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연수에 참석한 교사들의 실망스런 교육태도
자살예방연수에 참석한 교사들의 실망스런 교육태도
  • 정아람
  • 승인 2013.03.18 09:49
  • 호수 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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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람 기자
연초부터 자살 관련 기사가 줄을 잇는다. 지난 4일 부산에서 개학 첫날 여중생이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데 이어 최근에는 경북 경산의 한 고등학생이 수년간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자살사고가 발생해 파문이 일고 있다.

딴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지역에서도 지난달 14일 A양(17)이 개학을 앞두고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광양경찰서에 따르면 A양은 그동안 자살사이트를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경기도 안산에서 동반자살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로 학생 자살은 학교폭력과 가정불화가 대부분이라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학생 자살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광양교육지원청은 지난 14일 학생 자살예방 및 위기관리를 위한 담당자 연수를 실시했다.

교육 내용으로는 △청소년 자살 현황ㆍ원인ㆍ특징 △자살 예방을 위한 학교의 역할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교육 등이다. 이날 참석한 교사들은 각 학교 생활지도부장들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약 48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교육에 참석한 교사들의 연수 태도를 보며 과연 이들이 청소년 자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일부 학교는 학생부장 대신 다른 교사가 참석한 경우도 있는가 하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옆 사람과 웃으며 이야기하는 교사, 꾸벅꾸벅 졸고 있는 교사 등 천태만상이었다.

이런 교사들의 모습은 듣기 싫은 수업을 억지로 듣고 있는 학생들처럼 보였다. 학생 자살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지만 정작 교사들의 교육 태도는 더 엉망이었다.

걸리면 때려잡는 것이 아닌 걸리는 일이 없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이 교육계의 책임이다. 교육계가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한다면 학생자살은 더욱 강력한 세력을 형성해 날카로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이 떠안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때문에 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예방 전문교육과 고통을 겪는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제도 또한 필수적이다.

상황이 이렇게 중요함에도 교육에 참석한 몇몇 교사들은 남일 쳐다보듯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이러고도 학생이 자살을 하면 교장이나 생활지도부장이 이제 막 부임해서 파악이 안 돼 모르겠다고 발뺌할 것인가. 아니면 경찰 조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떠넘길 것인가.

자살자들의 대부분은 실행 직전 가족과 지인들에게 전화나 문자를 보낸다. 죽음 앞에 섰지만 ‘죽고 싶지 않다’는 절규라고 한다. 누군가 이야기를 들어줬더라면 불행한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자살이라는 선택 앞에 선 이들이 제발 그 절망의 벼랑 끝에서 돌아설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특히 교사들이 누구보다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교사들은 교단에 처음 서던 날 다짐하던 그 ‘첫 마음’을 다시 돌이켜봐야 할 것이다.