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육교에 세금 쏟아 붓는 광양시
또 다시 육교에 세금 쏟아 붓는 광양시
  • 정아람
  • 승인 2013.03.04 09:50
  • 호수 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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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람 기자
활용도가 저조한 육교가 난립하고 있는 가운데 광양시가 가야산 주변에 또 다시 육교를 설치할 예정이다. 한두 푼도 아닌 무려 3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말이다.

지난달 25일 중마동 주민센터에서 가야산 중복도로 육교설치 공사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주민설명회를 듣는 약 40여 분동안 눈과 귀를 의심했다. 달랑 육교설치위치와 형식비교안만 있는 자료와 성의 없는 용역관계자의 설명은 3억4000만원의 예산을 사용하는 공사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이뿐만이 아니다. 약 4억 원 가까이 되는 예산을 들이며 설치하는 데도 불구하고 용역업체는 둘레길 이용자 현황을 주말 하루만 조사하는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 이 조사를 바탕으로 육교설치가 필요하다고 단정 지으니 더욱더 기가 찰 노릇이다. 

현재 광양에는 개당 1억 5000만원에서 최대 5억 원을 투자해 만든 육교가 18개나 된다. 도로횡단이 위험하다는 민원이 많아 설치한 육교지만 현재 이용현황은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육교를 바로 옆에 두고 위험한 도로를 질주해 무단횡단을 하는 시민들이 대다수다. 또한 육교 주변에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바람에 육교는 더욱더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이는 시청 앞 사거리나 중마터널 앞뒤로 설치된 육교 사례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육교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거의 없고 무단횡단이 대부분이다. 더군다나 삭막한 육교는 도시 미관을 저해하는 요소로도 작용하고 있다.

광양신문은 지난해 난립해있는 육교에 대해 무용론을 제기한 바 있다. <491호 12월 3일자 7면 ‘육교 이용할 바에야 무단횡단’ 기사 참조> 활용도도 부족하고 횡단보도로 충분하다면 차라리 철거하는 것이 낫다는 지적이었다.

당시 취재결과 공무원들의 답변은 어이가 없었다. 하루 종일 서있으면서 무단횡단 하는 사람을 잡을 수도 없고 한 명이라도 이용을 하고 있으니 괜찮다는 식으로 무책임한 태도만 일관했다. 이왕 설치한 것이니 활용도 여부를 떠나 철거는 불가하다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  

유럽 등 선진국 사례를 살펴보면 육교 하나를 설치하더라도 필요성은 물론 모양과 색깔까지 주민들 의견을 철저하게 수렴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민들의 외면이나 예산 낭비 논란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시는 이곳에 육교를 설치하자는 민원이 몇 명이나 되는지 이참에 확실히 밝혀야 할 것이다. 육교 설치 후 이용률이 저조하면 또다시 ‘이용객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며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할 것인가.

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엉덩이 뒤로 빼고 엉거주춤 배트를 휘둘러서 제대로 맞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에 ‘어중간’ 이란 없다. 한정된 시간과 예산을 쓸데없이 낭비하지 마라. 그게 다 시민들이 채워 넣어야 할 돈이라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