민들과의 협력에 중점을 둔다. 과거에는 농가와 농가 간 거래가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소비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좋은 물건을 마련해놓고 손님들을 기다려야 한다.

주민과 함께 매장을 꾸려나가다 보니 보다 다양한 식품을 진열장에 놓을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만족도 또한 커지고 매출에도 영향을 준다. 마을 공동체 형성으로 주민 소득증대에도 기여한다.

도심지역 대형마트나 단체급식에도 많은 식품을 납품하지만, 우리 농장에서 소비되는 것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농촌관광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농장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식품들을 판매하는 것이 주 소득원이지만, 이것을 매개체로 지역 자원을 활용한 농촌관광과 접목시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너지 효과가 창출된다.

◇협회를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인가?

알라페름므에 6200여 명의 농업인들이 참여하고 있고, 이곳 노흐 빠드 깔레 지역 1만 3000여 농가 중 200여 농가가 협회에 소속돼 있다.

앞서 말했듯이 마을의 비 소속 농가들과의 협조체계 구축도 기본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된다.

따로 구입하려면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값비싼 농기구나 장비 등 빌려서 사용하거나 개별 농가들과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부족한 것들은 연결해 주는 등 교류를 이어나가고 있다.

정기적인 포럼과 농가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으로 농촌의 현실에 발맞춘 정책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각 농장의 아이템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된다.

◇농촌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과도한 농촌개발은 오히려 악영향이 될 수 있다.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꾸미지 않은 농촌을 도시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사실 우리 농장만 하더라도 공동 판매장이나 유제품 가공시설 외에는 현대적인 것이 하나도 없다. 집 밖을 나가면 온통 들판뿐이다.

관광객들이 농촌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꾸미지 않은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함이기 때문에 인위적인 요소들이 더 크게 부각된다면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다.

◇농촌경제 및 도농교류 활성화에 가장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은?

농민들의 자립적인 모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국가의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하다보면 농촌의 이미지가 퇴락될 수 있다.

금전적인 지원은 물론 큰 도움이 되지만 농민들의 자립의지를 꺾는 근본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직·간접적인 개입도 지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마을의 인적ㆍ물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주민들이 소통해나간다면 농촌은 자연스럽게 발전할 것이다. 한국은 어떤가? 우리는 지금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